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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사태의 전개와 남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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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편집실 1989년 10월 92호
몸을 태우는 자성과 각오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 일천여 스님과 오백여 재가불자들은 한 팔을 걷고 일제히 불을 붙였다. 몸을 태우는 아픔과 고통을 참고 이제는 진정 ‘불교자주화’를 실현하겠다는 결의의 눈빛이 빛났다. 고요한 정적과 어둠 속에서 연비의식이 거행된 것이다.
이 연비의식 직전에는 9.7 해인사 승려대회 3주년을 기념하여 ‘불교자주화선언문’ 발표가 있었다. 이 선언문은 “불법은 시기와 상황을 인득하여 존재하는 모든 생명들의 상호 관련성과 개방성을 열어 보이고자 함이며 그것은 너와 우리가, 진과 속이, 불법과 세간법이 어우러짐을 말하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오늘날의 한국불교는 지배권력에 종속화 되어 날로 관제어용의 모습이 첨예하게 가속화, 급기야 정치권력은 정권 유지의 수단으로 여러 가지 형태의 법난을 일으키고 있다”고 현실을 진단했다.
이어서 선언문은 “불교의 자주화는 넓게는 인간의 자주성과 창조성을 유린하는 온갖 속박으로부터의 해탈을 의미하며 좁게는 불교를 관제 예속화시키는 외세와 그 대리정권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하는 것”으로 불교자주화를 정의했다. 그러고는 “지금 불교는 엄청난 도전과 시련을 겪고 있다. 외세와 외세의 지배로 인한 민족문화의 침탈은 민족불교의 뿌리를 흔들고 있으며, 외세에 의한 대리정권의 불교 제악법과 예속을 강화하는 탄압술책은 불교의 자주성을 말살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 불교의 새로운 출발은 외세와 관제어용에서 탈피하는 데 있으며 민족의 자주와 자유를 확보하는 길임을 깨닫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따라서 우리는 민족의 사활과 뭇 생명들의 연기적 삶을 위하여 불교자주화를 선언하는 바이다. 아울러 불교자주화를 위해 불교를 탄압, 침탈하는 외세와 그에 관련된 정권에 단호히 투쟁할 것을 선언한다”고 끝을 맺고 있다.
9월 6일 ‘6공 법난 동국사태규탄 범불교도 대회’ 말미에 행해진 위의 선언문 발표와 연비의식이 있기 전에는 강석주 큰스님의 법어와 불교탄압 사례, 단체 입장, 생명서, 국민에게 드리는 글 발표와 결의문 채택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9개항의 결의문은 ■6공 법난 책임지고 노태우 대통령 공개사과 ■공안정국종식하고 중간평가 실시 ■문교․법무장관, 검찰총장 인책 ■양심수 및 구속 불자 석방 ■교육개혁 단행 ■불교내 정치공작 중단 ■학원자주 노력하는 자율대학 탄압 중지 ■동국학원 발전 위해 전불교도 동참 ■범불교도 앞장서서 도덕부재 식민문화 청산하고 민족정기 되살리자 등이었다.

동대 사태의 발발과 전개
8월 31일 저녁 대검 중앙수사부는 20억여 원을 받고 46명의 학생을 부정 입학시켰다는 이유로 동대 이지관 총장과 황진경 이사장을 전격 구속시켰으나 불교계가 즉각 반발하고 나섬으로써 이른바 ‘동대사태’는 일파만파(-波萬波)로 확대되었다.
대학의 최고 책임자와 재단의 대표가 함께 구속된 것은 유례가 없는 일로서 신문과 방송 동은 대대적인 보도를 하고 나섰다. 구속에 즈음하여 맨 처음 반발하고 나선 것은 동국대학교였다. 9월 1일 학생을 비롯한 교직원과 교수 등 일천여 동국인은 빗속을 무릅쓰고 ‘민주동악 자긍심 부활을 위한 범동국인 결의대회’를 갖고, 이번 사건은 학내자주화 움직임에 대한 정부의 탄압이므로 대동단결, 대동 투쟁을 위해 ‘부정비리 진상규명 및 학원자주화를 위한 대책위원회’ 구성을 결의하였다. 보직교수들의 학․처장회의에서도 ‘잘못은 인정하나 형평을 잃은 처사’로 매우 불만스러운 분위기였다고 전해졌다. 동대 내에 이러한 움직임이 있는 가운데 동대 재학중인 스님들의 모임인 석림회와 졸업자들로 구성된 석림동문회(회장:방지하)가 2일 모석간 1면 하단에 전면광고 형태로 이 사건을 6공 법난으로 규정하고 불교 및 학원 탄압을 강력히 규탄, 현정권의 공개사과와 이지관 총장의 석방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를 계기로 동대 사태의 파장은 더욱 심화된 느낌이다.
