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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상처 치유가 불교의 역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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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편집실 2000년 07월 221호
휴전선에 통일원찰, 전쟁희생자 위령탑 남북불교도 함께 건립하자.
\'6·15남북 공동 선언\'이 발표되던 날, 불교계에서는 일제히 논평을 내고 환영의 뜻을 표했다. 조계종은 \"남북공동선언은 통일을 향한 초석\"이라고 평가하고 \"2000만 불자들은 남북정상회담과 공동선언을 남북 불교와 문화교류 활성화로 이어지기를 부처님 전에 기원한다.\"고 밝혔다.
태고종과 천태종, 진각종도 \"남북 정상의 만남은 이산가족의 한을 풀어주는 자비의 손길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도 곧 이루어 지길 발원한다.\"며 이번 정상회담과 공동선언을 받아 들였다.
지난 3월부터 통일발원 천일기도에 들어간 통일 정진 불교연대도 \"분단 55년의 벽을 한꺼번에 허문 남북 정상의 만남과 상호 공존을 위한 공동선언이 구체적으로 실행될수 있도록 하기 위한 남북 실무자들의 논의가 계속되어야 할 것\"이라고 남북 당국에 주문했다.
실천불교 승가회와 불교 장기수 후원회는 \"남북정상이 이산가족과 비전향 장기수 문제를 공동선언에 반영한 것은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풀이 된다\"며 환영과 소망을 담았다.
조계종을 비롯한 각 종단과 통일운동을 펼쳐온 불교단체들의 논평은 불자들의 마음을 담아낸 것임에 틀림없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방문과 이산가족, 장기수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고 있는 것은 전향적 남북관계의 정착을 희망하고 있는 표현에 다름 아니다.
통일로 가는 길이 열렸다. 불교계에서는 통일을 앞당기고 서로 적대적인 감정을 감추지 않았던 남북의 행복한 재결합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가 활발하다. 당장 8·15 55주년을 앞두고 남북불교도의 합동법회가 추진되고 있다. 진각종 방북단이 이 달 평양을 방문한다. 조계종 민족공동체 추진본부 대표단의 방북 가능성도 크다. \'민족대단결과 불교도의 역할\'을 주제로 한 남북불교도 합동 세미나를 어떻게 개최할 것인지도 논의한다. 세미나는 지난해부터 얘기돼 왔으며, 지난 3월 종단협의회-조선불교도연맹(조불련)의 북경회동에서 \'가을께 개최한다\'는 데까지 의견 접근을 본 상태다.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로 휴전선의 폐사지 공동조사, 개성 영통사와 금강산 신계사의 공동복원 가능성도 높아졌다.
조계종과 진각종은 7월 방북에서 8·15합동 법회 봉행을 북한의 조불련에 제안할 예정이다. 91년 10월 미국 LA 관음사와 달마사에서 당시 의현 조계종 총무원장과 조불련의 박태화 위원장이 처음 만나 함께 법회를 봉행했다. 이후 서울과 평야에서 같은 날 공동발원문을 봉독하는 동시 법회는 있어 왔으나, 한 자리에 모여 법회를 봉행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남북 두 정상간의 만남과 공동선언 발표로 합동 법회 가능성은 전혀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장소는 서울 또는 평양이 아닌 제3국일 가능성이 높다.
남북불교교류는 북한의 종교에 대한 인식의 변화에 달려있다. 이와 관련, 이번 정상회담 기간 중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언급은 매우 의미 깊다.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은 16일 문화관광부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종교에 관한 발언 내용을 전했다. \"스님이든 목사님이든 오셨으면 좋겠다. (북한을)보고 가서(통일을 위해)불공도 하고, 기도하는 것이 좋지 않느냐.\"
지금까지 북한에서의 종교활동은 자유롭지 못했다. 80년대까지는 주로 대남 성명 발표 외에는 이렇다 할 활동이 없었다. 헌법에서도 종교 활동을 제한했다. 90년 이후, 특히 92년 대홍수로 식량난이 심각해지자 지원 접수 창구 역할을 하면서 남쪽 종교계와 활발하게 접촉했다. 또 대외적으로 종교가 있음을 알리는 선전 용도에 그 비중을 두었다는 것이 북한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92년 헌법을 개정하며 제도적으로 종교활동을 제한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 북한 헌법 68조는 \'공민은 신앙의 자유를 갖는다. 이 권리는 종교 건물을 짓거나 종교의식 같은 것을 허용하는 것으로 보장된다. 누구든지 종교를 외세를 끌어들이거나 국가 사회질서를 해치는데 이용할 수 없다.\' 고 명시하고 있다. 이전의 \'공민은 신앙의 자유와 반종교 선전의 자유를 가진다.\'는 규정과 비교할 때, 헌법 개정의 원인이 어디에 있든 제도적으로는 신앙의 자유의 폭이 상당히 넓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종교는 여전히 경계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종교는 반동적이며 비과학적인 세계관이다. …모든 종교는 본질에서 일종의 미신이다. 불교, 기독교, 회교등 어떤 형태의 종교이든 그것은 다 현실이 인간의식에 환상적으로 왜곡되어 반영된 것으로서 그 내용은 전체가 허위적이다.\" (\'철학사전\', 조선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 p.647. \'북한불교 연구\', 신법타, 민족사, p72 재인용.)
