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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은혜에 감사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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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여여행 1985년 12월 46호
톱니바퀴처럼 바쁜 일상(日常)을 살아가는 우리네들은 시간에 쫓기고 일에 쫓기고 자신의 삶에 쫓기다 보니 어느 사이에 하루가 한달이 일년이 지나간다.
해마다 맞이하는 섣달 이맘때 쯤이면 거리는 들뜨고 바삐 걸어가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서려있는 듯이 보이고 또 한 살을 더 보태어야 하는 내 가슴에도 까닭 모를 미련 같은 것이 남는다.
서민들의 생활이 항상 그러하듯이 우리에게 무슨 큰 계획이나 꿈이 있으랴마는 을축년 종점에서 뒤돌아보니 잘한 것도 잘못한 것도 없는 평범한 한해였던 것같다.
무사(無事), 아무 일 없는 것이 얼마나 큰 다행인가 그것 모두 부처님의 은혜라고 생각한다.
아이들 잘 자라고 가정이 화목한 것 이상 가정 주부가 더 무엇을 바랄 것인가. 그러한 무사한 날들이 계속되어 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런 저런 일로 부처님께 자주 가지 못하고 스님들께 자주 법문 청하지 못한 일들이 아쉽기도 하지만 그래도 삼월 불사를 비롯한 해제, 결제일에는 큰스님들 법문을 들을 수 있었고 그때 마다 가야산의 봄과 무성한 여름과 아름다운 가을빛을 멀리서나마 볼 수 있었다. 그런 나의 수도행은 누구보다도 풍성하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쌓여 있다.
나는 그런 기회가 있을 때 마다 더욱 더 진실한 불자가 되기를 다짐한다.
불교적인 지식을 많이 가진 불자가 아니라 진실한 자신의 삶을 잘 다듬고 간추리고 겸손하며 자신의 분수를 아는 불자가 되어지기를 염원한다.
나는 잘 산다는 것이 아직 무엇인지는 잘은 모르지만 권력이 있고 돈이 많고 사회적으로 명예를 가진 것만이 잘 사는 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것보다는 자신의 삶이 덕있게 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덕이 있는 곳에는 외로움도 굶주림도 서글픔도 없으며 항상 따뜻한 이웃이 있다는 「덕불고필유린」(德不孤必有隣)이란 말과 같이 큰 나무가 그늘을 이웃에게 나누어 주듯 그런 삶이 되도록 언제나 기도하련다.
섣달을 보내면서 후미지고 어두운 그늘에도 부처님의 은혜가 있기를 염원하며 조용히 새해를 기다리련다. 나무 불.법.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