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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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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가의 얼과 멋 - 편집실 1995년 11월 165호
만추의 가을날, 바랑을 메고 찾아간 산사에서 늦은 저녁 공양상을 받는다. 도량에는 감잎 쓸리어가는 소리가 문풍지를 울리고, 후원 아궁이의 장작 타는 연기가 할배 삼지담배의 구수한 내음처럼 잃었던 추억들을 몰고와 내 코 끝에 내려 앉는다.
저녁상을 물리고 노공양주가 가져온 다식, 아주 오랜만에 보는 우리의 전통 과정류이다. 베시시 한입을 깨문다. 달게 감도는 그 맛에 아득히 먼 시간대의 추억이 있다. 정다웠던 사람들 따뜻했던 기억의 순간들이 금방이라도 손 내밀 것만 같다. 한 입의 다식에도 젖어드는 눈망울, 추억은 이렇게 가까이 있는 것일까?
지금은 보기가 아주 힘들었지만 예전에는 혼례나 잔칫상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다식이었다. 으레 상에 놓이는 과정류의 하나이다. 쌀, 밤, 콩 등을 꿀이나 조청에 반죽하여 다식판에 박아서 글자, 기하문양, 꽃문양 등을 찍는다. 다식이 언제부터 우리의 의례상에 놓였는지 잘 알 수는 없지만 「목은집」에 “팔관회에 썼던 다식의 맛이 연하고 좋았다”는 시가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고려 때부터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옛 적 우리네 어머니들은 그랬었다. 집안에 큰일이 있을 때면 긴긴 밤을 꼬박 밝혀 큰 일에 쓸 다식을 손수 만들곤 하였다. 어머니의 분주한 손길 곁에서 졸음도 잊은 채 바라보던 그 신기해 하던 아이의 초롱한 눈.
이제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름답게 산다는 것은 옛 것을 잊지 않고 추억의 시간을 되새기는 일이라고.
도략에는 여전히 감잎 쓰는 소리가 추억의 먼 시간을 향해 길 떠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