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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병을 발로 차버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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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하고 청정한 수행을 위한 법문 - 법전 2000년 09월 223호
해인총림 방장 법전 스님 백장당전정대위 百丈堂前定大 하니
금모사자진전위 金毛獅子振全威로다.
정병약도환원화 淨甁躍倒還元化라
천리순풍동지귀 千里淳風動地歸로다
백장의 당 앞에서 위산주인 고르는데
황금털 사자들은 있는 위세 다 부렸네.
정병이 쓰러지자 근본자리 돌아가니
천리의 순풍이 땅덩어리를 움직인다

위산영우스님이 백장회해百丈懷海선사를 모시고 전좌典座소임을 보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대위산의 주인을 뽑기 위하여 대중을 모았습니다.
\"출격대장부出格大丈夫가 있으면 주지로 뽑으리라\"
그리고는 물병을 가르켰습니다.
\"물병이라고 부르지 말지니 그대들은 무엇이라고 부르겠는가? 한마디 일러 보아라.\"
이에 수좌가 말했습니다.
\"똥막대기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백장은 그 견해를 인정하지 읺았습니다. 전좌인 영우에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영우스님은 바로 물병을 걷어차 버렸습니다.
\"수좌가 전좌에게 졌다.\"

마조스님의 제자인 회해선사는 백장산에서 백장청규를 만드는 등 크게 선풍을 떨치고 있었습니다. 그의 문하에는 수많은 선객들이 몰려들게 됩니다. 이에 점점 늘어나는 대중을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이 때 신통력을 가진 사마司馬라는 두타頭陀가 호남에서 와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지난 날 호남에 살 때 대위산에 올랐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곳의 지세가 천오백 대중을 품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 말에 마조스님도 욕심이 났던 모양입니다.
\"내가 가서 살 수 있겠는가?\"
\"스님께서는 거처할 곳이 못됩니다\"
\"어째서 그런가?\"
\"그 산은 육산肉山인데 스님은 골인骨人이기 때문입니다. 설사 가신다해도 천명대중도 모이지 않을 것입니다.\"
이에 백장스님은 쓴 입맛을 다시며 사마두타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나의 대중 가운데 그 산에 거처할만한 인물이 있는가?\"
이에 사마두타는 전좌소임을 보고있던 영우스님을 추천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수좌인 화림華林스님이 의의를 제기하여 자기가 가겠다고 우기게 되었습니다. 이에 두 사람을 함께 불러 물병을 놓고서 거량을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영우스님을 대위산으로 보내게 됩니다.
이 산은 원래 험준하여 인적이 저혀 없어 스님은 원숭이를 벗삼고 도토리와 밤을 주워 먹으며 살았습니다. 5-6년을 살았는데도 천오백 대중은 고사하고 찾아오는 스님이라고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려고 마음을 고쳐 먹었습니다. 그리하여 그 곳을 나와 산입구에 이르렀는데 뱀·호라이·표범·이리 등이 길을 가로 막고 있는 것이였습니다.
이것을 보고 영우스님은 말했습니다.
\"내가 이 산에 인연이 있다면 너희들은 흩어지고, 인연이 없다면 나를 잡아먹으라.\"
말을 마치자 짐승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니 스님은 다시 암자로 돌아 왔습니다. 그리고 나서 일년도 못되어 대중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였고 천하에 내놓아라 하는 선객들이 운집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영우스님은 위앙종의 개조가 됩니다.

물병하나로 대위산의 주인이 된 영우스님은 제자 혜적慧寂스님에게 물병법문을 전합니다.
위산스님께서 물병을 앙산스님에게 건네주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앙산스님이 받으려고 하니 얼른 손을 오무려 주지 않고는 말씀하였습니다.
\"무엇인가?\"
\"스님께서는 무엇을 보셨습니까?\"
\"그렇다면 그대는 무엇을 나에게서 받으려고 했는가?\"
\"그렇기는 합니다만 인의仁義의 도리에서는 스승의 물병을 받아다가 물을 떠다드리는 것이 본분사라고 하겠습니다.\"
스님은 그제서야 물병을 건네 주었습니다.

중국은 물이 나쁘기 때문에 선객들이 행각을 다닐 때는 꼭물병을 가지고 다닙니다. 물병은 마시기 위한 것과 뒷물을 위한 것 두가지가 있습니다. 이렇게 늘 물병을 주변에 가까이 두고 사용하다보니 법을 거량하는데도 자주 쓰였습니다. 백장스님이 위산스님에게 보였던 물병은 뒷물용이었습니다. 그러길래 수좌가 똥막대기 하고는 다르다고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 대답은 분별경계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백장스님이 인정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낭주郞州에서 자사刺史벼슬을 하던 도도한 이고李 도 물병 때문에 스님 앞에서 진정으로 법을 청하게 됩니다.
약산유엄藥山惟儼선사에게 이고가 찾아 왔습니다. 마침 화상께서 경전을 보고 있던 까닭에 상공을 돌아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러자 상공 역시 절도 하지 않고 비아냥거리는 말을 하였습니다.
\"얼굴을 보니 천리 밖에서 듣던 소문만 못하구나.\"
이에 약산스님은 이고를 불렀습니다.
\"상공!\"
\"예!\"
\"상공은 어째서 귀만 소중히 여기고 눈은 천하게 여기는가?\"
이에 이고는 자세를 고치고 물었습니다.
\"어떤 것이 도입니까?\"
대사가 손으로 위와 아래를 가르키고는 말했습니다.
\"알겠는가?\"
\"모르겠습니다.\"
\"운재청천雲在靑天하고 수재병水在甁이로다. 구름은 하늘에 있고 물은 병 속에 있도다.\"
이에 이고는 절을 하고나서 \"수행하는 모습은 학처럼 고고한데, 천그루 솔밭 속에 두어 함函의 경전이로다.
스승께 도를 물었더니 다른 말씀은 없으시고, 구름은 하늘에 있고 물은 병에 있다고 하시네.\"라는 게송으로 찬탄하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등은봉鄧隱峰스님은 물병을 제대로 다루지 안목을 의심받았습니다.
등은봉스님이 남전선사를 찾아갔습니다.
\"물병은 경계이다. 그대는 경계를 건드리지 말고 물을 가지고 오너라.\"
이에 등은봉은 물병을 가지고 와서 선사의 면전에서 쏟았습니다. 그러자 선사는 \'함부로 쏟은 것\'이라고 하여 손을 내저으며 그만두게 했습니다.

위산영우스님은 백장스님 앞에서 물병을 걷어차고서 위산의 주지로 발탁되었는데, 등은봉 스님은 남전스님 앞에서 물병의 물을 쏟다가 오히려 제지를 당합니다.
해제하고는 걸망지고 천하를 다닐 때 옛 선객들이 물병을 가지고 다닌 것처럼 이 \'위산정병 山淨甁\'화두도 함께 가지고 행각하기를 바랍니다.

낭리성추불출두囊裏盛錐不出頭라.
출두수유호래유出頭須有好來由니라.
정병척도무사사淨甁 倒無些事하니
귀주거산즉편휴歸住家山卽便休로다.
주머니에 송곳넣어 끝이 보이지 않더니
송곳 끝 나오는덴 까닭이 있었도다.
정병을 걷어차서 별 다른 일 없게 되니
네 집 산문 돌아오자 그만 두었네.

2544.하안거 해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