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미를 되뇌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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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 전선혜
2000년 08월 222호
집을 나설 때의 마음은 일상생활의 잡다함에서 벗어나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로한 내 몸뚱이를 산사의 시원한 물소리와 달콤한 공기 속에서 나 자신을 한번 뒤돌아보리라는 소박한 마음으로 그저 며칠간의 속세를 벗어나 편안한 여행을 즐겨 보리라는 설렘으로 집을 나섰다.
결혼 십오년간 몸과 마음을 아끼지 않고 정말 열심히 살아온 나 자신에게 돌아오는 건 항상 공허함 뿐…
그래 며칠간이지만 내 자신을 되돌아보고 그리고 내가 집을 비운 사이 한 가정의 따사로움이 있는 오인 가족의 편안한 안식처를 만들기 위하여 노력한 내 자리를 한번 느껴보라지… 라는 남편에 대한 시샘도 있었다.
허나 첫날부터 시작되는 빡빡한 일정과 엄격한 습의사 스님들의 규율, 환경이 바뀐지라 피로한 몸을 쉬어야 하는데 잠은 오지 않고 눈만 말똥말똥….
참선을 한다고 앉았지만 나 자신을 뒤돌아보기 이전에 뒤틀리는 몸과 잠깐도 쉬지 않는 망상과 번뇌…!
공양은 세끼를 다 먹었는데도 배는 늘 허기지고, 커피 달라고 졸라대는 세 치 혓바닥… 그러나 절제하며 나 자신이 이 넓고 신선한 도량에 온 이유를 생각했고 참선을 통하여 주마등처럼 스치는 “나”라는 개체의 오늘까지의 삶의 무게를 느껴본다.
동심의 세계에서 볏짚을 베개삼아 별을 헤며 형제애를 익히고, 넓은 들녘의 석양을 뒤로 하고 순수하고 소박한 시심詩心을 키우며 마음의 넉넉함을 일깨우게 만든 시골.
이젠 그 자연의 섭리 앞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며 거만하지 않고 진실되게 생활하며 욕심 내지 말고 항상 감사하며 살리라. 그리고 이웃의 아픔을 함께 하고 나보다 못한 사람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말자고 다짐을 해본다.
새벽 세시에 울려 퍼지는 심금心琴을 울리는 듯한 사물(북·범종, 목어, 운판)소리와 그 경이로움… 나는 이미 다른 세계에 와 있었다.
집에 있으면 아직도 꿈속에서 헤멜 나 자신을 뒤돌아보며 새벽시간을 활용하면 이렇게도 많은 시간들을 유용하게 보낼 수 있음에 새벽의 소중함을 재인식하였다. 또한 계율 지키시고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시는 스님들의 진실된 삶의 자태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내가 우리 집 주위의 사찰에 가끔씩 들를 땐 주로 사오십대의 보살님들이 주를 차지하였는데 여기는 의외로 젊은 층의 선남자 선여인들이 많아 나는 왜 좀더 일찍 불교에 눈을 뜨지 못하였을까…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이다. 이제 돌아가 사찰을 찾을 땐, 그저 뜻 없이 무의미하게 오고감이 아닌, 진심으로 참회하고 기도하리라 다짐한다. 그리고 젊은 불자가 한국 불교의 밝은 미래를 열어 가리라 확신을 가져본다. 비가 오든, 아무리 더워도 일정은 빠짐없이 진행됐다. 우산 쓰고 나선 암자 순례….
시냇물 소리 사이로 숲이 걸쳐 있고 어딘가에서 금방이라도 흰 수염자락을 매만지며 TV에서나 본 도사님이 나타나 열심히 착하게 진실되게 살라고 충고할 것 같은 안개 자욱한 가야산 계곡. 그 운무雲霧 속의 포행은 오래도록 기억하리라, 그리고 1080배를 다 채우지는 못하였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고개 숙인 그 정신력을 주춧돌 삼아 어렵고 힘이 들 때 늘 해인사 수련회를 기억하리라.
이제 본연의 내 자리로 돌아갈 땐 각박하고 한 발짝 먼저 가기 위하여 밀고 당기는 세상살이가 될지라도 자신과 싸우며 느끼고 참회한 것을 토대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설 줄도 알며 5계를 지키며 언제일지 모를 흙으로 돌아갈 때 좀 덜 후회하는 인생살이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리라. 계첩에 새겨진 나의 불명佛名 “자비행慈悲行”을 항시 마음에 새기며 자비를 베푸는 데 인색하지 않으며 좀더 나은 삶의 결실을 거둘 수 있도록 열심히 살리라.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