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제까지 42년 동안 많이 살았다. 이제는 이 세상을 하직한들 누가 아깝다 하랴. 인생은 본래부터 고(固)와 낙(樂)을 함께 하며 사는 것, 나만이 괴롭게 살았다고 할 수도 없고 나만이 남보다 즐겁게 살았다고 할 수도 없다.
몸이 아프면 아플수록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만 줄뿐 무슨 이익을 주겠는가. 그리고 이제 20년 혹은 30년을 더 살아본들 이 세상을 위해 얼마나 좋은 일을 하겠는가. 환히 알 수 있다.
그러니 이렇게 괴로울 때는 죽어도 괜찮겠다고 생각된다. 죽으면서 생에 대한 애착이나 어떤 물건에 대한 애착을 가질 수도 없거니와 죽음 앞에서 무엇이 그리 귀중하겠는가.
내가 쓰던 물건, 내가 보던 책, 내가 조금은 애착을 가졌던 모든 소유물이 이제 다 소용이 없구나. 미련없이 떠나는 것이 나에게는 더 없는 즐거움이리라.
이 목숨 떨어지면 화장장에 가서 태워 버리면 그만이요, 내 몸의 일부가 필요하다면 다른 데 써도좋을 일이다. 누가 뭐라 하겠는가. 내 갖고 있던 물건들 누구라도 갖고 싶은 이 있으면 가질 것이요. 이 절집은 절집으로서 계속 유지하면서 괴로움 속에 사는 사람이 와서 기도 참선하는 도량이 되게하면 그 보다 더 좋은 일이 있겠는가. 다만 너무 돈을 탐한다거나 재산을 탐하는 자는 갖지 말기 바란다. 봉사하는 마음 자세로 모든 사람의 괴로움을 덜어 주는 유능한 사람이라야 할 것이다.
내가 이제 떠나면 다시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랴. 할 말이 있을들 어떻게 전하겠는가.
이제 그만 끝이다. 내가 알고 있는 여러 스님들, 그리고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던 스님들, 여러 신도들, 내 가까이서 나의 괴로운 모습을 지켜 보던 보살들, 모두 오래 오래 잘 살다가 천수를 다 누리고 다음 부처님 나라에서 다시 만나 뵈옵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 편집자 주 : 이 글은 지난 12월 4일 세수 42세로 입적한 학능(學僧) 포월혜업(布月 慧業) 스님께서 사바에서 마지막 남기신 글이다.
스님은 지병으로 인하여 오랜 병상에 시달리시다가 사지백절(四肢百截)을 도려내느 ㄴ진통속에서도 정신을 차려 이러한 글월을 남겼다. 그러한 경황에서 이런 글을 남긴다는 것은 정말 안심입명이 아니고서는 어려운 일이다.
스님께서는 생전에 학처럼 고고하게 사시었으며 「선종영가집」을 비롯한 저술을 통하여 제도중생하심을 늘 염원하시었다.
스님의 간절한 유문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기며 삼가 스님의 명복을 두손 모아 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