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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 갈 짓을 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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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안길모 1988년 10월 80호
불교의 이론적인 근거가 되는 것은 인연법(因緣法)이다. 원인이 조건을 만나 다른 원인을 만들고 그 원인이 역시 조건이 되는 무궁한 변화를 알면 깨달은 사람이 된다. 단순하게는, 산이 산을 만나면 산이 되고 물이 물을 만나면 물이 된다. 그러나 인과 연은 그렇게 단순하게 만나는 것은 아니다. 산이 물을 만나고 물이 산을 만나는 등 인연은 실로 광대한 생성을 한다. 또한 그만큼 무변하게 사라지기도 한다. 이 세상의 인물 중에서 인연생멸(因緣生滅)하는 현상을 가장 잘 깨달은 이는 석가모니다. 그의 깨달음이 너무나 넓고 완벽하여 후세 사람들이 그를 일컬어 ‘깨달은 사람’ 이라는 뜻의 ‘부처님’이라고 불렀다.
인연법이 종교로 발전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 것은 인과응보(因果應報)의 철칙이 있기 때문이다. 좋은 인을 만들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 좋은 일을 하여 얻을 수 있는 결과 중 가장 바람직한 것은 극락세계에 왕생하여 아미타부처님과 함께 사는 것이다. 「아미타경(阿彌陀經)」, 「무량수경(無量壽經)」, 「관무량수경 (觀無量壽經)」은 이른바 정토삼부경 (淨土三部經)으로서 좋은 일을 해서 얻게 되는 결과에 대하여 잘 말해 준다.
반면 악한 짓을 하면 고통의 벌을 받기 마련이다. 지옥에 가는 것은 나쁜 짓을 한데 대하여 응보를 받는 벌 중 가장 끔찍한 것이다. 지옥에 대하여 기술한 경전으로는「지장경(地藏經)」이 으뜸이다. 기원후 5세기경에 만들어진「정법염처경(正法念處經)」도 지옥을 자세히 서술해 준다. 논술서로는 「구사론(傷舍論)」과 「대지도론(大智度論)」이 지옥에 가는 원인과 지옥의 참상, 그리고 지옥에 갈 죄를 참회하는 법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이들 경전에는 권선징악 사상이 강하게 나타나있다.
그런데 지옥에 가는 벌은 보복을 위한 벌이 아니다. 세상을 잘사는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만든 것이 지옥이다. 순한 말을 해서 듣지 않는 아이들에게는 심한 말로 해야 한다. \"심부름하면 떡 준다\"가 \"심부름하지 않으면 혼난다\"로, 그리고 \"심부름하지 않는 아이는 죽어서 도깨비가 된단다\"로 심한 말이 된다. 이 정도의 엄포가 효력이 없으면 \"심부름하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 등으로 발전한다. 그런데 지금의 세상에는 떡을 얻어먹을 사람들보다는 혼쭐이 나거나 도깨비가 되거나 지옥에 갈 사람들이 더 많다.
지옥의 정황을 알면 지옥에 갈 짓은 안할 것이라는 욕심에서 몇 군데의 지옥을 소개한다. 지옥은 크게 팔대 지옥으로 나누어진다. 흔히 사람들은 여덟 군데의 큰 지옥을 다 알지는 못하고 다만 아비규환, 무간지옥 정도를 기억한다. 그것도 이름만 알뿐이다.
팔대 지옥의 명칭과 원인이 되는 죄목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활(活)지옥이다. 이곳에는 살생죄를 지은 사람이 간다. 둘째는 흑습(黑濕)지옥이다. 이는 도둑질한 죄인이 가는 지옥이다. 세째는 합(合)지옥이다. 성 범죄자들이 고통을 받는 지옥이다. 넷째는 규환(叫喚)지옥이다. 거짓말 잘하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형벌의 장소다. 다섯째는 대규환(大叫喚)지옥이다. 술(酒)과 관련하여 죄를 두텁게 지은 사람은 대규환 지옥에 떨어진다. 여섯째는 초열(焦熟)지옥이다. 사고방식이 잘못된 사람, 크게는 이단인(異端人)들을 기다리고 있는 지옥이다. 일곱째는 아비(阿鼻)지옥이다.
오역죄를 범한 극죄자(極罪者)가 가는 곳이다. 여덟째는 무간(無間)지옥이다. 아비지옥과 같은 지옥이다.
