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불교
수야홍원 著
김현 譯 /지학사
고대로 인류의 제종사상(諸種事象)은 그 발아로부터 체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의 역사를 지니게 마련이다. 설령 다 갖춘 사상체계라 하더라도 그것의 전개에 따른 사회적, 역사적인 맥락에서도 다양한 도전과 웅전의 역학(力學) 관계에 놓이는 것이 통례이다.
그러한 인류사의 일반적인 현상을 이해하고서, 불교의 모습을 윤리학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되리라 본다. 불교윤리라 하면 흔히 비구 250계 등 같은 것을 연상하기 쉬우나, 여기서 말하는 그것은 불교 전반적인 사상(思想)을,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관점에서 일컬는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불교의 윤리학적인 이해를 위해서는 먼저 체계적인 불교사상의 공부부터 시작해야 옳으나, 여기서는 그런 거창한 작업을 논하는 것이 아니므로, 그저 단편적으로나마 반드시 이해해야 할 것들을 조언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변하지 않는 사상이 없듯이 우리가 신봉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재조명과 함께 그 역사적인 전개상에 나타난 수용변화를 살펴보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불교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검토•종합의 과정이 있을 수 있으려니와, 특히 인간의 윤리적인 상황이 결코 인간의 삶의 태도나 결정과 무관하게 설정되어 있지 않는 만큼, 아니 수시로 선택하면서 살아야 하는 존재이기에 어차피 불교인으로서 불교의 윤리적인 의미를 음미해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또한 절실한 실정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인간사(人間事)의 주요 윤리적 범주인 가정(家庭), 특히 그 가정의 원초인 부부(夫編)간의 윤리적 근거로부터 출발하여 일반적인 정치•사회적인 통념(通念)으로 굳어진 사회의 대표적인 불교공격 내용과 그에 대한 탁월한 불교측 답변을 담은, 이조초의 대학승인 합허득통스님의 「유석질의론」을 소개한다. 그리고 아무래도 불교의 인륜(人倫)적인 특색을 근본적으로 쉽게 알려면, 불교의 초기경전을 근거로 쓴 아함(阿含)의 세계적 권위자인 미즈노고겐(水野弘元)의 「원시불교」의 통독(通讀)을 권하는 바이다.
전자는 한국의 유불상쟁(蘭佛相爭)의 불교적 회통(會適)을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서, 인륜없는 종교(無君父之敎)로 공박받은 여러문제에 대해 ‘그렇지 않다’라는 불교해명이 명석하게 실려 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하겠다. 그러한 유교식의 질문을 예나 지금이나 사회로부터 통상적으로 받아 보게 마련이다. 그런 류의 공세에 대한 불교사상적인 무장을 위해서도 큰 도움이 되리라 본다. 한편, 후자는 기초가 튼튼해야 되듯이 불교의 근본적인 사상과 그 사회적 성격 등을 비교적 자세하게 알 수 있는 명저이다. 따라서 불교의 근본적인 사상과 그 배경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 후의 부파불교나 대승불교의 제양상을 해석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기도 한다는 것을 아는 것이며, 또한 그러한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런 뜻에서 불교의 윤리적 차원을 넘어서라도 불자라면 초기불교의 정신은 무엇이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상의 기술에서도 알수 있듯이 ‘우리는 어떻게 행위해야 하느냐’에 대한 타당한 근거를 알려면 먼저 앞서서 ‘그렇게 되도록 하는 제반의 사상의 근거와 원리’를 알아야 할 것이다. 그것은 어제의 일이면서 곧 오늘과 내일의 우리 문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