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녁에서
「잘나고 못나고가 어디 있니? 모두 같애. 모두는 인연따라 생긴대로 그 소임을 받는 거란다. 사람도 원래는 벌레 같고 풀 같은 생명이란다. 지금은 하도 많아져서 모두 옷을 입어 가리고, 집 지어 들어가 살며, 직업이다, 돈이다, 만들어 놓고 매어 살지마는 원래는 그런 것도 없었단다. 사람이나 사람이 만들어 놓은 조형물이나 모두 껍질을 벗고 원래대로, 본래 면목으로 몰아가야 한다는 뜻이지. 귀의해야 하지」
「석가모니 부처님께로요?」
「여래 법신에게로지」
「우리도 부처가 되나요?」
「네 속에 있지. 몰라서, 못 찾아서 그럴 뿐이지」
「부처님이 한 분이 아니고요?」
「석가모니 부처님만 한 분이지. 강물마다 달이 비쳐, 접시에 담은 물에도 달이 비치느니」
「달은 부처님이고요?」
「물은 중생의 마음 마음이고 가슴 가슴이란다」
바다로 가자
노란 물, 빨간 물, 구정물, 오물들을 담고 강물은 바다로 모여 든다. 그래도 바다는 어느 물이고 거부하지 않고 다 받아 들여서 파란색 하나, 짠 맛 하나로 절여 놓는다.
「아무나 오게. 아무나 오게」
부처님은 이렇게 우리를 부르고 계신다.
도랑이 좁고, 흐르는 물이 적고, 연원이 멀지 않으니 촐랑대며 물소리를 낸다. 냇물은 나뭇잎 하나 물위에 떨어져도 친구 생겼다고 반가와 하고, 청개구리 한마리 뛰어들어도 깜짝 놀란다. 이틀 장마지면 넘칠까봐 걱정하고 두 달 가물면 마를까봐 하늘 원망한다.
저 하구에 흐르는 강물이야 흐르는 듯 흐르지 않는 듯 유유히 굽이치며, 사공의 뱃노래 들으며, 바쁜 일도 없이 흐른다. 어디로 가는 길이냐, 누가 오라고 하더냐? 그래도 강물은 말이 없다.
바다는 그 많은 줄기의 강물을 다 받아 들여도 넘치지도 바닥날 줄도 모른다. 온갖 것 다 모아도 썩지 않는 저 바다. 그러나 바다는 그의 몸을 녹여 보이지 않는 물방울을 하늘로 보내고 그것이 구름 되고 비 되어, 눈•서리•이슬되어 밤새도록, 왼 종일 만물을 적셔 준다. 저 많은 중생을 살려 주는 바다. 그 큰 품으로 돌아가자. 귀의하자.
「졸졸 시냇물아
어디로 가니 ?
강물따라 가고 싶어
강으로 간다
강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넓은 세상 보고 싶어
바다로 간다」
냇물이 찾아 가는 넓은 세상. 그것은 부처님의 마음이리라. 그 부처님의 마음을 나의 마음에 새기고, 나의 마음을 또한 부처님의 가르치심, 법혜(法海)에 새김〈印〉이 해인(海印) 아니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