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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알리 Pali어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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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 박용길 1988년 10월 80호
불교문헌에서의 빠알리어
인도의 불교문헌에 등장하는 많은 쁘라끄리뜨어 가운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빠알리어이다. 하지만 빠알리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기록되어 전해 오는 불교문헌의 수효도 결코 만만치 않다 불멸 뒤로 인도각지에 널리 전파된 불교는 이윽고 열여덟 개에서 스무 개쯤의 부파를 형성하니, 그 뒤에 출현한 초기 대승불교와 함께, 그들은 각 지방의 쁘라끄리뜨어로 부처의 가르침을 전파하고 또 나름대로의 성전(聖典)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빠알리어 불전(佛典)은 이들 여러 쁘라끄리뜨어 성전의 일부에 지나지 않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만일에 이들 각 부파의 제문헌들이 오늘날까지 그대로 전해 내려왔더라면, 우리는 중기 인도의 언어 상황을 더욱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잘 알다시피, 그 무렵의 문헌으로서 오늘날까지 온전하게 전하는 것은 오직 상좌부에 속하는 빠알리어 불전뿐이며, 다들 부파의 전적으로는 설일체유부 및 대승불교에 속하는 범어(梵語, sanskit)와 그와 유사한 불교 범어에 의한 문헌과, 설출세부(說出世部)에 속하는, 역시 불교범어로 씌어진 「대사(大事,Mahavastu)」와 어느 부파에 속하는지 알 수 없는 쁘라끄리뜨어「법구경」들에 지나지 않는다.

대승불교의 빠아리어
대승불교에서도 처음에는 쁘라끄리뜨어를 성전 용어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대승불교가 크게 유행한 곳이 범어가 빈번히. 사용되던 서북인도 방면이었다는 점, 또, 4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부터는 그때까지 각 지방의 쁘라끄리뜨어로 통용되고 있던 학술어 및 공용어가 범어로 대체되면서, 범어 사용 풍조가 인도 전역으로 널리 확대되기에 이르렀다는 점 등의 몇 가지 이유에서, 대승불교에서도 나중에는 순수 범어를 사용하게 되었던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따라서 대승불교도들은 그들의 속어(俗語) 경전을 점차로 범어로 고쳐 써나가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경전 가운데의 운문 부분은, 그 속어만의 독특한 운율을 다치지 않으며 범어로 개서(改書)하기란 거의 불가능하였기 때문에, 부득이 산문 부분만을 범어로 쓰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현존하는 범문(梵文)「법화경」, 범문「보요경」, 범문「무량수경」 따위에서 보여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많은 대승경전의 운문 부분이 속어적인 데에 반하여 그밖의 산문 부분은 범어로 기록되어 내려오는 것은 바로 이런 까닭에서이다.
이들 대승경전에서 쓰이고 있는 속어의 종류는 일정하지가 않으며 또한 여러 면에서 대체로 범어에 가까운 구조를 갖추고 있을 뿐더러 한편으로는 그것이 주로 운문 곧 게송(偈頌, gatha)에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로 해서, 서구의 많은 학자들은 이를 게송방언(gatha-dialect)라고 칭하기도 하며, 또는 속어를 포함하고 있는 범어라는 뜻에서 혼성법어(mixed sanskit), 그리고 불교 전적에서만 볼 수 있는 속어적인 범어라고 해서 불교범어(Buddhist Sanskrit) 라고도 부른다.
그러나 범문「대사(大事)」같은 경우에는 운문 부분뿐 아니라 산문 부분에서도 모두 불교범어가 사용되고 있다. 이것은 설출세부에 속하는 불전이 일찍이 옛날의 속어로 기록되어 내려오면서, 다른 것과 달리 뒤에 범어로 개서되지 않은 덕분에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였기 때문이다.

빠알리어의 구성
빠알리어는 여넓 개의 모음(sara)과 서른세 개의 자음(vynjana)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을 각기 로마자로 음을 표기해 보면 다음과 같다.


이들 범어의 자모(子母)와 비교해 보면, 먼저 모음에서는 범어의 모음보다 r, r, l, ai, au의 다섯 개 음이 적고, 자음에서는 범어보다 s, s, h의 세 음이 더 적은 대신에 l가 더 있는 점이 다르다.
빠알리어의 마혼한 개의 자모를 발음에 따라 분류한 것을 도표로 표시하면 아래와 같다.



* h/마찰음 (spirant) ·y. h/반모융(semi-vowels) ·r, l, I/유음(liquids)
오늘날 이들 자모의 기록에 사용되는 문자로는 세일론문자(Sinhalese Script), 타이문자(Siamese Script) , 버어마문자, 캄보디아문자, 그리고 데바나가리문자(DevanagaIi Script) 등을 들 수 있다.

