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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와 보시 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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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마의 방 - 김원홍 1997년 04월 182호
북한에서는 인구의 절반이 굶주려 죽어 가고 있다. 지난해 겨울 홍수로 집을 잃은 북한 수재민들은 움집에서 겨울을 나면서 뗄감이 없어 얼어죽어 갔다. 그러나 풍요로운 남한에서는 일 년에 음식 쓰레기로 일조 원을 버리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난방이 잘된 아파트나 호텔, 스키장 등에서 호화로운 음식을 먹고 고급 위스키를 마시며 추위를 모르고 겨울을 보냈다. 최근에 귀순한 북한군 병사는 심각한 영양실조로 체중이 37킬로그램이 되지 않았다. 우리 국민의 l0퍼센트는 영양 과다로 인한 비만증, 고혈압, 당뇨병 등으로 괴로워하고 있다.
국민소득이 일만 달러를 넘자 우리는 과거 배가 고왔던 기억을 잊어버리고 많이 가진 계층이나 덜 가진 계층이나를 막론하고 과소비와 사치 풍조를 즐기고 있다. 하늘의 뜻에 따라 언제 우리의 이 풍요로움이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는 염려는 꿈속에도 하지 않는다.
“오늘이 즐거우면 인생이 즐겁다”는 쾌락주의와 찰나주의가 사회에 만연하고 있다.
지난해 위스키, 화장품, 모피, 의류, 승용차 등 사치성 소비재의 수입이 이십억 달러(일조칠천억 원)를 넘었다. 관세청이 지난해 통관한 사치성 소비재의 수입은 이십억구천사백만 달러로 95년의 십사억일천일백만 달러에 비해 484퍼센트 증가했다. 사치성 소비재는 화장품이 삼억일천칠백만 달러(이천오백오십오억 원)로 가장 많고 주류는 이억이천이백만 달러로 늘어났으며 이중 위스키는 일억팔천육백만 달러(일천오백억 원), 향수는 이천오백만달러(이백억 원)였다. 승용차의 수입은 사억일천삼백만 달러, 모피 의류는 일억일천만 달러, 다이아몬드와 진주, 오팔 등 보석과 금은의 수입은 육십억 달러(오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같은 수치는 대부분 무역업자들이 수입해 온 것이며 해외 여행객들이 공항의 면세점이나 비행기 안에서 파는 면세품은 포함되지 않아 여행객들이 입고 들어오는 옷과 휴대품 등의 선물까지 합한다면 수입액은 두세 배나 늘어난다.
지난 일 년 동안 해외를 다녀온 관광객들은 모두 사백육십오만 명으로 이들이 평균 십만 원 정도의 면세품을 비행기 안에서 구입했다고 가정할 경우 면세물품은 오천억 원이 넘고 이십만원 정도를 사왔다고 계산하면 일조 원이 넘는다.
국민소득은 일만 달러밖에 되지 않는데 서울 백화점의 의류와 생활필수품의 물가는 소득이 삼만 달러가 넘는 뉴욕의 메이시 백화점이나 파리의 쁘랭땅 백화점, 런던의 헤로드 백화점보다 고가품이 많으며 가격은 30퍼센트 이상 비싸다. 일억 원찌리 모피와 카페트, 가구, 일천만원짜리의 촛대가 팔리는 것이 우리나라 백화점의 현실이다.
뉴욕이나 파리 시민 소득의 삼분의 일밖에 되지 않는 서울 시민이 생활필수품은 30퍼센트 비싸게, 호화사치품은 막대한 관세를 지불하면서 두 배 내지 세 배 가격으로 물건을 사고 있는 셈이다.
외국의 경제 전문가들은 늘어나는 외채와 국제수지 적자로 한국이 머지않아 제2의 멕시코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가진자나 없는 사람들이나 빚을 내서라도 해외 관광여행을 떠나고 해외에 가서는 보신관광과 쇼핑으로 추악한 한국인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우리의 동족인 북한의 동포 일천만명이 굶주리는데 사천오백만 국민이 호의 호식하면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가 하루 세 끼 식사를 배불리 먹을 수 있게 된 것은 83년 수해 뒤로 십사 년 동안이나 풍년이 들어 쌀의 자급을 이룰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에는 칠 년 동안이나 홍수와 가뭄으로 흉년이 들어 백성들을 먹여 살려지 못해 나라가 거덜이 나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식량 사정도 결코 장미빛 만은 아니다.
쌀은 거의 자급 자족을 이루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밀가루와 옥수수, 보리 등 밭작물을 포함한 전체 식량 자급율은 30퍼센트 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가 국내에서 소비하는 곡물 가운데 70퍼센트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수입 쇠고기의 판매량은 이미 53퍼센트가 넘어섰으며 값싼 수입 쇠고기의 유입으로 국내 축산업은 도산 위기에 처해 있다. 불과 십여 년 전인 80년대 초만해도 우리나라에는 매주 토요일을 쌀어 없는 분식의 날로 정해 군부대나 학교는 물론 일반 식당에도 밥을 팔지 않는 때가 있었다.
불교는 자비와 보시의 종교이다. 살생을 금지하는 생명의 종교이며 무소유를 수행자의 최고의 덕목으로꼽는 청정의 종교이다. 원시 불교도들은 세 벌의 옷과 밥그릇 하나로 생활하는 무소유의 삶을 살았고 아직도 동남아시아의 소승불교에서는 승려들이 세가지 옷과 탁발로 생활하고 있다.
조계종은 헐벗고 굶주리는 북한 동포를 위해 올해 초부터 대대적인 탁발을 벌이고 있다. 민족이 하나가되는 공동체의식의 확산을 위한 탁발로 모은 성금은 헐벗고 굶주리는 우리 사회의 이백만에 가까운 절대 빈곤층과 북한동포와 한국인들에게 사기 피해를 받은 연변 조선족 돕기에 쓰이게 된다.
불교계는 지난해부터 세계의 기아와 질병, 학대받는 어린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이웃을 돕는 사람들 모임과 불교국가들에게 의약품 보내기 운동 등 자비와 보시 활동을 펴고 있다. 남의 아픔이 바로 나의 아픔이며 나의 고통이 바로 이웃의 고통이라는 신념으로 약과 식량이 없어 죽어가는 인류를 살리자는 운동을 펴기 시작한 것이다.
인도와 네팔에서는 병원의 건물과 시설이 우리나라 시골 장터에 있는 이발소 수준의 위생 시설과 규모이다. 날마다 먹을 것도 변변히 없는 나라에 국민들은 영양실조와 열악한 위생상태로 병에 걸리기 마련이며 병에 걸려도 입원은 커녕 변변한 치료나 약품이 없어 딱딱한 긴 나무의자에 누워 고통 속에서 죽어간다.
생명과 자비의 종교 불교의 스님들이 기아와 질병에 시달리는 불우한 이웃들에게 병자들에게 새로운 생명과 삶을 주기 위해 삼십오 년만에 거리에 나와 목탁을 두드리며 탁발을 시작한 것은 새로운 충격이다.
무소유의 청정한 삶을 삶을 살아가는 스님들의 설법이 사치와 낭비, 방종의 바다에 빠진 신도들을 구제하고, 탁발로 모은 성금은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는 것이고 민족의 생명을 살리는 방생이다. 우리 불교의 따뜻한 마음이 절망의 암흑 속에서 고통 받는 이들에게 밝은 촛불이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