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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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효림
1986년 06월 52호
사회의 관습이나 제도는 오랜 세월을 두고 서서히 형성되는 것이다. 그러한 전통사회가 급격한 변화를 맞아 전통이 무너져 버리고 새로운 풍속이 형성되면 큰 혼란이 생겨나고 또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게 된다.
지금 우리 사회가 바로 그렇다고 볼 수 있겠다. 몇 천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가 전통문화를 생활 속에 하나도 간직하지 못하고 불과 몇 십년 사이에 서구화되고 말았다. 이 속에서 아직도 전통관습이 몸에 밴 노인층과 완전히 서구화한 젊은 층 이것도 저것도 아닌 중간층으로 각자의 생활습성이 다른데서 오는 부작용은 단순한 개인적 문제를 떠나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아무리 경제적으로 풍족한 사회라고 하더라도 사회가 공통으로 간직한 윤리도덕이 없으면 그 사회는 병든 사회일 수밖에 없다. 서구인들이란 우리 전통사회가 중요하게 생각되는 윤리도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법칙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따르는 사람들이다. 다소 도덕적으로 나쁘다고 하더라도 법에 어긋나는 짓이 아니라면 하는 사람들이고 도덕적으로 합당한 일이라 하더라도 규율에 어긋난다하면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반면에 우리 사회에서는 부모가 잘못한 죄라도 아들이 대신 죄를 덮어쓰는 것이 당연한 효도고 친구를 위해서는 법을 지키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윤리도덕을 중시하는 사회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이 윤리도덕을 중시하는 마음이 없어지고 있다. 그리고 서구의 저질문화를 수용한 탓으로 법 질서도 재대로 잘 지키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불행한 사회다.
한사회가 고유한 전통문화를 고수하기 위해서는 자기 문화에 대한 높은 긍지가 있어야 한다. 지금 세계는 발달된 통신과 교통으로 한마을 같이 가까워졌으며 서로 문화를 주고받으며 발전하고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자기 문화에 대한 긍지가 없으면 자연히 외래 문화 속에 동화되고 마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사실 강대국에서 약소국가를 상대로 자기들의 문화를 이식하므로해서 문화적 식민지로 만들고 있기도 한다. 그렇게하므로 해서 자국의 이득을 취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해방 후에 서양에서 교육받은 유학생들이 입국하여 국가와 사회를 이끌어 가는 주도역할을 하므로 해서 또 6·25라는 전쟁을 겪으면서 외국 군인들이 남긴 영향으로 해서 급격히 서구의 문화식민지화 했다. 그러므로 고유문화는 열등한 것으로 보는 문화 열등의식이 생겼다.
36년 동안 뿌리내린 일본 것을 없애자고 한 것이 그것이 서구식을 따르는 것인줄 착각하게 되었고 거기에다 설상가상으로 남북이 갈라지고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이데올로기 속에서 민족의식은 소멸되어 갔다.
민족주체의식을 부르짖고 있는 사람도 사실은 자기의 생활습관이나 사고방식이 완전 서구식이 되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형편이다.
산업사회의 복잡한 도시 문화 속에서는 한 가족이라 하더라도 각자의 직업이 다르고 일터가 다르다. 직장은 노동력이 왕성한 젊은 사람을 요구하게 되어 노인은 자연 밀려나게 되어 있다. 이렇게 되나 일터에서 밀려난 노인은 수입이 없어지고 경제적으로 빈곤해진다. 자식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기가 번것은 자기 것이라는 관념으로 부모에게 용돈 몇푼 주는 정도로 가정의 경제권은 주지 않는다. 경제권이 없는 부모는 자식들에게 완전히 무력해지고 권위를 잃어버린다.
옛날 우리 전통 사회속에서는 가정은 부모 중심이고 자식이 아무리 지위가 높고 돈을 많이 벌어도 그 부귀로움을 모두 부모님께 돌렸다. 그것은 부모의 은혜에 대한 당연한 보답이다.
아들을 키우기 위해서 온갖 고생을 다 했는데 아들이 성장해서 늙은 부모를 외면하는 사회, 아예 한집에 같이 살려고도 하지 않는 사회현상 그것을 또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현상은 분명히 우리의 전통은 아니다. 이것은 아무리 좋게 생각하더라도 큰 악습이요 병패다.
부처님은 경전에서 「부모는 신처럼 모셔야 한다」고 했다.
이 밖에도 우리 사회의 병패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풍속과 윤리가 다른 상이한 나라에서 그 나라의 사회적 관습이나 풍습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부작용이 생길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겠다.