불공과 기도에 대해 어떤 의미를 두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종교인의 방북을 좋다고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불교와 기독교의 핵심적인 의식인 불공과 기도는 무조건 배척하지는 않는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의 발언은 \"우리는 그가 어떤 종교를 믿든 간에 그가 지니고 있는 애국심의 깊이와 건국사업에 어떻게 나서고 있는가를 먼저 보아야 한다.\"는 허정숙(조선노동당 중앙 위원 역임)의 말은 떠올리게 한다. (\'북한불교연구\' p.81)
북한 불교를 보는 우리의 변화에도 인색해서는 안된다. 문화의 동질성 회복에 불교가 기여할 부분이 많다는 얘기를 한다. 사실 그렇다. 북한이 자랑하는 역사 유적·유물 가운데 상당수는 불교 유적이고 유물이다. 불교가 들어와 1600여년 동안 민족과 삶과 함께 하면서 생활과 문화의 중요 부분이었듯, 이 점에서 남과 북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를 근거로 55년 분단의 기간동안 이질화된 민족정서의 간격을 좁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틀리지 않은 얘기다.
그러나 동질성의 회복을 얘기하기 전에 전제 되어야할 원칙이 있다. 남북공동선언이 나온 그 주의 현대불교신문이 기획한 \'6·15 선언 이후 불교계 역할과 과제\' 긴급좌담회의 한참석자의 말에서 원칙의 하나를 찾을 수 있다. \"남북의 춘향전을 비교해서 읽은 적이 있는데, 북한의 춘향전은 무슨 춘향전이냐고 할 정도로 계급적 요소가 들어가고 판소리적 요소도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 그러나 이본異本이 많듯. 그 대로 인정해 주는 것이 우리 문화가 지닌 특성이다. 이질적인 것을 끌어 들이는 것이 불교 사상이다.\" 다르다는 현실을 그대로 인정하자는 것이다.
민족동질화를 얘기 하면서 자칫 빠지기 쉬운 우월주의를 경계한 말이기도 하다. 문화는 시대와 사회의 산물이라고 한다. 문화가 생산된 토양의 특수성을 배제하고는 이해 될 수 없는 성격을 지닌 것이기 때문이다.
춘향전은 이본이 하도 많아 어느 것이 정본이라고 쉽게 단정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전주본은 전주본대로의 특징을 지닌 춘향전이다. 계급적 요소가 강조되고 판소리적 요소가 빠진 춘향전을 평양본 춘향전으로 보면 어떨까. 불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아닐까. 이런 인식의 연장선상에서 현재의 북한 불교를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물론 부처님 가르침의 생생함이 살아있는 불교의 회복은 남북의 지역을 떠나 전체 불교도의 자세여야 함은 분명하다.
분단과 전쟁으로 인한 민족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서도 불교의 역할을 찾을 수 있다. \"과거 전쟁으로 희생된 영령들을 위로하는 천도제를 남북의 불교도가 함께 휴전선에서 봉행하자. 나쁜 인연을 씻어내고 새 인연을 만들어 내는 일에 불교인들이 기여해야 한다.\"는 한 지식인의 제안은 시의적절하다. 불교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벌써 일본에 있는 한민족불교단체총연합회와 조총련계의 조선불교협회가 2차대전 희생자 유골을 한반도에 안치하는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2차 대전 희생자 유골은 남으로도 북으로도 가지 못하고 일본 후생성 지하실에 보관되어 있다. 휴전선에 통일원찰과 위령탑을 세워 영령들의 원혼을 달래고 통일을 발원하면 어떨까. 일본에 있는 사람들에게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남쪽의 불교도와 북쪽의 불교도가 함께 힘을 보태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