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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우소에 빠진 여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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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우소 - 성오 2000년 07월 221호
사찰에는 뒷간 즉 화장실을 근심을 푸는 곳이라 뜻에서 해우소解憂所라고 하는데, 해우소하면 생각나는 일이 있다. 내가 출가해서 얼마 안 됐을 때의 일이다. 충남 공주 마곡사에서 은사스님을 시봉하며 정진하고 있을 때 하루는 절 아랫마을에 스님 심부름으로 갔다 올라오는데 계곡에서 어느 여학생이 화장실이 어디냐고 바쁘게 묻길래 손가락으로 저쪽이라고 가리켰다. 그 학생은 몹시 급했던지 고개만 끄덕이고 바로 뛰어 갔는데 예감이 영 안 좋아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스님께 전할 물건도 있고 해서 한마디 주의 사항을 일러 주어야 함을 뒤로 하고 큰 스님 처소로 갔었다. 마곡사 아니 그때의 모든 산 속의 사찰의 화장실은 아래에서 보면 이층이고 위에서 보면 일층의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인데, 윗문은 볼일 보러 들어가는 출입문이요, 아랫문은 인분을 퍼내는 문이다. 이 학생은 그런 구조를 알리 없기에 뛰어가 아래층 문을 열고 들어가지 않을까 내심 마음이 쓰였다. 급한 김에 아래 문을 열고 확 들어가면 ……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영 마음이 놓이지 않아 해우소를 지나게 되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나의 예감과 기우가 현실로 되어 있었다. 한 발은 오물에 빠져 있고 두 팔은 똥 막대기를 간신히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뿔사! 나는 새파랗게 질려 있는 그 학생을 데리고 수각에 가서 학생을 세워 놓고 물을 뿌리고 마음의 긴장을 풀어주면서 \"아니 그래 어디 빠질 곳이 없어 똥통입니까! 꿈에 똥통에 미끄러지면 복덩이가 굴러오는 길몽이라는데, 이런 것은 꿈으로 해 마쳐야지 …….\" \"아마 학생은 측신厠神과 인연이 있나 봅니다. 측신이 대접하려고 학생을 불렀을 겁니다. 아마 곧 좋은 일이 있겠지요.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 얼마 지난 후 그 학생은 나를 찾아와 인사하며 스님의 해몽 덕분에 정말 좋은 일이 있었다며 친구들에게도 똥통에 빠진 일을 자랑삼아 한다는 것이다. 처음에 똥통에 빠졌을 때는 창피스러워 살려달라 소리도 지르지 못했다는데 …… 그래서 부처님께서도 일체의 마음이 소작하는 바라 않았던가. 이래저래 해우소는 우리의 수행처인 것이다.
우리는 날마다 생리적 근심을 풀기 위해 그곳을 드나들고 있지만 정작 자기 마음 속의 근심을 풀 줄을 모른다. 중생의 고통과 근심은 만족을 모르는 끝없는 탐욕에서부터 시작되어 헤어날 수 없는 수렁으로 점점 빠져들면서 자신을 구제하려는 생각을 못하고 있다. 정말 창피스럽고 더러운 똥통은 중생들의 탐욕이 아니겠는가!
경전에 이런 시구가 있다.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이 탐욕을 떠나기 전에 죽음이 온다. 본래 탐욕이란 만족이 없는 것이거늘 목숨을 마친 뒤엔 거지신세로 가는구나 ……중략……보시한 사람은 복을 얻고 선행을 하는 사람에게는 악이 사라지고 욕심을 버리는 사람은 괴로움이 없어지나니 만약 이것을 받들어 실천하는 사람은 머지않아 열반을 얻으리라』라는 말씀처럼 스스로의 근심의 원인을 알고 그 근본까지 해결하려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