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종교인들에게 나라의 미래가, 크게는 인류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그런 만큼 우리 종교인들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로, 우리는 우리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는 종교적 독선으로부터 자신의 자유를 되찾아야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지금 국교가 없습니다. 불교가 통일신라 고려 때의 영화를 아무리 그리워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전생의 이야기에 지나지 않으며 , 기독교가 모든 국민에게 은혜 받을 기회를 주고 싶어해도 생각같이 안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또 설령 자기의 종교가 국교가 된다 해도 그 순간에 바로 세상이 하나님 나라, 부처님 나라로 바뀌는 것도 결코 아닙니다.
그것은 참된 구원과 이상 세계는 신앙의 깊이에서 오는 것이 이니라 바른 삶의 자세에서부터 비롯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바른 삶의 자세를 지니려면 먼저 타종교와 그 종교인에 대한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사랑과 자비심이 앞서야 합니다. 남의 종교를 음해하고 타종교의 성물을 훼손시키는 일들이 일어나게 해서는 안 됩니다.
타종교를 시기하고 비방하면서 툭하면 “저놈들 짓 이니냐”고 생각하는 피해 의식과 패배감에 젖어 있어서도 안 됩니다.
나는 옳은 것이 커 보이고 남은 그른 것이 커 보이는 사람들의 부질없는 마음을 더욱 부채질하지 말아야 합니다.
둘째로는, 우리의 삶을 파괴시키고 있는 갈등을 해소하는 일에 앞장서야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분단이라는 이름의 역사적인 계절을 살고 있습니다.
남북사이의 국토 분단뿐만이 아니라, 영남과 호남의 지역 감정적인 분단 및 계층사이의 경제 심리적 분단에다
이제는 종교인들의 신앙적인 분단 상태까지 겹쳐 , 이 분단의 계절이 가져온 갈등을 더욱더 무르익게 하고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이런 분단과 갈등의 상태에 머물러 있을 수 없습니다.이제 불신 시대를 청산하고서 가치관의 혼란으로부터 이 사회를 바로 세워야 합니다. 비난보다는 애정어린 비판이 인정받는 풍토가 이어져야 합니다.
그 부딪침이 서로를 깨뜨리는 것이 아니라 밝고 창조적인 불꽃을 얻어내는 것이어야 합니다.
셋째로, 참된 신행 실천을 통하여 자기 자신을 꾸준히 닦아 가야합니다.
설교 내용을 역행하는 일상생활로 나날을 지내거나, 신앙에만 빠져 그것을 행동으로 옮겨 소금이 되고 향이 되도록 하는 일을 소홀히 한다면, 광신에 이르게 되든지 아니면 신앙은 한낱 장식에 지나지 않게 됩니다.
세속적인 욕망과 유혹이 끊임없이 줄을 대는 생활속에서 휩쓸리지 않고 포기하지도 않으면서 자기 자신을 지켜나가는 일이야말로 참된 복음화의 길이며 또한 정토 구현에서 빠뜨릴 수 없는 일입니다.
종교인이 이것을 포기하는 것은 자신을 위선자로, 그의 종교를 아편으로 만드는 일이 될 따름이며 ,무엇보다도 이 세상을 썩게 하는 지름길입니다.
어려운 길을 걷고 있는 많은 종교인들에게 오체투지의 예를 올리며 드린, 외람되고 건방진 얘기를 여기서 이만 접습니다. 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