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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세상 만들기를 준비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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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박원자 2000년 09월 223호
파계사 태교수련대회 - 파계사 태교수련대회 -태교, 좋은 세상을 준비하는 자기수행

누가 그랬던가, \'세계를 움직이려는 자는 우선 자기자신을 움직이라\'고.
자기자신을 움직이는 것은 무엇인가. \'마음\' 이다. 그런데 그 마음이라는 것이 참 미묘해서 마음먹은 대로 자신을 움직이지 못한다. 인간이 천하를 움직일 만한 무한한 힘을 내재하고 있으면서도 그 힘을 꺼내쓰지 못하고 있음은, 수많은 생을 살면서 덧붙여온 각자의 업때문이라고 선지식들은 말한다. 몸으로 행동하고, 입으로 말하고,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이 업인데, 이는 모두 어리석은 마음으로부터 연유한다. 우리는 이 업으로 세상을 보고 또한 가치를 세워 역사를 만든다. 그러나, \'반야심경\'에선 이를 \'전도몽상顚倒夢想\'이라고 표현, 가차없이 멀리 떠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마음에 낀 때, 즉 업를 닦아내 온전한 지혜를 드러내는 일을 수행修行이라고 말한다. 혹자는 이를 명상冥想이라 부르기도 한다. 태교는 수행으로 마음을 닦아 새 생명으로 오는 인연을 착하고 좋은 인연으로 만드는 것이다. 흔히 \'태교\'라고 하면 아이를 가진 여자들이 뱃속에 있는 아이에게 하는 교육쯤으로 알고 있다. 이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넘어 청소년시기부터 좋은 인연을 준비하게 해 맑은 세상을 만들고자 금생에 원력을 세운 분이 이번 여름 파계사에서 태교수련회를 연 성우性愚스님(파계사 주지)이다. 그가 태교를 중요시함은 작금의 \'세상 바라보기\'에서 비롯된다.
\"사람들이 업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어요. 업이 두터운 사람이 너무 많이 태어나기 때문입니다. 지도자급에서부터 그래요. 좋은 사람이 너무 적습니다. 어느 지면에선가 작가 박경리씨가 요즘 세상을 \'절망 절망, 그리고 절망\'이라고 표현했더군요. 나도 그대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적게 소유하고 명예를 탐하지 않아도, 많이 배우지 않았어도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어야 하는데, 세상은 권력과 돈과 명예로 성공의 가치기준을 삼고 있어요. 그렇지 않은 사람은 사람구실을 못하고 인격적으로 무시당하고 능멸당하고 있는 사회가 바로 우리 사회입니다. 이런 구겨진 사회에서 그러한 가치관으로 살아가는 한 업이 두터운 사람만 자꾸 태어나는 악순환이 계속 될 뿐입니다.\"
\'사람의 영혼이 얼마나 맑은가\'가 인생의 보람이고 삶의 척도가 되어야 하는데, 이를 요즘 세태는 원시적이고 덜 떨어진 사람으로 취급하는, 참으로 잘못된 탁한 사회라는 것이 스님의 설명이다. 그러므로 선근이 높은 사람이 태어나야 이 세상의 탁한 물결이 맑게 바뀐다는 그의 생각이 태교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했고, 오랜동안 태교를 연구하게 했으며, 여러 사람에게 강의하게 한 것이다. 또한 그러한 \'맑은 세상만들기\'에 대한 그의 염원이 중고생을 비롯한 일반인들을 위한 태교수련회를 열게 한 것이다.

돋보였던 태교수련회

쉰명은 족히 넘을 남녀중학교 학생들이 팔월 초의 폭염속에 앉았다. 푸른 숲에서에 일제히 풀벌레가 운다. 한여름이라고는 하나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시원하다. 그들이 허리를 곧추세우고 가부좌를 한 채 명상에 잠겨 있다. 강사의 나지막한 음성이 그들의 마음에 가 닿는다.
\"명상은 마음의 심호흡입니다. 자,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며 마음의 눈으로 뇌속을 들여다보며 모든 것을 버리십시오. 머리부터 양미간, 입 목, 어깨,가슴,오장육부,허리,엉덩이,넓적다리,무릎,발로 내려가며 힘을 빼십시오. 마지막 발바닥으로 나쁜 마음을 내보내십시오. 정수리로 좋은 기를 빨아들여 발바닥으로 나쁜 기를 힘껏 내리치세요. 자, 다시 눈을 제자리로 갖다 놉시다\"
이미 전날 명상이란 무엇인가, 왜 필요한가, 그리고 효과는 어떠한가에 대해 강의를 들은 그들의 자세는 사뭇 진지했다. 그들 사이로 강사가 이미 반 이상 근육이 굳어버린 그들의 자세를 혼신을 다해 교정해준다.
방학이 되면 자연탐험하교며 연극학교, 역사문화학교 등등을 비롯 해외어학연수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 많은 프로그램 중 \'태교수련대회\'가 단연 돋보인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아이들과 함께 앉아 1박2일을 보낸 기자의 마음은 그 시간 내내 따뜻했다. 글쎄, 그 전날 텔레비전 뉴스에 비친 바닷가에서 술취한 채 고성방가하던 청소년들의 모습과 대비되었기 때문이었을까.
아이들의 명상을 지도했던 한국태교연구소 구본일 소장의 얘기를 들어보자.
\"마음에도 습관이 있어요. 버릇이 굳기 전에 청소년시기부터 마음공부를 열심히 해야 합니다. 모든 부모들이 아이들 공부 잘하기를 기대하는데 그보다 앞서 인격향상이 되지 않으면 안됩니다. 명상을 지속적으로 해나가면 학습능력은 저절로 향상됩니다. 집중이 주는 힘이죠. 마음을 맑고 밝고 깨끗하게 해 인격향상을 시켜 좋은 인연을 올 수 있게 하는 게 청소년시기부터 준비하는 훌륭한 태교지요.\"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응시하여 내가 어떤 마음을 갖고 있나를 살피고, 감정조절을 하며 모자라는 마음을 보충해 좋은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 명상\'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그곳에 온 아이들에게 간곡히 부탁했다. 하루에 우선 20분만이라도 조용한 곳에 앉아 명상을 해 자신의 마음속에 내재해 있는 보물을 찾으라고. 그녀 자신도 오랜 명상을 통해 \'인생의 가장 값진 보물\'을 찾았다고 고백했다.

명상으로 삶을 다져갈 작은 영혼들이여

이번 여름 파계사에서는 여덟 차례에 걸쳐 중고등학생, 대학생, 일반인을 위한 태교수련회를 개최했다. 대개 1박2일의 일정으로 사찰예절, 태교강의 명상수련시간을 가졌는데, 참석했던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태교의 필요성, 또 그에 다른 수행의 중요성을 실감했고, 그 중 절반 이상이 집에 돌아가서도 명상을 하겠다고 했다. 겨울수련회 때는 2박3일로 수련일자를 늘리고 여러 사람의 좋은 의견을 수렴해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가겠다는 것이 주최측의 말이다.
준비하는 자에게만이 기회가 오는 법이다. 이틀간의 수련회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그들, 명상으로 삶을 다져갈 그들의 모습에서 \'작은 부처님\'을 보았다면 기자의 지나친 비약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