같은 날 하오, 민불련 간부와 지선스님 구속에 대한 투쟁을 위해 결성된 ‘불교탄압저지공동대책위원회(공동위원장:진관, 명진)’는 동대 사태에 대한 대책회의를 갖고, 이번 사건은 노정권이 최근 집권 2기의 ‘사회개혁’의 목청을 높이면서 일어난 사건임에 주목했다. 표면적으로는 사학 부조리 척결이지만 실상은 공안정국 연장을 위한 자율대학 탄압의 서곡이었던 것이다. 동대는 작년부터 어느 대학보다도 모범적인 학원자주와 민주화를 위해 애쓰고 있는 대학으로 평가받으며 개혁의 도정에 올라서 있었다. 이와 같은 근거에서 공대위는 이번 사건은 노정권이 정략적으로 만만해 보이는 불교종립대학인 동국대를 정치 희생물로 선택한 불교탄압이자 학원탄압으로 규정하는 데에 인식을 같이했다.
그리하여 공대위는 4일 오전 9시 조계사 불교회관 1층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동대 사태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현정권의 기만성과 정략적 불교탄압을 규탄’ 하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회견 후에는 총무원과 야당을 방문, 공대위의 입장을 전달하고 강력한 투쟁과 사태의 본질 파악을 바로 하여 공안정국 종식에 매진할 것 등을 촉구했다.
이보다 하루 앞서 해인사(주지:법전)에서는 林會(의장:혜암 부방장)를 소집, 이번 사태를 명백한 불교탄압이라고 규정하고 이총장의 즉각 석방과 정부의 공개사과 등을 요구하며 다음날부터 공무원, 관광객 등에게 해인사 출입금지를 결정했다. 그리하여 오백여 스님들의 해인사 정문 봉쇄와 연좌기도, 거리시위 등은 5일 이총장이 구속적부심으로 석방되고 다음날인 6일까지 계속되다 이날 낮부터 산문을 개방하였다.
편안한 휴식의 휴일이 지나고 월요일의 새아침이 밝아오자, 조간신문에는 해인사 국립공원 폐쇄소식이 대문짝만하게 보도되고 석간에서는 오전의 ‘불탄공대위’ 기자회견 사진과 기사가 함께 추가 보도되자 파장은 점입가경이었다.
또 해인사 승가대학 동문회에서는 석림동문회의 입장을 전폭 지지하면서 학원 및 불교탄압을 규탄하는 성명을 모석간 신문에 광고 형식으로 발표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당일 오후에는 전국교구본사주지 회의가 조계사에서 개최되어 이번 사태를 중대한 불교탄압으로 규정, 이총장 등이 조속히 석방되지 않으면 전종단 차원에서 투쟁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날 저녁에는 석림동문회가 주축이 되어 스님과 신도 단체 35개가 ‘6공 법난 동국사태 범불교도대책위원회(위원장:방지하조계종종회부의장)’를 구성, 6일 조계사에서의 범불교도규탄대회 개최를 결의한다.
그리고 4일부터는 중앙승가대학 학생, 전국비구니회(회장:혜춘), 동대, 중앙승가대, 전국 16개 승가대학의 교수일동, 대승불교승가회(회장:송산), 대불련(회장:정삼환), 전국신도회(회장:박완일), 태고종(총무원장:이영무), 대구사암주지연합회(회장:초우) 등등의 단체에서도 규탄성명을 발표하고 대전, 부산, 대구 등에서 청년-학생불자를 중심으로 규탄대회를 가졌다.
한편, 동국대학의 총학생회, 대학원학생회, 교직원노조, 조교협의회, 민주동문회 둥은 거의 매일 군소의 대중집회와 회의를 갖고 성명발표 등을 전개하면서 5일에는 ‘자주적 혁신을 위한 공동대책위’를 발족했다.

