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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과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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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에세이 - 김병호 1986년 06월 52호
거리에 나가 보니 「6월은 보훈의 달」이라고 하는 프랑카드를 붙혀 놓았다. 또 유월을 낭만주의 자들은 「장미의 계절」이니 무엇이니 하면서 그들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한다.
그러나 평범한 서민인 나에게는 그런 거창한 의미보다는 6월은 불경기가 겹치는 달이고 더워서 문을 많이 열어 놓고 작업해야 한다는 등 지극히 일상적인 의미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런 일상적 의미보다 6월이 내게 주는 의미는 내 귀여운 딸 윤회가 태어난 달이라는 사실이다.
나는 하루종일 기름을 만지고 남이 고장내어 놓은 모타수리나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자연 나는 진종일 험한 작업을 하거나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지내고 있다. 그런 나의 생활에서 요즘 유일한 기쁨은 일을 마치고 일찍 돌아가서 윤희의 재롱부리는 모습을 보는 일이다.
나는 내 형제 중에 여자형제가 없이 자라서 그런지 처음부터 나는 이쁜 딸을 낳아보는 것이 소원이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큰 아이가 딸이려니 하였는데 아들이었다. 집안 어른들은 모두 다 첫 아들을 얻었다고 좋아했지만 나는 마음속으로는 딸이기를 진정으로 바랬다. 아들 녀석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드디어 7년만에 내가 그렇게도 바라던 딸을 낳았다. 그것도 6월의 첫날에. 나는 주착스럽게도 아침 저녁으로 딸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잔잔한 기쁨을 느낀다.
당초 글을 부탁 받았을 때 내 신변 잡기(雜記)를 쓸려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나는 기쁜 마음(喜心)이란 얼마나 큰 일인가를 체험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온갖 일들을 경험하면서 살아가기 마련이다. 세상이 괴롭기도하고 서글퍼지기도 하지만 가끔 파아란 하늘 처럼 활짝 개인 기쁨도 있는 것이다. 부처님 말씀에도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이 있듯이 자신의 마음이 기쁘면 이 세상 모두가 기쁘다는 사실이다.
그전 같으면 조그만 일에도 나는 쉽게 성을 내고 다혈질인 내 성격은 곧 잘 흥분하던 내 성격이 요사이는 여간한 일에도 기쁜 마음으로 살다보니 우선 내 주위 사람들이 같이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먼저 해인지에서 일타스님의 글 가운데 원각경의 말씀인 「모든 실상(實相)의 성품이 청정하기 때문에 한 몸이 청정하고 한 몸이 청정하므로 여러 몸이 청정하므로 시방 세계 중생의 원각도 청정합니다. 한 세계가 청정하므로 여러 세계가 청정하고 여러 세계가 청정하므로 마침내는 허공과 삼세를 두루 싸 모든 것이 평등하고 청정합니다」라고 하신 말씀이 날로 큰 법문으로 와 닿는다는 점이다.
세상은 사실 보는데로 인식하는 데로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상은 아무 의미도 본래 없는데 다만 자기가 처해 있는 환경과 처지에 따라서 세상은 그렇게 보일 뿐이다.
세상을 기쁘게 보면 세상도 기쁜 것이고 슬프게 보면 슬프게, 붉게 보면 붉게, 푸르게 보면 푸르게 보인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극히 주관적이며 자기중심적 이라는 점이다.
자기중심적이라는 것이 극히 이기적이고 파괴적일때 자기만 망하는 것이 아니라 전부를 패망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원각경의 말씀이 청정하게 세상을 보기 때문에 망정이지 그 반대가 된다면 세계와 허공이 온통 부정(不淨)의 세계가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들이 어떻게 살 것이냐 하는 것은 남이 결정해 주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결정한다는 것을 마음 깊이 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