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세간世間 만물萬物에 흑적을 남기지만, 진리는 언제나 여여如如하다.쉼 없이 흘러가는 저 시간은 무상無常이지만, 그 안의 진리는 또한 일상日常이다.
동지절冬至節 하늘은 만물을 얼게하고, 하지절夏至節 하늘은 그 위에 파도를 그린다. 봄바람에 꽃향기 나부끼고, 가을바람에 나뭇잎은 쇠락衰落할지라도 태양이 뜨고 짐은 하루라도 변하는 바 없다. 피고 지는 꽃잎마저 꿈속의 빈꽃이 거늘 그대 어찌 애써 허공을 잡으려는가.
석가부처님의 이천오백세에 다시 이천오백년을 더해 그 부처님을 헤아린들 그럴 것이며, 천년에 또 만년을 더 헤아려 앞으로 올 미륵불의 미륵불을 그린들 진리의 그 마음이 변할 바가 있을까.
그대는 보지 못하는가 배움이 끊어져 하는 바 없이 한가한 도인은 망상도 없애지 않고 참됨도구하지 않거늘 무명속에서도 참된 성품이 곧 불성佛性이요, 허깨비 같은 빈 몸이 바로 법신이로다.
君不見 絶學無爲閑道人 不除妄想不求眞
無明實性卽佛性 幻化空身卽法身 (登道歌)
도의선사道義禪師가 당唐 강서江西 지장地藏 스님의 법맥을 잇고 백장百丈 화해懷海의 법요法要는 헌덕왕 13년(831)이었다.
스님은 돌아와 교종敎宗을 방편삼아 공부하던 신라 불교에 무위법 無爲法을 전하고자 하였으나 아직 인연이 이르지 않았음인지 눈 밝은 이가 그를 알아보지 못하였다. 도의 스님은 이곳 설악산 진전사로 들어와 40년 동안 수도하면서 제자 염거廉居에게 선법을 전하고 열반하였다. 염거 스님의 제자인 체징體澄은 그 후 전라도 장흥지역에 가지산문迦智山問을 개창하고 선법을 전하였으나 이것이 도의 선사가 가지산문의 개산조가 되고, 우리네 선가禪家의 큰 어른이 되는 연유이며, 진전사지를 지키고 있는 삼층석탑이 전하는 발자취이다.
참됨이라 정해 놓은 바도 없으며 망상이라 끊을 구분마저 찾을 길 없으니, 천년 전의 도의 선사의 마음이나 혹은 천년 후에 지나는 나그네의 마음을 구별하여 놓을 바에 없을 일이다. 다만 천년 전 도의 선사의 발걸음이 이 곳에 멈추었으나 지금 그의 흔적을 알아보는 이가 드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