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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생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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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교리강좌 - 편집실 1985년 09월 43호
불타전설 가운데 사문유관(四門遊觀)은 중요한 대목으로 되어 있다.
태자가 그간에 경험하고 명상한 모든 것들이 이를 통해 구체화 되고 있다.
네번째, 태자는 성의 북문으로 마차를 몰았습니다. 거기에서 태자는 머리와 수염을 깨끗이 깎고 감색 가사를 걸친 채 안온한 눈빛으로 모든 것을 굽어보는 출가사문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태자는 그의 평온함과 당당함에 놀라 그를 외경하며 공손히 인사를 하고 「출가사문이시여, 출가에는 어떤 이로움이 있습니까?」하고 물었습니다.
「인간은 누구든지 생로병사(生老病死)를 면하지 못합니다. 그것은 필연적인 것입니다. 나는 일찌기 세속생활에서 그것을 체험하고 모든 것이 덧없음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친족들을 떠나 조용한 곳에서 수행하며 모든 번뇌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힘써 왔습니다. 수행은 맑고 성스러운 것이며 궁극적인 것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자비를 일으키고 평안을 주며, 생로병사를 뛰어 넘어 영원히 해탈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을 들은 태자는 설레이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 바로 이것이다. 내가 찾던 길, 내가 가야할 길은 바로 이것이 아닌가!」 태자는 여느 때와 달리 기쁜 마음으로 궁전으로 돌아왔습니다.
출가사문과의 만남은 태자가 자기 생애의 목표를 분명히 깨닫게 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됩니다.
미루어 생각하건대 태자는 태어나면서부터 성장하는 과정동안 평범한 보통 사람들과 조금도 다를바가 없었으리라.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갓난아기를 거쳐 유년, 소년, 청년으로 성장하고 결혼하여 자식을 낳는 과정을 거치지만, 그 후에 출가하여 수행한 결과 비로소 무상대도를 성취해 부처님이 되시고 여든살까지 전교활동(傳敎活動)을 하시다가 입멸하시게 된다.
태자의 나이 스물아홉이 되었다. 야쇼다라와 결혼한지도 어느덧 십년이 훨씬 지났다. 태자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아 출가가 자꾸 늦어지는구나. 이러다가 또 얼마나 많은 시간들이 흘러가 버릴 것인가. 시시각각 모든 것은 변하고 늙음과 죽음은 나날이 가까와 오고 있는데…」
그의 눈 앞엔 늙고 병들어 차츰 죽음으로 가는 자신의 모습이 어리어 왔다.
「아, 어찌해야 하는가, 어찌해야 하는가」
그 고뇌의 대답은 오직 출가의 길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출가를 생각하면 할수록 부왕과 야쇼다라에 대한 애정을 끊어버릴 수가 없었다. 「부왕은 얼마나 애통해 할 것이며 야쇼다라는 또 얼마나 슬퍼할 것인가, 궁중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로 인해 슬픔에 잠길 것인가. 아, 괴로운 일이로구나」
싯다르타는 잠을 이를 수가 없었습니다.
한편 슛도다나왕은 아시타선인의 예언을 늘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싯다르타가 부처님이 되어 중생을 제도하기 보다 전륜성왕이 되어 온 세계를 지배하며 자기 곁에 머물러 주기를 바랐습니다.
당시 카필라왕국은 민족적 긍지는 나름대로 지니었으나 정치, 군사적으로는 이웃 코오살라국이나 마가다국에 비교되지 않을 만큼 빈약하였다. 따라서 왕으로서 태자에 거는 기대는 말할 수 없이 큰 것이었다. 왕은 갖은 방편으로 태자의 출가를 막으려 하였지만, 이윽고 그렇게 두려워하던 날은 오고야 만다.
