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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챙이와 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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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담는 오솔길 - 진명 2000년 09월 223호
깊은 산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맛을 알고 서늘한 바람이 전해주는 소식을 아는 사람이라면 도심의 생활에서 벗어나 심신의 기운을 재충전하는 탈출구 하나씩 가지고 살아갈 것이다. 그 탈출구가 산이든 바다든 작은 오두막 같이 심신을 고요하게 쉴 수 있는 곳일 게다. 나에게도 그런 곳이 있다.
가끔 방송실에 앉아 마이크가 무겁게 느껴질 때, 옹달샘 없는 산처럼 마음이 팍팍해 질 때 문득 길을 떠난다. 비록 몸이 깃든 곳은 네 평 토굴이지만 온 산천을 도량으로 삼고 사시는 스님을 뵙기 위해서다. 나무를 하고 작은 텃밭을 가꾸는 일에 적절히 시간을 할애 할 줄 아는 스님이 정진하는 모습은 여러 마디 말이 필요치 않는 선지식이다. 수행자는 누가 알아주는 즐거움이 아닌 자기 즐거움으로 산다. 편리함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는 답답하고 불편하기 그지없는 곳, 전기도 전화도 그 흔한 가전제품 하나 없는 곳, 전기세 수도세 한푼 내지 않아도 살 수 있는 곳. 그곳에 사는 스님은 어떤 부자보다 넉넉하고 충만하게 정진하고 있다.
자동차가 갈 수 있는 마을까지 가서 가파르고 작은 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면 작고 단아한 네 평 짜리 집이 있다. 칡꽃 향기가 진동하는 계절, 작은 오솔길을 따라 야생화도 다양하고, 손바닥만한 작은 텃밭에서 자라는 채소도 들꽃처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그 네 평 남짓한 토굴 옆땅에서 솟아나는 가느다란 물줄기를 이용해 작은 연못을 만들고, 산 생활이 뻑뻑하게 느껴질 때 산 그림자 바라보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곳으로 배려를 했다. 예전에 방문했을 때는 연못에 하얀 색 분홍색 수련이 옹기종기 피었었는데 수련이 보이지를 않았다. 그 연못에 수련은 우여곡절 끝에 스님의 작은 방 앞으로 이사를 하게되었고, 이제 겨우 몇 송이 하얀 수련을 피운다고 했다. 수련이 그곳으로 이사를 하게 된 연유는 올챙이와 싸우다 삼진 아웃 당하고 하는 수 없이 이사를 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그 작은 연못에 봄이 되면 동면에서 깨어난 개구리가 알을 낳고 산란터로 자리를 잡는 단다. 처음 토굴을 마련하고 도량 주변을 정리할 때 경험이 없던 터라 작은 연못에 수련을 심고 수련이 잘 자라 꽃을 피우기를 기다렸는데, 웬일인지 수련은 꽃도 피우지 못하고 심지어는 잎과 줄기조차 제대로 피우지 못하고 없어지고, 또 심으면 없어지고 해서 참 이상하다 생각하면서도 그 이유를 찾아내지 못했었다고 했다.
봄이 되고 햇살이 따사로워지자 개구리가 동면에서 깨어나 찾아오고 연못에 물의 온도가 적당해질 때면 개구리가 알을 낳고, 그 알이 올챙이가 되고 오월이 지나면서 그 작은 연못에서 들리는 개구리 울음 소리는 제법 들을만 했는데, 문제는 수련과 더불어 살지 못하는 올챙이들의 극성이였다. 어느날 올챙이가 한참 헤엄치고 다닐 때 연못가에 앉아서 가만히 올챙이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있는데 이게 웬일인가......글세 올챙이가 계속 어린 수련의 줄기와 잎을 갈아먹더라는 것이다. 올챙이 식구가 얼마나 많은지 몇 일이 지나자 수련은 줄기도 보존하지 못하고 다 사라졌고, 그래서 다음해 다시 수련을 튼튼한 것으로 심었는데 역시 마찬가지 였다고. 하는 수 없이 올챙이를 물통에 담아서 아랫녘 논에다 이사시키는 수고를 해야 했고, 다음 해에는 안 오겠지 안심하고 수련을 심었단다. 그런데 어떻게 그 먼길을 찾아오는지 스님한테 반항이라도 하듯 개구리 울음 소리는 더 우렁찼고, 그렇게 올챙이 이사시키기를 삼년을 거듭하고 나서야 스님의 올챙이와의 싸움은 완패로 끝이 났다고 한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작은 방 앞에 땅을 파고 더 작은 연못을 만들고 수련을 심을 수가 없어 옹기에다 뿌리를 담아 연못에 넣어 두었더니 고맙게 꽃을 잘 피우고 있다고 넉넉한 웃음을 지으셨다. 올챙이에게 삼진 아웃당한 이야기를 하시는 스님의 모습에서 산중 토굴생활의 재미를 짐작할 수 있었다. 산에서 내려오는 客의 마음 길은 가볍웠고 등뒤에 남은 스님의 미소만큼 알 수 없는 충만이 깃들었다.
매일 아침 방송실에 앉아 느끼는 마이크의 무게와 지나가는 시간의 공허함도 잊고 잿빛 도시로 다시 돌아 올 수 있는 것은 자연과 하나 되어 정진하는 수행자의 메아리 덕분이 아닐까. 기쁨은 작은 일에서 얻고 만족은 크게 느끼며 사는 지혜로운 삶을 사는 사람이라면 언제 어디서나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유난히 매미소리가 우렁찬 올 여름도 시간의 흐름을 거역하지 못하고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