학교 교육도 현대교육의 방법을 서양에서 배운 것이라 해서 학교에서 가르키는 내용도 서양 것을 그대로 가르쳐야 한다면 큰 잘못이 될 것이다. 현금 우리나라 교육은 그 교과서 내용이 서양 것을 모방한 것이 많고 또 서양이 모든 면에서 우수하고 우리는 열등하다는 느낌을 주게 되어 있다. 오늘날과 같이 국가와 국가 간에 치열한 무역 경쟁을 벌리고 있는 때에 서양문화가 우수하고 우리문화가 열등하다고 배워서 주체성이 결여된 상태에서 어찌 경쟁에 이길 수 있을 것인가. 대체로 외제를 선호하는 것이 그것을 잘 말해주고 있다 하겠다.
우리나라의 문화형은 곡선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길게 길게 이어지는 완만한 곡선 경상도나 전라도를 가보면 산들이 높지도 낮지도 않게 곡선을 이루면서 겹겹이 층을 쌓으면서 한없이 길게 뻗어 마을과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집을 보아도 초가집은 모가없이 둥글게 지붕을 만들고 기와집은 날아갈 듯이 처마의 곡선을 세웠다. 모든 것에 되도록이면 직각을 피하고 모서리를 날카롭게 하지 않는다. 옷도 동정에서 옷섭, 소매 모두 곡선이다. 버선코의 곡선은 곡선의 극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노래를 불러도 노래의 리듬이 길게 가락을 이룬다. 모두가 곡선이다.
이것은 우리 민족의 정서감정이 지극히 온순하고 부드러운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렇게 부드러운 심성을 가진 민족에게 하루 아침에 극단적이고 도전적인 서양의 생활습속이나 종교나 철학을 이식시키려면 되겠는가. 지금 젊은 사람들이 팝송을 좋아하고 디스크를 좋아한다고 해서 그것이 결코 우리의 젊은이들 감정에 맞아서 좋아한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것이 민족문화의 열등의식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제대로 세계 속의 한국으로 아름다운 국가로 발전하려면 하루속히 전통과 뿌리를 찾아 제모습을 갖추어야 한다.
그 뿌리를 찾는 일을 누가 해야 하느냐하면 바로 불교를 믿는 사람들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기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다. 이 민족의 정신 바탕이 불교를 뿌리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말하면 불도를 닦는 스님이니까 편파적으로 하는 소리로 말할지 모르지만 역사를 비추어보나 면면히 이어져온 전통으로 보아 너무나 당연한 주장이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오천년이라는 장구한 연대를 가지고 있다. 거기에는 단군의 개국사상이 있고 비록 단편적이기는 하지만 이 땅에서 발생한 사상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어느 나라나 고대문화 형성(古代文化形成)시기가 있다.
중국은 태초에서 진(奉)나라 때까지를 고대문화라고 말한다. 이때 중국문화의 골격이 다 형성되어 계속 전통으로 이어져 내려와 중국의 고유 문화가 되었다. 서양은 태고에서부터 로마문화의 전성기를 거쳐 게르만 민족의 대이동 시대까지를 두고 고대문화 시대라고 말한다. 우리는 삼한에서 신라가 멸망하는 때까지를 고대 문화 시대라 한다.
우선 서양의 고대문화는 그리이스에서 발생해서 로마에서 꽃을 피웠다. 그러니까 로마는 그리이스문화를 받아서 로마문화가 되었다. 뒤에 혜브라이즘 문화가 로마에 들어오면서 그리이스문화 즉 헬레니즘문화와 충돌하고 그 갈등으로 로마는 망한다. 오늘의 서양문화는 이 두 문화가 양대산맥을 이루면서 계승 되었다.
동양의 문화는 중국과 인도가 중심이다. 사상으로는 중국의 유교와 인도의 불교가 가장 큰 산맥을 만들었다. 동양의 모든 나라는 이 두 사상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그 중에서 우리나라는 유교와 불교를 삼국시대에 받아들였다. 그러나 삼국시대에 중심사상은 불교였다. 그전까지 이 나라가 제대로 된 문화를 가지고 있지 못한 고대사회에서 불교를 받아들이고 그 사상으로 모든 문화가 형성되었다.
한나라가 처음 문화를 이룰 때에 무엇으로 시작했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뒤에까지 전통으로 계승되었느냐 하는 것이 바로 그 민족의 전통이 무엇이냐 하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우리나라에서의 불교는 단순한 외래사상의 범위를 넘어서서 이 민족의 전통사상 그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더구나 신라에 찬연한 꽃을 피웠던 불교가 끊임없이 이어져 발전했고 지금까지 분명한 전통으로 계승되어 왔음에랴.
이 뒤에 들어온 사상은 모두 외래사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은 이미 한민족의 주체성이 정해진 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뒤에 받아들여진 사상은 불교를 중심으로 받아들여지고 소화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