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은 앞으로 올 미륵彌勒을 그리워하며 미륵은 지나쳐 가는 중생을 아쉬워한다.중생의 발걸음은 이곳에 머무르나 그 눈길은 하염없는 앞길에 있으며, 미래를 약속한 부처의 숨결이 그 앞에 머물러 있다할지라도 마음은 늘 지나간 길에 머무른다. 이처럼 속절없는 과거와 미래는 현재의 진공眞空에서 무색할 뿐이다.
깨달음을 구하는 이에게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구분은 그저 화로火爐 앞에 흩날리는 눈발이거늘 미륵부처님의 용화회상龍華會相을 어찌 아득한 훗날의 일로 삼을 것인가. 깨달음을 구하는 이에게 하루는 평생이요, 곧 평생이 하루와 같다. 또박또박 밟아가는 매 순간은 진리의 긴 강을 건너는 징검다리요, 새 날을 재촉하는 서쪽하늘 그믐달이다.
옛 신라 쇠망의 한을 품고 금강산으로 향하던 덕주공주는 월악산 덕주사德周寺를 세우고 남향한 암벽에 마애불을 조성하였고, 마의태자는 이곳에 절을 창건하여 그 덕주사를 바라보는 북향의 미륵부처님을 세웠다는 전설이 전한다. 혹은 고려의 태조 왕건이 미륵대원彌勒大院이라 이름한 이 절을 조성하고 경영하였다고도 한다.
미륵부처님을 조성한 이가 혹은 왕건이었든 마의태자였든, 희망에 부푼 마음이건 혹은 절망의 질곡에서건 그 손길과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미륵이 품고 있는 미래의 희망을 담고자 하였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 시작이 어디에서였든지 그들이 바라본 곳은 같은 곳이며 가고자 한 곳도 마찬가지였으며 말없이 서계신 미륵 부처님의 눈길이 닿는 곳도 바로 그곳이다.
미륵리사지에 모셔진 미륵부처님의 얼굴은 맑게 빛난다. 세상의 어지러움이 진리를 더럽히지 못하듯이 천 년의 풍상風霜이 그 상호를 범치 못한 것이다. 진리의 길에 시간의 구분이 없듯 중생의 지극한 마음을 품은 여래의 상호에도 시공時空은 초월한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이와 같이 하지 않았는가.
지극히 믿는 마음은 둘이 아니요, 둘이 아닌 것이 바로 믿음이니
언어가 끊어진 길 과거, 현재, 미래가 모두 아니로다
信心不二 不二信心 言語道斷 非去來今 <信心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