오역죄(五遊罪)는 아버지를 살해한 자[殺父], 어머니를 살해한 자[殺母], 큰스님을 살해한자[殺阿罪漢], 숭단의 화합을 깬 자[破和合者], 부처님의 몸을 흉기로 찔러 피를 낸 자[出佛身血] 등이다. 요즈음에 일어나는 끔찍한 일들 중에는 이런 오역에 해당하는 죄가 많다. 신문에는 존비속살해 기사가 흔히 실린다. 스님들 사이의 싸움으로 끔찍한 사태를 빚는 사례도 있다. 승단의 화합이 엉망진창으로 된 큰 사건도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지금 부처님이 이 땅에 계신다고 하더라도 신체가 안녕하리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다. 이렇게 보면 결국 우리는 아비지옥, 무간지옥의 벌을 약속 받은 땅에 살고 있다.
앞에서 말한 팔대 지옥은 저마다 부속된 열여섯 군데의 소지옥을 갖고 있다. 그래서 개수로는 일백스물여덟 군데의 지옥이 항상 우리를 주시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한치의 잘못도 범해서는 안되는 매우 긴장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생이다. 여기서 몇 개의 지옥을 살펴보자,
타인을 고문한 자는 다고(多苦)지옥에 가는데 다고지옥은 살생죄의 응보지옥인 활(活)지옥에 부속되어 있다. 이곳에 가면 불[火]의 벌, 칼의 벌, 동물의 벌을 두루 받는다 벌레가 골수를 파먹고 칼날이 눈발처럼 날아 육신을 괴롭힌다. 활활 타는 불 속에서 괴로움을 당한다. 이곳에 가는 죄, 곧 고문에 대해 정법경처경 지옥품은 이렇게 열거한다. 사람이나 짐승을 나무로 눌러 괴롭히는 고문, 끈으로 목을 죄는 고문, 불로 지지는 고문, 기둥에 묶어 두는 고문, 연기나 개스로 한 고문, 뜨거운 방에 가두어 두는 고문, 얼음 속 곧 냉장고에 유폐시키는 고문, 물에 오랫동안 담그는 물고문, 남녀의 국부에 고통을 주거나수치심을 주는 성고문, 나쁜 벌레를 몸에 넣어 물어뜯게 하는 고문 등, 정법염처경이 나열한 이러한 고문의 방법은 이십세기 이 지구상의 독재정권이 하고 있는 고문과 매우 비슷하다. 이런 고문사례는 국제인권위원회 보고서에 숱하게 기록되어 있다.
음탕한 짓을 한 범죄자들이 가는 합(合)지옥의 부속지옥에는 강간한 자, 가족 파괴범, 여인 폭행자, 남자간에 음행한 자등의 성범죄자들이 감금되어 벌을 받고 있다. 창으로 정수리에서 항문까지 관통 당하기도 하고 뜨거운 쇠집게로 고환을 뽑히기도 한다. 녹인 구릿물을 입에 퍼 붓는다. 날마다 자기의 부인과 딸이 폭행 당하는 환상을 보며 살기도 한다.
정해진 세금을 모두 거두어 가고도 ‘국가재정이 모자라서’라는 명분으로 준조세의 부담을 주는 왕은 혈수식(血髓食)지옥에 떨어진다. 혈수식 지옥에 간 왕은 불이 타는 나무에 거꾸로 매달린다. 그리고 쇠부리를 가진 매가 그 왕의 내장을 파먹는다. 또한 흐르는 피와 골수가 죄인의 입으로 들어가 그것을 스스로 먹는 벌을 받는다. 과대 조세로 인하여 맺힌 백성의 원한이 피와 골수가 되어 최고통치자였던 죄인의 입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이다. 혈수식지옥에 몇 명의 죄인이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몇 명이나 더 들어갈지는 알 수 없다.
‘도대체 지옥에 갈 짓을 왜 하는지…
지옥에 갈 짓을 왜들 하는지 …’
나도 모르겠다.

안길모/安佶模.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나왔고 동국대 대학원에서 불교철학을 전공했다. 중앙일보와 동양방송의 기자로 시작해서 20여년 동안 언론계에서 종사해 왔으며, 지금은 중앙일보사 출판기획부장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