「저는 출가하여 사문의 길을 가야겠습니다. 부디 그 길을 허락해 주십시오」
「다른건 무엇이든 다 들어 주리라. 출가만은 제발 거두어 달라. 부탁이니 나와 함께 이 궁전에 머물러다오」
「부왕이시여, 저의 소원은 늙음과 질병과 죽음에서 영원히 벗어나는 일입니다. 이를 바로하지 못한다면 죽은 후에도 운명의 바퀴(輪廻)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를 해결해 주실 수 있겠나이까?」
슛도다나왕은 아무런 응답도 할 수가 없었다. 부모로서의 애정이 아무리 깊어도 그것만은 자신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이때 마침 궁전에는 기쁜 일이 하나 생겨 났다. 야쇼다라가 아들을 낳은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기뻐하는 가운데 태자에게도 이 소식이 전해졌다.
「오, 라훌라여 ! 」
태자는 기뻐하기 보다 탄식하였다. 이미 출가를 결심한 그에게 또 하나의 인정이 그를 얽어매었기 때문이었다.
훗날 라훌라의 출생시기에 대해서는 분분한 이견이 더러 있으나, 태자의 출가직전에 태어나 그 이름이 ‘장애’란 뜻의 라훌라가 되었다는 일설과, 태자 출가시 잉태하였으나 출가후 태어나서 출생일이 월식이었기 때문에 월식을 뜻하는 라훌라로 명명되었다는 것이다.
어느 깊은밤, 태자는 마침내 떠나기로 결심하고 곤히 잠든 야쇼다라와 어린 아들을 바라다보며 작별을 고한다.
「아내여 ! 용서해 주오. 부디 이 아이와 함께 행복하기를…」
침묵에 잠긴 카필라성을 나서며 태자는 몇번이고 성안을 향하여 용서를 구한다. 그리고 굳은 맹세를 한다. 「무상보리(無上菩提)를 얻을 때까지는 결코 돌아오지 않으리라. 무상보리를 이룰 때 까지는…」
묵묵한 태자의 뒤를 마부 찬타카와 태자의 애마(愛馬) 칸타카가 슬픔에 잠긴 채 따르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카필라를 떠나 마이네야라에 도착하자 말에서 내려 찬타카에게 「내 얘기를 잘 들었다가 부왕에게 사뢰어 주게」
하며 카필라성쪽을 향해 합장하며 간절하게 말합니다.
「이 태자는 세속적인 욕망도 일신의 안락도 원치 않으며, 다만 모든 사람들이 생사윤회의 고통에서 헤어나길 바랄 뿐이며 무상보리를 얻어 해탈하기 전에는 결코 돌아가지 않겠노라고」
그는 몸에 지니고 있던 영락(瓔珞)과 보배들을 떼어 양어머니와 아쇼다라에게 전해주기를 당부하고 스스로 칼을 뽑아 머리를 자른다.
마부 찬타카와 칸타카도 돌아가고 태자는 숲속에서 허름한 누더기를 걸친 사냥꾼을 만나 옷마져도 바꾸어 입는다. 그는 이제 한 왕국의 태자가 아니었다.
한편 태자의 출가소식이 알려진 궁성에선 곳곳에서 비탄이 쏟아져 나왔다.
양어머니 마하파샤파티는 「아, 슬픈 일이로구나. 태자가 이 곳에 있을 때에는 갖가지 향을 바르고 좋은 음식만을 골라먹이며 옷과 침구도 부드러운 것만 쓰게하고 늘 시종들이 있어 불편이 없도록 하였는데 그 가냘프고 귀한 손발이 산과 들에서 갖가지 벌레에 시달리고 누더기를 걸친 채 가시 돋힌 풀 위에 눕게 되다니…」
하고 탄식하였다.
야쇼다라 또한 비통해 하며 말한마디 없이 떠나버린 남편을 원망한다.
후대에 전해진 문헌을 보면 그뒤 야쇼다라는 산 속에 있는 태자의 고행을 생각하며 모든 향락을 떠나 화장도 하지 않고 좋은 옷도 맛있는 음식도 끊었다고 한다.
카필라국의 왕위 계승자로서 아무런 부족함이 없던 태자는 결국 아시타선인의 예언대로 위없는 깨달음의 길로 나아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