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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 한 해를 보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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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시명 1985년 12월 46호
흔히 한해를 보내면서 우리는 다사다난(多事多難)한 한해였다고 말하거나 한해를 보내려고 하니 새삼 감회가 새롭다느니 만감(萬感)이 교차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렇게 말하는 이면에는 모두 세상을 살아 가기가 그렇게 쉽지 않다는 이야기이리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사바 세상인데 어떻게 쉽기만 하랴. 사바세상이란 말이 이미 견뎌야 하는 세상, 참아야 되는 세상이란 말이 아니든가. 살아 가노라면 정말 잊어 버릴 수 없고 또한 참기 힘든 일도 많지만, 그 반대로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도 참 좋은 일도 있게 마련 아닌가.
그러나 이제 지나간 모든 것들을 모두 놓아 버리고 잠시, 조용히 이 때까지의 삶을 관조(觀照)해 보아야 할 때에 우리는 와 있는 것이다.
해인사의 동구에는 첫 눈이 내렸다. 나뭇잎이 다 떨어져 버린 겨울나무 위에 새하얗게 첫 눈이 내린 것이다. 이제 나무들은 불어 오는 바람에 가녀린 가지를 흔들뿐 정적(靜寂) 속에 싸여 있거나 깊은 사념의 골짜기에 침잠하고 있다.
옛날 스님네들은 12월을 납월이라고 하며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인 우리의 생을 마감하는 달이라고 생각했으며 세월에 당도하여 그냥 죽어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육신의 껍질을 홀가분하게 벗어 버리고 그리던 고향에라도 가는 사람처럼 이승을 떠나는 달이라는 말이었다.
이 험하고 견디기 어려운 사바에 무슨 미련이나 애착이 있을 것인가. 봄 바람에 꽃잎이 이울듯이 푸른하늘에 구름이 흩어지듯이 그들은 그렇게 아름답게 산화(散化)해 갔던 것이다.
「해인」이 출간 된지 어언 4년, 처음에는 조그마한 팜플렛에서 금년 3월에는 문공부에 월간지로서 등록을 하였고, 지면도 8면에서 32면으로 늘이고 명실공히 불교의 포교지로서 그 사명을 다 하려고 노력해 왔다.
이렇게 발전하게 된 데에는 전 주간이셨던 향적스님의 크신 공덕과 은혜를 잊을 수 없다.
그리고 「해인」의 가장 큰 힘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언제나 지켜 보아 주시는 여러 독자들의 성원과 격려가 큰 힘이 되어 주었고 주위에서 염려해 주는 여러분들의 따뜻한 말씀들은 그때 그때 새로운 디딤돌을 놓는데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는지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
창간호부터 표지를 맡아 주신 고현 교수님의 표지화는 한층 「혜인」을 돋보이게 해 주었으며, 변함없이 우뢰와 같은 목소리로 우리들의 번뇌를 씻어내 주시는 방장스님의 법문과, 새로운 시각으로 근본불교에 대한 예리한 분석과 인식 작업을 계속하시는 법성스님의 부단한 정진에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 밖에 지면을 빛내어 주신 분들과 더 나은 「혜인」이 나오도록 밤 늦게 혹은 이른 아침에 숙의와 숙의를 거듭해 주신 편집위원 스님들과 밤 늦게까지 식자를 쳐 주시고 인쇄를 맡아 주신 새한의 모든 가족들께도 감사를 드리고 싶다.
올혜 「해인」의 행사 가운데서 큰 일만 다시 간추려본다. 5월에 동화백화점에서 열렸던 불교용품 바자회는 해인사의 큰 스님들께서 직접 격려해 주시고 「해인」지를 위한 많은 사람들의 따뜻한 관심과 애정은 운영에서 오는 피로와 찌증을 잊게 해 주었으며 이를 통하여 불교문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여름 해인가족 여러분을 위해 빗 속에서 이루어졌던 수련회(야단법석)와 선다원 개원이다.
대구 지역에서 불교문화의 선구적 역할을 담당하려고 노력해 온 「해인」에서는 계절 강좌를 개최하여 지면을 통해서 뿐 아니라 직접 필자가 된 스님들과의 강의나 대화의 창을 마련하였고 이러한 일련의 작업들은 불교에 대한 인식을 구체화 시키려는 노력이었다.
아직도 운영에 대한 미비점이 많이 남아 있지만 선다원의 운영은 꾸준히 노력해 나갈 생각이다.
언제나 뒤돌아 보면 이루어 놓은 공적과 함께 늘 그만한 부끄러움을 동시에 동반하고 있다.
철저하지 못한 독자 관리, 무성의 했던 편집, 잘못된 발송사고 등 부끄러운 점도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여러분의 「해인」은 그냥 이대로 만족하면서 주저 앉지는 않을 것이다. 새해에는 더욱 내용도 알차고 힘찬 전진을 계속해 갈 것이다.
이 전진 뒤에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여러분들의 박수와 격려와 노력이 함께 있다는 것을 「해인」은 생각할 것이다.
해인가족 여러분 모두 부처님의 은혜 속에서 새해를 맞으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