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서하면 흔히 신비스럽고 이상한 종교적 수도행위를 예상하는 사람들이 있다. 번잡한 세속을 등지고 깊은 산 속에서 적막을 벗삼아 고요한 가운데 명상에만 전념하는 수도승 만을 선승(禪僧)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정상적인 궤도를 벗어나 초탈한 비범의 세계를 추구하는 것을 선의 세계인양 알고 있다.
그러나 선은 신비도 이상(異常)도 더구나 초탈한 비범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다. 도리어 선은 평범한 상식으로 적나라한 현실을〈바로 있는 그대로〉 보는 방법을 가르친다.
그런 의미에서 이 두 책은 선으로 가는 길을 잘 제시하고 있다.
오경웅의 「선학의 황금시대」는 당(唐)나라 때 요원의 불길처럼 전개되었던 선종의 오가풍 (五家風)을 중심으로 해서 그들의 특징적인 선지(禪旨)를 명확하게 천명하고 있다. 보리달마에서부터 시작된 선종의 시발점으로부터 한국에서도 가장 영향을 많이 입고 있는 혜능의 사상과 선의 거장인 마조•석두•남전•백장•황벽 및 조주 등의 가풍이 잘 소개되어 있다. 선이란 오늘의 관점에서 한갓 박물관의 진열품이 아니라 우리에게 되살려야 할 생명적 기능을 갖춘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어떤 의미에서 종교 철학적 전문서이면서 또한 현대를 살아가는 현대인 모두를 위해 쓰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따라서 주제가 불교의 선에 두기는 했지만 토마스 버튼 신부(神)의 선에 대한 견해와 카토릭 신인 저자 자신의 해박한 지식으로 오히려 비교 종교학 내지 비교철학적 입장에서 양자를 상응시키며, 동•서의 긴장성을 화해로 유도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적인 불교학자였던 쇼츠크다이세츠(錫木大拙)와의 선에 대한 대담을 부록으로 싣고 있으며 저자 스스로가 일반에게 선에 대한 것을 얼마나 성실히 가르치고 싶어하는지 그 의도를 충분히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선사상」은 선종 사상사를 몇 개의 장(章)으로 나누고 그 역사적 인과 및 전개를 예리하게 제시해 주고 있는데 인도와 중국의 사유에 대한 철저한 분석은 새로운 선종에 대한 시각을 열어 주는 지침서이다.
인간에게 있는 죽음이라는 문제와 그것을 초극하여 견성하려는 인간의 의지를 가장 평범한 필치로 펼치고 있으나 그 평범 속에 섬광과 같은 예지가 돋보인다. 인간은 누구든지 한 번은 죽게 마련인 현실을 외면하고 살지만 선승들은 언제나 죽음을 직시하였고 오히려 죽음과 함께 살았고 언제 어디서 죽음이 오더라도 선뜻 그 죽음을 죽어갔다. 그래서 그들은 죽음의 방향에서 인생의 진상을 보려고 했다.
이러한 삶을 살아갔던 선승들이 어떻게 우리들이 생각하듯이 평범한 일상이겠는가. 그래서 가장 평범한 선승의 생활이 세인(世人)들의 눈에는 이상하게 비쳤을 뿐 오히려 세상이 미쳐 있는 것을 세상 사람들은 아는지….
아무튼 이 두 책은 선의 진수를 오늘의 언어로 생기있게 전하면서도 언어 이상의 것을 가르쳐 주려고 노력한 역저(力著)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