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6월이란 의미는 과연 무엇인가.
인류사에서도 전례(前例) 없는 동족간의 전쟁 육·이오.
이젠 총소리도 포화도 멎은지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그 전쟁으로 인한 비극과 한은 날이 갈수록 겹겹으로 엉어리진 채 다스릴 수 조차 없는 앙금으로 침전되고 있다.
우리 민족은 세계의 여느 민족과 달리 지나간 역사 속에서 하나의 혈통, 하나의 언어, 하나의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내려온 단일 민족이었다.
그러나 남북분단 이후 같은 핏줄을 같이 가진 민족이라는 것 외에는 각기 생각하는 관점도, 지향점도 달라서 그 비극적 상황은 남(南)은 남대로 북(北)은 북대로 더욱 그 분단의 아픔을 심화(深化)해 가고 있을 뿐이다.
이미 여러 차례에 걸친 남북대화에서도 우리는 각기 건널 수 없는 이질감(異質感)만 더욱 크게 느꼈을 따름이며, 서로의 공동의 주제마저 설정해 놓지 못한 채 공전(空轉)만을 거듭해 온 것은 민족적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이 세상에 인간이 만들어 놓은 어떠한 명분의 사상이나 이데올로기가 있다하더라도 그것이 인간의 자유와 평화를 증장(增長)하기 위해 있으며 따라서 인간의 생명선인 핏줄을 앞설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육이오는 우리 민족사뿐 아니라 세계사에서도 가장 비극적 전쟁이었고, 그것도 순전한 우리의 뜻으로 치루어진 전쟁이 아니라 서양인들이 만들어 놓은 이데올로기의 실험무대에 우리 민족이 동원되고 희생되었다는 것은 생각할수록 참담하다.
이재까지 인류사에서 전쟁은 언제나 사회의 기본질서 뿔만 아니라 일상적인 생활의 리듬을 근본적으로 뒤집어 버리는 대혼란으로 시작했다.
따라서 그 대혼란은 언제나 참담한 파괴와 함께 재통합으로 이어졌고 재통합되는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이제까지 내려온 전통문화의 파괴와 새로운 문화로 이완되어졌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전쟁은 사회적인 대변동을 초래했으며 심각한 문화적 충격을 주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흔히 인간은 전쟁으로 인한 외형적이고 가시적(可規的)인 피해를 엄청나게 두려워해 왔으나 사실은
그 외형척 피해보다 더 큰 피해와 두려움은 정신적 문화적 피해라고 생각된다.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 상처가 깊고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전쟁으로 초토화(焦士化)되었던 산업시설과 건물들은 다시 우리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대부분 복구되었을 뿐 아니라 이제는 전쟁전 보다는 훨씬 경제적인 면에서나 전체 사회적인 변에서는 월등하게 발전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때 흩어졌던 이산가족들의 상처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흑심한 문화적 변동은 이민족의 문화적 자존심을 크게 손상시켰다.
그러므로 전쟁처럼 무모한 짓이 또 있을까? 언제나 침략자들은 민족의 번영과 영광을 위하여」 「자유와 평화를 위하여」등 굉장한 해방논리(解放論理)와 화려한 구호 아래 시작하였다. 그러나 온갖 수식어와 미사어구로써 전쟁에 대한 명분이나 변명을 한다하더라도 그것은 침략자의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 야욕 이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에게 있어서 민족분단은 마치 피가 흐르고 신경이 살아있는 몸을 반으로 잘라놓은 것과 흡사하다.
전쟁 이후 우리는 계속 서로의 출혈만 계속해 왔다. 그리고 서로 다른 이질적인 문화만 계속 양산해 왔으며 서로의 체제를 냉전의 논리로만 이해할려고 해 왔다.
이제 우리는 통일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폭 넓은 논리와 이해의 바탕을 찾아야 한다.
통일이 몇몇 정치적 구호나 이용물로써 자신의 위치만을 고수하려고 하는 극히 이기적이고 용졸한 생각을 버리고 끊어진 핏줄을 잇고 신경을 서로 통하게 하여 온 민족이 전쟁에서 받은 상처를 하루 빨리 치유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것은 자유 민주주의의 가장 바탕이 되는 민족을 생각하는 애정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라는 것을 깊이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