불교의 득실과 남은 과제
부정입학이라는, 국민으로부터 지탄을 면키 어려운 이유로 두 스님이 구속되고 이에 대해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나섬으로써 ‘한국불교’는 또 다시 나락의 구렁텅이로 떨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기부금 입학제’는 공공연한 비밀로서 일부에서는 양성화시키자는 주장까지 있어온 터였고, 타대학의 경우는 동대보다 훨씬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런데 유독 동대만 총장과 이사장을 전격 구속하고 여론재판에 불언 것은 불교를 경시하는 6공화국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시각에 모든 불교인은 이론이 없었다. 더우기 공안정국 지속과 자율대학 탄압의 시작이라는 본질을 명확히 꿰뚫고 신속하고도 강력히 대응함으로써 불교인의 저력을 온 국민에게 과시하고 학원탄압에 대한 일련의 계획을 초장부터 강력히 제동을 거는 결과를 낳았다. 이로 인해 대다수 국민들은 불교인의 반발을 이해하였고, 현 정권의 의도와 처사에 비판적인 분위기로 변화하였다. 명백한 범법행위라고 큰소리치며 검찰이 직접 구속한 것을 전례가 드물게 신속히 석방한 것은 현정권이 불교계의 강력한 반발에 얼마나 당황했는지를 증명하는 단적인 예로 해석되고 있다.
중생을 제도해야 할 불교가 중생의 고통은 외면하고 우리 문제라고 이렇게 크게 반발하고 나선 것은 한 측면 ‘부끄러운 일’ 이라는 자성의 소리도 없지 않은 가운데 이번 불교도의 신속한 단결력은 매우 귀중한 경험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6일 대화를 주도한 범불교도공대위가 18일 재회동하여 대회평가모임을 갖고 가칭 ‘불교자주화실천협의회’ 준비위원회(위원장:일면)를 구성, 상설적으로 불교자주화운동을 전개할 것을 결의하는 성과를 낳았다. 9월 28일 결성을 예정하고 있는 본 협의회는 일단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으나, 기존의 재야단체 연대 틀보다 더 광범위한 단체들로 구성될 것으로 예상되어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9월 19일 제 97회 조계종 임시 중앙종회에서는 동대사태와 관련, 정부 쪽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면서 앞으로 동대 총장 구속 등과 같은 학원 및 불교탄압이 또다시 행해질 경우 사찰 폐쇄 등 가능한 모든 실력행사를 펼쳐나가겠다고 결의했다. 아울러 사태의 진상 조사와 이사진 교체 문제 등 전반적인 수습책 마련을 위해 월주, 월탄, 지하, 혜법스님 등 17명으로 ‘동대사태수습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이제 동대 사태는 그동안의 대정부성토의 초점에서 이사 문제 등 동대와 불교내 문제로 변화될 전망이다. 물론 정부가 관선이사 파견 등 공권력의 개입이라는 악수를 두지 않는다는 전제이긴 하다. 동대 불교대학과 ‘동국의 자주적 혁신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종회가 열리는 동안 불교회관 앞 조계사 앞마당에서 각각 유인물을 배포하고, 구호와 노래, 피켓시위 등을 전개했다. 이들은 ‘중앙종회에 드리는 글-불교자주화와 종립 동국대학교의 자주적 혁신을 위하여’와 ‘조계종 임시 종회의 책임있는 결의안을 기대하며’란 제하의 유인물을 통해 노태우 정권의 불교 및 학원탄압에 대한 명확한 입장과 실천적 대처방안, 현 이사진의 퇴진을 주장하였다. 그리고 관선이사 파견 등의 공권력 개입이나 파벌인맥의 나눠먹기식 이사선출은 강력히 반대했다. 한 걸음 나아가 건전하고 튼튼한 재정구조로 혁신하고 불교계 및 사회에서 존경과 신망을 받으며 불교자주화의 실천의지 등을 갖고 있는 분을 새로운 이사의 선정 원칙으로 제시했다. 또한 종회에서 ‘종립학교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바야흐로 동대사태는 ‘불교자주화’와 불교유일의 종립대학인 동국대학교 발전 문제가 과제로 등장한 국면에 접어들었다. 원만한 해결을 서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