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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행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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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대 - 성상 1995년 11월 165호
벌써 가야산 정상에는 낙엽이 분분히 지고 있다. 예불 드리러 법당으로 안행할 때에 바리다 보이는 원당암 뒷산이 아침 저녁으로 다르게 물들어 가더니 이제는 완연히 오색으로 물들였다.
엊그제 같은 여름날의 푸르름을 떠올리면서 이제 가을이 되어 붉게 물들어 가는 산을 바라보니 얼마전에 들은 경북대학 어느 교수님의 환경 특강이 생각난다.
그 때 교수님은 `지구가 살아 있다’ 는 이야기를 되풀이 강조했는데, 결국 이러한 모습을 두고 한 말일 게다.
깊은 산중에 사는 덕분에 진정으로 살아 있는 지구의 품에 안겨 늘 자연과 더불어 살고 있어서 그런지 ,우리 절집 대중에게는 지구가 심하게 앓고 있다는 말이 조금은 생소하게 들렸다.
몇 해 전에 지리산 노고단으로 오르는 도로가 뚫린 뒤로는 멀리서 보아도 산이 매우 흉해 보였다. 그런데 올 여름에 가보니 산은 스스로 흉한 부분을 감추려고 온갖 덩쿨을 키워내 깎인 부분을 가리고 더 이상 허물어지지 않게 뿌리를
깊이 내리려고 애쓰고 있는 듯했다. 자연마저도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다시 살려내고 가꾸려고 저토록 애를 쓰는데 우리는 사회의 일그러진 부분을 바로 잡으려고 얼마만큼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승가대학에는 학생 자치 동아리가 여럿 있다. 차 문화를 선도해 가는 다경원, 군 포교에 열의를 바치는 향승단, 재가불자 포교를 위해 힘쓰는 법사단, 그리고 우리 강원의 교지를 편찬하는 수다라 편집실과 사회 봉사를 통해 포교를 하는 신행회가 있다.
처음 강원에 들어왔을 때에 선배 스님들에게서 여러 동아리의 참여를 권고 받았지만 나는 신행회에 가입했다. 무엇보다도 신행회의 실천행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말못하는 자연조차도 허물어진 제 모습을 되찾으려고 서로 엉킨 채로 몸부림 치는데 , 우리 이웃의 아픔을 그들 지신들만의 아픔으로 돌리기에는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나의 작은 노력으로나마 그들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을 안겨 주어 건실한 모습으로 우리의 사회에서 실아갈 수 있도록 하고 싶어 신행회에 가입했다.
신행회는 부산에 있는 중앙회를 중심으로 하여 전국 곳곳에서 저마다 독립적으로 활동을 펼치고 있다.그들 각 지회마다 독자적으로 신행 활동을 하고 있으며 , 해마다 두 차례씩 전국의 신행회가 모여서 각지회의 활동 상황을 서로 주고받는다.

해인사 신행회는 어느지회에 못지 않게 많은 사회적인 활동을 한다. 특히 대구 등불의 집 돕기와 맹인 불자회 점자 경전 출판돕기 , 그리고 대구 소년원 돕기 들과 같은 신행 활동들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부모가 없는 소년들을 데려다가 친자식처럼 돌보는 대구 등불의 집 처사님의 활동에 적으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리는 마음에서 신행회 학인 스님들은 그들을 위하여 힘 닿는 데까지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그 처사님의 활동은 처음에는
가정이 없는 아이들 열세 명을 모아 놓고 단칸셋방에서 어렵사리 시작한 것이지만, 이제는 독립된 주택을 마련하여 편리한 공간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또 한편으로는 아이들의 정서 순화를 위하여 가르친 사물놀이가 이제 여러 곳에서 공연을 하는 수준으로까지 되었다.
대구 등불의 집 활동의 하나로 강원 스님들이 그 곳 아이들과 함께 축구시합을 하기도 했다.또 그 아이들을 초청하여
가야산의 아름다운 모습과 명실공히 한국 불교의 성지이기도 한 해인사도 구경시켜 주었으며, 그러는 가운데서 그들의 외로움을 달래 주면서 자연스럽게 불심을 심어 주었다고 자평도 해 본다.
그리고 학교에 다니는 소년들에게는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이들이 부처님의 가피 속에서 따스한 가족의 정을 쌓으며 잘살아주기를 기도하는 것도 우리 신행 활동에서 중요한 몫이다.
한편, 대구 소년원에서 달마다 둘째 주 화요일에 정기적으로 법회를 연지도 벌써 두해가 넘었다. 지금 소년원생은 삼백 명에 이르고 있다. 매주 수요일에 종교시간이 있지만 관심 있는 불교단체의 지원이 미비하여 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실 학인 스님들이 이 종교시간을 맡아서 인도해 주면 좋겠지만, 학인의 처지에서 매주 대구까지 나가서 신행 활동을 하는것은 보통 어려운 문제가 아닌지라 몹시 안타깝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대구 시내에 있는 사찰에서 좀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교화에 힘써 주기를 바랄 뿐이다.
한달에 한번뿐인 법회지만 이 달에는 친선 체육대회를 대구 소년원에서 가졌고, 지난 봄에는 그들을 해인사로 초청하여 강원과 체육대회를 가졌다. 이번에도 많은 스님들이 기꺼이 참여하여 주셨으나 운동장 사정으로 우리 강원의 주종목인 축구는 하지 못하고 배구와 족구를 했다. 그날만큼은 원생들도 그들의 아픈 과거를 잊어버리고 여러 스님들과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가진 듯이 보였다. 여건만 허락하면, 교화의 방편으로 이들과 체육 행사라도 좀더 자주 갖기를 바란다.
올해의 주요 활동 계획으로는, 가을이 깊어 겨울에 그자리를 내어 주는 이 달 25 일에, 강원의 여러 동아리들이 힘을 합하여 소년소녀 가장돕기 일일찻집을 여는것을 계획하고 있다. 지금까지 활동을 해 오면서도 이러한 수익 활동은
처음이라 경과가 어떨지 나 자신도 궁금해진다.
지금까지는 다행히 도반 스님들의 적극적인 동참으로 표를 많이 팔았지만 우리가 계획한 모금액을 충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러나 우리의 힘겨운 시간시간으로 어린 소년소녀들의 힘겨움이 덜어진다는 생각에 늘 새로운 힘이 솟아 난다. 우리가 하는 바 목적이 선량하기에 제불보살의 큰 도웅이 있어 무사히 회향하리라 기대해 본다.
만일 이번 행사가 화보에 실리어 후원 회원들에게 전해지면 그 분들 또한 크게 기뻐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때까지의 활동은 모두 회원들의 후원금으로 해 왔는데 이번에는 우리 신행회 자체에서 수익 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얼마전 원주 소쩍새 마을 일로 세상이 떠들썩할 때도 많은 후원회들이 별 다른 동요없이 후원을 아끼지 않은 것을 보면 해인 신행회는 이제 우리 사회에서 견실하게 발판을 다진 것 같다.
사실 이러한 신행 활동을 하다보면 승가 본연의 자세가 흩어지지 않을까 늘 염려되는 바가 없지 않지만, 유마거사의 법문을 되새기며 대승보살의 길을 뚜렷이 걸어 갈 것을 다짐해 본다.

벌써 삼경종 소리가 들려 온다. 오늘 하루도 마감해야겠다. 본연의 수행 자세와 보살의 길 그 어느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을 지닌 삶을 살고자 꿈속에서도 다짐해야겠다 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