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살면 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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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김덕수
1985년 12월 46호
이 시대를 풍요롭게 살지 못하고 연탄 걱정, 김장걱정으로 사는 우리의 이웃들에게 훈훈한 인정이 필요한 때이다. 그래서 이맘때만 되면 소위 불우이웃돕기 운동이 사방 팔방에서 벌어지는데 과연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물질적인 풍요뿐일까? 아닐 것이다. 비록 춥고 배고플지라도 떳떳하게 사는 이에게는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이 오히려 더 불쌍하고 애처로워 걱정이 될 것이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생활의 지침으로 삼았던 세마디의 말을 진정 가난한 마음을 가진 이들에게 연말연시 선물로 줄까 한다.
고교시절 담임 선생님께서는 늘 깨어 있는 사람이 되라 하시면서 「눈을 크게 뜨라」고 하셨다.
모든 사물을 보는데 있어서나 돌아가는 세상 일을 볼때 크게 뜬 눈에는 모든게 다 좋아보이고, 작게 뜬 눈에는 우물속의 개구리처럼 한가지 밖에 안 보이니 눈이 나쁜 사람이란 소리를 듣게 마련이라면서 모든 일에 자신감을 갖고 임하라는 것이다.
여름 수련대회에서 참으로 맑은 모습으로 닥아오신 어느 스님께서는 걸림과 머뭄이 없는 선승(禪僧)이시었는데 욕심 많은 마음, 탐내는 마음이 모여 어리석은 질문을 던졌다.
『 스님,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요?』
『 이렇게 살면 되지 않습니까?』
『그냥 한꺼번에 왕창 벌고 싶거던요』
『 무엇이 그리 바쁘십니까?』
잔잔한 호수에 던진 한 개의 돌맹이가 일으킨 파문은 세월이 가면 갈수록 더 크게 보이고 있다.
욕심을 다 비워버린 큰 그릇에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으나, 욕심장이의 작고 꽉찬 그릇에는 아무것도 담을 수가 없으니 이것을 지혜로운 이는 미리 알고, 어리석은 이는 경험을 한 뒤에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데 그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우리들이 늘 염송하는 천수심경중의 도량찬 마지막 구절처럼 영원히 편안하고 건강한 땅(北方永安康)에 사시는 어떤 거사님은 믿음과 확신을 갖고 생활하는 불교인이 되라고 하셨다.
“물이 흐를때 바위가 있다고 해서 그 바위를 부수고 가더냐, 아니다. 법이란 바로 물이 흘러감이니 순리대로 살아라” 하시면서 오늘은 어제와 같이 내일은 또 오늘과 같은 변함없는 나날을 감사하는 마음, 기뻐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라고 하셨다.
이렇게 살자. 우리 모두 가난한 이웃이 되어 섣달그믐날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면서 가슴과 가슴을 열어 참회하고, 밝아오는 새벽을 기다리며 중생심이 묻어 나오게끔 염불하며 새해 새 아침을 맞이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