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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암본존불(石窟庵本尊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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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래의 미소 - 편집실 2000년 08월 222호
경주 석굴암 태양은 뜨거움으로 세상의 형체를 없애며, 바다는 대지위 모든 물의 발길을 담아 지운다.

태양은 세상의 소란함을 녹인 조용한 온기溫氣로 어지러운 발자국을 담은 바다를 데우며,우로雨露로 승천한 그 물은 마른 대지에 진리의 비로 내린다. 태양이 있으므로 바다가 있고, 바다가 있으므로 비가 있으니 세상의 삼라만상이 이와 같은 인연因緣의 이치 안에 있다.그리므로 진리의 세계는 허상을 버리고 근원으로 돌아간 곳에 있으며, 다섯 가지의 소리와 색과 향과 맛, 촉감이라는 구분이 진리 앞에서 무색하다.

대저 화엄의 큰 바다로 들어오면 수많은 강에서 흘러온 여러 가르침들이 하나가 되고 적멸寂滅의 참된 근원으로 모이면 인연으로 이루어진 세상의 만유는 녹아 없어지나니. 이런 까닭으로 세상의 뭇 흘름이 없어져 버린다면 그 모습도 없어진 것이요. 많은 인연들이 사라져 버리니 법 또한 공空한 것이 된다. 본체本體로 돌아가면 인연의 이끌림에서 쉬게 되고, 상相에 대한 집착을 쉬게 되면 미혹迷惑이 그치게 된다.
≪華嚴經義海百門≫

석굴암石窟菴의 불국토佛國土가 전생의 인연을 위해 발원하고 조성된 것이라 하더라도 그 안에 펼쳐진 화엄의 세계는 삼생三生의 인연을 이미 녹이고도 남음이 있다. 또한 석굴암의 부처님과 여러 보살, 십대제자가 비록 중생의 손으로 빚어진 것이라 해도 이미 그 미소는 세간의 일이 아니다.
깊지도 혹은 얕지도 않은 공인工人의 천연스러운 손길은 석굴암 내 부처님과 모두 서른여덟 분의 깨달은 이들에게 세간에서 불국토를 베풀도록 한 것이다.

보존이 좌정坐定한 천상天上의 세계는 모든 소리를 담은 침묵과 오색을 담은 빛으로 세상을 밝히며 지상地上을 지키는 사천왕四天王과 인왕仁王의 힘찬 눈매는 중생의 발걸음을 부추킨다. 그 미소와 눈길에 눈 멀고 귀 멀지 않을 이가 어디 있으랴. 중생의 바쁜 걸음을 잠시 놓아 두고 화엄華嚴의 세계에 잠시 그 마음을 맡길 수 있는 것이 석굴암의 세계이다.

부처님의 눈길이 동쪽 바다를 향해 있으니 이는 긴 밤. 바다를 헤치고 온 태양을 마주했으려니와, 햇살보다 먼저 오른 동쪽하늘 빛나는 샛별과 그 앞서 지나간 무수한 별들의 발자취에 마음을 내려 놓고 계실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