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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저녁의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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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홍영상 1985년 12월 46호
오늘 아침, 달력이 마지막 한장 임을 발견하게 됐다. 올해도 한 달을 남겨두고 있을 뿐이라는 감회로 해서 오늘은 여러 가닥의 상념이 엉키는 일요일 아침이다. 일요일마다 업무를 쉬는 것이 이십년 가까운 나의 바램이요, 하나의 소박한 꿈이기도 하지만 아직도 그것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한 달에 두번, 첫째와 세째 일요일만 쉬는 업무 패턴으로 해서 대부분의 우리업의 종사자들은 13일 근무 후나 20일 근무 후 하루를 쉬게 된다. 두 주일이나 세 주일을 휴식없이 일만 계속한다는 것은 그러한 생리가 몸에 베인 나와 같은 사람이 아니고서는 상당히 어렵고 지겨운 일일 것이다.
일요일 없이 일하는 나를 보고 가까이 사귀던 어느 외국인이 워커할릭(Workholic)이라고 한 적이 있다.
일에 중독된 사람, 일벌레 이런 뜻으로 말했을 것이다. 일 밖에 모르고 휴식을 모르는 사람, 인생의 여가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 여유가 없는 사람 등의 부정적인 면이 더 강조된 말임을 알 수 있다.
일주일 중에서 닷새를 열심히 일한 수입으로 주말의 이틀을 열심히 즐기는 그들의 눈에는 내 생활이 좀 측은하게 보일까?
잘 사는 당신네 나라의 경제 수준을 단시일 안에 따라 잡기 위하여 우리는 당신네들이 즐기는 주말에도 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대답은 해주었지만 이십 여년의 나의 이와같은 생활방식으로 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일 중독증 환자가 된 것은 아닐까?
두 주일이나 세 주일의 연속근무 후 토요일 밤에 퇴근을 하면 여느날 보다 즐겁고 부푼 마음의 상태가 된다. 오늘 밤부터 일요일인 내일의 하루 종일하고도 밤까지, 상당히 긴 시간을 내시간으로 가질 수 있다는 즐거움에서이다. 토요일 밤의 이 기대감은 국민학교에 다니던 어린 시절에 새하얀 도화지 한 장을 앞에 놓은 기분과 같다.
백지 위에 그냥 낙서를 해도 좋고, 그리고 싶은 누구의 얼굴을 그려도 좋고 무엇으로 채워도 좋은 자유가 있었기에 어럴적 백지 한 장을 앞에 둔 기분은 내일 하루 종일을 백지와 같은 상태로 둘 수 있는 지금의 토요일 밤과 같은 것이다.
오랫동안 적조했던 멀리 있는 친구에게 편지 쓸 일, 정원의 나무손질, 읽고 싶던 책, 미루어 오던 피아노 연습, 가까운 앞산에라도 가서 맑은 공기 마시며 운동을 하고 싶고, 차를 타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겨울가로수가 늘어선 황량한 빈 들판을 달려도 보고 싶고…
대부분의 경우 하고픈 많은 일 중에서 한 두가지도 옳게 못하고 부족했던 잠이나 채우고 아이들 공부나 좀 보아주는 걸로 일요일이 지나가 버리고 말지만 쉴수 있는 일요일을 앞에 둔 토요일 밤만 되면 항상 이처럼 부푼 기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