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을 만난다는 건 역시 흐뭇한 일임에 틀림없다. 좋은 책은 우리네 의식 한 부분을 새롭게 트이게 하며 때로는 거칠어 가는 영혼의 들을 넉넉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책을 가지는 일은 조촐한 내 삶을 확인하는 또 다른 방법일 수도 있다.
지식과 정보를 위한 시대라고 할만큼 많은 출판물이 범람하는 요즘, 좋은 책을 만나기란 그리 흔치 않다. 한 권의 책이 아무런 책임의식 없이 상혼에 휩쓸린다면 건전한 출판문화는 흔들리고 만다. 그 책임이란 바로 우리의 심성을 밝히는 일이다. 새삼 말할 필요도 없이 책의 역할이 단순히 지식과 종보의 전달에 그친다면 감각은 자재능력을 상실하고 삐뚤어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우선 ‘해인’은 이러한 책임의식이 돋보인다는 점에서 좋은 책으로 선정될 수 있을 것 같다.
고루한 사보(寺報)식 수준을 벗어나 한 가지 색깔을 고집해 왔다는 사실만으로 해인지는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고 본다. 다시 말해 편협되고 고정된 시각에서 탈피해 불교내부의 고질적 문제들을 개혁하려는 의지와 함께 대사회적인 쟁점이나 문제점들에 무관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해인’지가 보다 적극적으로 현실문제에 동참하고 민중의 삶과 유리되지 않는 의식있는 책으로, 종래의 포교지 개념을 새롭게 정립시켰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해인지는 의무만이 아닌 책임을 가진 불교계의 몇 안되는 권위있는 포교지로 자리잡았다. 이제 지령 100호를 맞아 한 권의 책이 가지는 책임의 무게를 거듭 실감하였으면 한다. 앞으로 ‘해인’지 차원의 내실있는 포교가 실시되어 해인사가 수행위주의 안일한 도량이 되지 않게 만드는 것 또한 ‘해인’지가 해야할 일이라 본다.
지령 100호를 축하드리며 세상의 넉넉한 숲이 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