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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정시(夕汀詩)의 불교적 해명, 우봉규-당선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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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상 응모 - 우봉규 1990년 06월 100호
이제, 정말 고향으로 가는 짐을 꾸렸다. 꼭 20년 만에-책 몇 권, 옷 몇 가지, 그리고 담배.
그러나 그렇게 가져가지 못할 것들이 있다. 앉았던 자리의 방석을 털듯이 훌훌 털어버릴 수 없는 것들-언제까지나 함께 있고 싶은 실장님·정혜·눈섭·윤정·상준·화영·수호·종남·태팔·옥경·경숙·진희·인혜·재면·명자·승태·혜진·지엽·미선·길숙-불지사의 꽃같은 얼굴들.
이 먼지 자욱한 도회에 살면서 나는 언제나 나의 마을 그 동구밖을 살았듯이 이재 그 동구밖 어느 편에서, 오히려 버섯처럼 어우러 살던 충무로 이곳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하늘을 떠가는 구름처럼 어느 곳에도 머물지 않고자 했던 나의 문학이 이제 저 그리운 얼굴들로 하여 오래도록 한 곳에 머물 수 있기를…
나는 대답할 수 없다. 이 창백한 얼굴로. 나는 대답할 수 없다. 이 가녀린 손으로 그곳에 가서 무엇을 하느냐고 물으면…그곳은 황폐한 곳이고 외롭고 쓸쓸한 나의 사람들이 사는 가난한 곳이다. 결코 내가 도피할 수 없는 곳이고 결코 내가 안락할 수 없는 곳이다.
굳이, 굳이 누가 내게 끝까지 그곳에 가는 이유를 묻는다면 나는 대답할 수밖에, 나의 마을 그 서산 밑으로 떨어지던 빠알간 노을-그 노을빛의 시(詩)를 위해서라고…
해인지의 거듭나는 발전을 기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