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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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의 소리 - 여연
1985년 11월 45호
어느 때부턴가, 우리가 농촌 땅에 대한 애정의 뿌리가 뽑혀져 버렸던가. 헤아려 보면 얼마되지 않은것 같은데 아득하게 멀어져 가버린 것만 같다.
60년대 초반 서구문화, 기독교문화의 기저를 말고 들어온 산업사회 문명이 우리들 한국인에게 너무도 많은 외적 편리함을 주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서구문명의 이기는 우리민족의 생활환경, 가치구조, 사고양식의 전반적인 존재양식을 뒤바꿔 놓았다. 오랜 세월 농경문화가 이룩한 한민족 공동체의 고유한 얼과 생활전통이 당혹하도록 변질 되었다.
지난 여름 해인사 강당에서 특강을 한 고대의 김교수 얘기가 생각난다.
하늘의 문화(사막종교가 이룩한 기독교 문화)와 땅의 문화(농경사회가 이룩한 동양문화)의 바탕으로 일구어 온 민족사이엔 너무도 많은 갭(gap) 즉 세계의 동질성으로 화해하기엔 참으로 깊은 이질적인 메카니즘이 있다는 것이다. 한줌의 풀뿌리도 걷어 들일 수 없는 메마르고 황량한 사막, 오직 기다리는 것은 저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기적 뿐, 그래서 하늘로 향하는 기구(新求), 그것들이 사막종교의 계시적인 신을 낳았다 한다. 돌아봐도 막막한 그런 땅에선 거두어 드릴 아무런 꿈도 없는 그들은 이웃의 풀밭을 강탈하여 먹고 살아야 되는 것이다. 쟁취하며 소유하여야만 사는 그들의 역사는 타민족을 핍박하고 억압하는 피의 산물이라고 하면 지나친 문화의 독단적인 편견일까.
심은 만큼 거두어드리는 농경문화가 정착한 땅은 어느메 어느골이든 꿈을 피워낼 수 있는 터전이었다. 인간이 땀흘린 에너지 만큼 되돌려 받을 수 있는 환원의 역사, 그래서 다시 뿌려주는 순환의 문화구조, 그 속에 안주한 백성들은 투쟁과 강탈을 모르는 슬기로운 민족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한국의 역사를 되돌아 보면 침략보다 강탈 당한 역사의 상처가 큰지도 모른다. 한 민족이 쌓아을린 역사공동체 문화는 그 나름대로 고유한 특성을 지니고 있음을 안다. 또한 어느 한쪽의 척도로 가치를 헤아리는 오류를 왜 모르겠는가. 우리 삶의 바탕이 된 농경사회가 서구문화를 수용하면서 너무 쉽게 변질됨에 대한 문제를 얘기하자는 것이다.
급하게 서둘러 이룩하려 했다. 그것은 자립경제의 토대 위에서 출발하지 못하여 오늘날 외국 빚이 무려 480억불이나 되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했다. 나라와 나라 사이의 장사 손해가 약 44억달러 그 빚은 국민의 총생산의 50%가 넘는다. 우리 국민의 한 사람당 150만원의 빚을 안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농촌은 정부의 토지문제 저곡가, 저농산물 가격문제, 부동산거래문제, 농협문제로 극한을 치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쌀 한되 값이 중국집 우동 한 그릇값만 못하는 농촌, 그런데 정부는 외국에서 쌀 수입을 67년도에 500만섬을 해오던 것을 지금은 3000만섬이 넘는다. 도시 근로자의 노임을 적게 주기 위해서 쌀값을 묶어두는 저곡가 정책, 그로 인해 땅을 버리고 도회로 몰린 인구가 년 평균 60만명, 도시 인구가 팽창하여 서울은 지옥만 같다. 싸구려 노임마저도 일거리가 한정되어 실업자가 득실대는 우리의 땅은 첨예한 인간의 소외를 낳고 있다. 허울좋은 ‘선진’과 ‘다같이 잘 살자’는 약속 앞에 민중은 병들고 계층은 벌어졌다. 이렇게 허덕이는 데도 영원한 혈맹이라고 우방이라고 노래부르던 미국의 대한(對韓)정책은 어떠한가. 반미운동을 하던 학생들을 용공분자로 몰아부친 엇그제의 높으신 어른들이 미국의 감추어둔 독이빨 앞에 지금은 어떤 심정인가. 약소민족의 경제침략, 문화•경제 식민지화의 가면 앞에 우리는 우리 자신의 민족공동체 운명의 목소리를 발견하여야 할 것이다. 그들이 목청 돋구는 세계의 화해와 평화의 메세지가 결코 동질적인 세계의 목소리가 아님을 우리는 철저하게 읽어야만 할 것이다. 제3세계 민족해방 운동가인 프랑스 파농이 외친 “자기 땅에서 저주받은 자들”의 절규가 우리 땅에도 거세게 몰려오고 있음은 인식해야 할 것이다.
자본주 제국주의의 심한 횡포 앞에 노예화된 민중들이 아직도 빈껍데기의 자유의 모조품을 안고 히히덕대고는 있지 않는가. 특히 종교인은 중생의 인간해방 운동을 대전제로 수행하지 않는가. 오늘, 이 현재의 역사를 모르고 몇 백년 전의 임제와 덕산을 아는 눈은 정작 바람을 가르는 금강보검이 될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