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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침 단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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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담는 오솔길 - 진명 2000년 07월 221호
내가 사는 사찰 법당 앞에는 푸르게 잘 자란 잔디밭이 제법 걷기에 넉넉하게 자리하고 있다. 아침 예불 끝에 묻어 나오는 향내음이 코끝에서 채 가시기 전에 파아란 잔디에 눈을 맞추고 걸으면서 내안의 나를 바라본다. 이 시간이 나에겐 하루의 기도 같은 시간이다. 도심에서 자칫 잊기 쉬운 마음 바라보는 시간을 그렇게 찾아간다. 그 파아란 잔디 위에 마음길을 걷고 시작하는 하루는 달게 느껴진다. 세상에는 많은 길이 있다. 사람은 인도로, 차는 차도로 열차는 철로로, 배는 바닷길로… 그리고 비행기는 하늘 길로 저마다 정해진 길을 이용한다. 사람이 선을 그어 만들어 놓은 인도나 차도는 쉽게 이해가 가지만, 사람의 욕심은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허공이나 바다에까지 욕망의 선을 긋고 자유를 얻은 양 오고 간다.

아침 방송을 위해 보통 사람들 출근 시간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길을 나선다. 광화문을 지나 마포 대로를 자동차를 타고 반듯하게 그어진 선을 따라 나오다 문득 허공을 나는 새들의 자유 자재로움과 만났다. 사람은 차도에 그어진 그 노란 선을 절대 넘어서는 안되고 넘지도 않는데 새들은 자유롭게 넘나든다. 새들의 세계에는 교통 순경도 없고 속도 위반이나 차선 위반 같은 벌점이나 과태료 부과는 물론 없을 것이다. 새들이 사는 세계에 교통 순경이 있다면 어떻게 지도할까…만약 새들이 비상하는 선을 위반해서 스티커를 발급한다면 어디로 보낼까? 아마 성북동 상수리나무 까치둥지… 뭐 이런 주소로 날라 오지 않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혼자 빙긋빙긋 웃어보니 그런 내 모습이 우스워 보였다. 우리네 사람들도 새들처럼 그렇게 자유롭게 넘나들던 시절이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에 미치니까 마음이 씁쓸 해졌다.
물론 이날 오프닝 주제는 마음의 선線이었다. 사람들은 자동차 길에 그어놓은 중앙 분리선이나 다른 차의 진행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는 일차 이차 분리선까지 보여지는 선도 많이 긋고 살지만 보이지 않는 선도 많이 긋고 산다. 선뿐이겠는가. 벽도 다양하고 다양하게 쌓고, 이제는 거기에 더해서 기계의 위력까지 빌려서 자기나 가족을 보호하는 그런 실정이 되었다.
선이라는 것은 그으면 그을수록 좁아지고 나누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긍정적인 면을 보면 마음 쓰는 일에 있어서 하지 말아야 할 것에 긋는 선은 분명 절제의 선이고 미덕의 선일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걷거나 탈것의 길만이 아닌 더 큰 길인 마음이 소통하는 길이 여러 갈래 있다.
하루에도 수없이 다양한 감정만큼이나 많은 마음의 길을 만들며 살아간다.
마음이 즐거울 땐 사랑의 길로 미워할 땐 미움의 길로 그렇게 서로의 마음은 오고 간다. 그리고 또 인내의 길…용서의 길…화해의 길…이 무수한 마음의 길에서 또 다른 자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나는 아침마다 마음길이 여러 갈래가 아닌 한길이길 기원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묻는다. 그 한길이 어느 한길이길 원하는가를 말이다. 자비의 길, 인내의 길, 용서의 길, 화해의 길이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