빠알리 자모의 발음
우선 빠알리어의 모음을 보면, 원칙적으로 해당 라틴어의 모음이 갖는 음가(音價)에 준하여 발음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특히 \'아(a)\' 모음의 경우에는 거의 \'어\'음에 가까운 소리가 나도록 구강 내의 공간을 목 뒤쪽으로 확장시키면서 발음하여야 한다. \'에(e)\'와 \'오(o)\'는 장음으로 발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범어의 경우에서처럼 언제나 장음인 것은 아니며, 오히려 그 뒤에 중복되는 자음이 오는 경우에는 반드시 단음으로 발음한다.
자음의 경우는, 앞의 도표에서 보이듯이, 경음, 연음, 비음 등이 있으며, 경음과 연음은 다시 무기음(無氣音)과 유기음의 발음인데, 이는 기본적으로 무기음에 마찰음인 \'h\'를 더한 것으로서, 예를 들면, khandha의 kh는 영어 black-head에서의 k-h와 같이 발음해야 하고, dh는 영어 adherent에서의 dh의 경우와 같이 발음해야 한다. 이것은 발음으로만 볼 때에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되지 않을지 모르지만, 빠알리어 어휘를 그 음에 충실하게 우리 말로 표기할 때에는 상당한 주의가 요망되는 부분이다. 가령 위에서 예시한 khandha를 그 음대로 우리말로 표기하자면 \'끄한드하\'로 해야 한다. 이러한 원칙은 범어 자음의 유기음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이를테면, \'싯다르따\'의 충실한 우리 말 표기는, 그 알파벳이 Siddhartha인 것에 유의하여, \'싯드하르뜨하\'로 되어야 한다.
모든 자음의 기본 음가(音價)는 \'아(a)\'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이제 자음의 발음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하자.

k군(群) : ka 까, kha 끄하, ga 가, gha 그하, n 응아
n은 단독으로 쓰이지 않으며, k군의 다른 글자 앞에서 비음으로만 사용될 뿐이다. 따라서 nk 또는 ng 는 각각 Honkong(홍콩)의 -nk, -ng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발음한다.

c군(群) : ca 짜, cha 쯔하, ja 자, jha 즈하, na 냐
ca가 영어에서처럼 k음으로 발음되거나, ja가 독일어에서처럼 y음으로 발음되는 경우는 결코 없다. n는 주로 c군의 다른 글자 앞에서 비음으로 쓰이는 데, 단독으로도 사용된다.

t군(群) : ta 따, tha 뜨하, da 다, dha 드하, na 나
이 t군은 다른 언어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인도어의 특유한 발음인데, 입 천장의 가장 높은 곳에 혀 끝을 갖다 붙여서 내는 소리이다. 발음상으로는 처음과 거의 구별이 없기 때문에 t, d로 발음하는 것이 보통이다. n는 t군의 다른 글자 앞에서 비음으로 사용되며, 단독으로도 쓰이는 법이 없으며 낱말의 첫머리에 오는 경우도 절대로 없다.

t군(群) : ta따, rha 뜨하, da 다, dha 드하, na 나
혀 끝을 앞웃니의 뿌리 부분에 두었을 때 나오는 소리이다.

P군(群) :pa 빠,pha 쁘하, ba 바, bha 브하, ma 마

위에 열거한 자음의 다섯 개 군(群)은, 그 발성의 위치대로, 목구멍 깊은 곳에서부터 차례대로 제일 바깥쪽의 입술에 이르는, 구강 구조의 순서에 따라 배열되어 있으며, 이들은 다시 하나하나가 경음, 연음, 무기음, 유기음, 비음 등으로 세밀하게 분류되어 있다. 이러한 방식은 서양의 알파뱃 배열보다 훨씬 더 합리적이며 과학적인 면모를 지닌다.
한편, 이 다섯 개 군 밖의 자음을 보면, y는 ‘야\', r는 ‘라’, I는 ‘라’, s는 ‘싸’, 그리고 h는 ‘하’로 발음되며, l는 ‘리’, v는 ‘봐’ 또는 ‘와’로 발음된다.
억제음이라고 부르는 m은 범어의 공점(空點)과 그 쓰임이 같으며, m으로 적기도 한다. 이것은 또한 다른 자음의 앞이나 어미에 위치하여, 다섯 개 군에 속해 있는 각각의 비음을 대신하여 쓰인다.
빠알리어의 자음에서 특히 유의할 점은 그것의 주요 자음이 경음-연음의 발음 체계에 의해 발음된다는 사실이다. 이런 사실을 간과함으로써 우리는 종종 영어 자음의 유성음-무성음의 발음 체계를 따라 빠알리어를 읽고 또 우리 말로 표기히는 우를 범하고 있다. 비단 빠알리어뿐 아니라, 외국어 학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요한 병폐는 그 발음체계가 서로 다른 각 나라의 언어를 한결같이 로마자 알파뱃으로 표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탓에 경음으로 읽어야 하는 빠알리(Pali)가 곧잘 ‘파알리’ 또는 ‘파리’-이 경우는 일본 서적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병폐에서 비롯된 것이지만-로 잘못 표기되곤 하는 것이다.
서양 버터에 익숙해진 싱거운 입으로 빠알리어를 읽을 것이 아니라, 짜디 짠 돌소금 몇 알을 입에 털어넣고서 그래도 짜지 않은 듯이 조금은 달관한 목소리로 빠알리어를 우물거려 볼 일이다. 그런 대로 짭짤하고 또 그런 대로 감칠맛나는, 듣고 싶은 부처님 목소리가 아마 그런 것일는지도 모른다.

다음 호부터는 ‘남방불교의 역사’가 이어집니다.
박용길/경기도 금곡에서 살고 있으며 마조어록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