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車에서 미륵을 만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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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의 소리 - 원철
1997년 04월 182호
자동차종합보험 기피 대상자에 종교인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보험회사의 적자누적을 메꾸려고 일선 생활설계사에게 내린 내부 지침에 이 내용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고는 아연할 수밖에 없었다. 장거리 이동이 잦은데다가 독신이라는 요소가 과속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위험에 노출된 정도가 심한 건 사실이지만 세간에서 이렇게 드러내어 놓고 문제를 삼을만큼 상태가 악화된 줄은 몰랐다.
사실 이보다 외견상으로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이들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의 고급화, 중형화추세이다. 이 역시 잦은 장거리 이동과 함수관계를 가진다. 사실이 그렇더라도 세간의 심정적인 동의를 얻을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모종교의 최고 지도자가 가장 작은 자동차를 탔다는 사실 자체가 광고로 인용될 만큼 사건(?)인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화려함은 옛날에도 문제가 된 모양이다. 신라의 경흥국사는 대궐에 들어갈 때마다 말(馬)과 안장이 화려했고 차림 또한 그에 못지 않아서 가던 행인들이 길을 비킬 정도였다. 하루는 국사 앞에 초라한 행색을 한 승려가 광주리에 마른 생선을 지고 앉아 있었다. 승복에 생선을 지고 있는 것이 국사의 눈에 거슬려 ‘부정한 물건을 지고 있다’고 호통을 쳤다. 그랬더니 “살아 있는 고기(馬)를 두 다리에 끼고 있는 것보다죽은 고기를 메고 있는 게 더 싫단 말인가요” 하고 대꾸하고는 사라져 버렸다. 알고 보니 그는 문수보살의 화현이었다. 이에 국사는 크게 느낀 바가 있어 다시는 말을 타지 않았다. 위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 「삼국유사」의 ‘경흥우성標興遇聖’ -경흥 국사가 성인을 만나다-의 마지막 부분은 미륵보살의 “나는 말세에 염부제에 태어나 먼저 석가의 말법제자들을 제도할 것이다. 그러나 다만 말을 타는 비구만을 제외시켜서 그들로 하여금 아예 부처님을 보지 못하게 할 것이다” 하는 게송으로 마무리를 짓고 있다.
i}를 타는 게 허물언 시대에 짤고 있지는 않다. 그렇지만 종교인이 보험 기피자로 분류된E}든지 보통 사람의 수준을 웃도는 고급차로 세간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면 율장 정신에 크게 어긋난다. 경흥스님에게 화현했던 그 문수보살이 오늘의 비구들에게 나타난다면 어떻게 대할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그리고 미륵보살은 이렇게 말하지나 않을지 모르겠다.
“나는 말세에 해동에 태어나 석가모니의 말법제자들을 제도할 것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과속하는 차, 또는 필요 이상의 사치를 부린 차를 탄 스님들은 제외하겠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