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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신(殺神)을 경게하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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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편집실 1986년 08월 54호
묵암 대선사

사람이 이 세상에 난 것은 모두 신(神)으로 말미암아서이다. 태초(太初)부터 안아 보내는 신, 맞아 인도하는 신, 낳는 신, 병의 신, 몸의 신, 목숨의 신, 내지 음양 오행(陰陽五行)의 신은 위에 벌려 있어 환히 내려다 보며, 강유육갑(强柔六甲)의 신은 밑에 벌려 있어 우리를 끼고 있다. 그러므로 형상이 있는 물건으로서 어느 것이나 그 범위의 밖으로 벗어나려고 꾀
할 수 없는 것이다.
생각하면, 나는 박명(薄命)하여 전생에 불숙(不淑)을 만나 일찍부터 병에 걸려 있으니, 선신(善神)이면 그만이거니와, 나를 해치는 것이면 지금 그 이름을 세어 때려 보낼 것이다.
눈에는 안살(眼殺)이 있어 나를 눈멀게 하고, 입에는 구살(口殺)이 있어 나를 벙어리로 만들며, 가슴에는 흉살(胸殺)이 있어 나를 천식( 臭)하게 하니, 이런 것은 안의 3살(殺)이다.
여러 번 재산을 잃게 하나니 그것은 나의 산업(産業)의 살이요 자주 상좌(上佐)를 잃게 하나니 그것은 나의 백족(白足)의 살이며 가르치는 무리를 흩어지게 하나니 그것은 나의 제자의 살이니 이것은 바깥의 3살이다.
이 안팎의 6살이 합해 내 한 몸을 침공(侵功)하여 나를 고달프게 하고 나를 근심하게 하여, 살지도 못하고 죽지도 못하면서 반생(半生)을 실날같은 목숨만 이어가거니, 어찌 죽기를 원하지 않으며 또 살기를 포기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나는 일진(一眞)을 마음으로 섬기고 모든 성인을 존경하여 생각하면서, 몸은 비록 환우(寶宇)에 매어 있으나 마음은 실로 법해(法海)에 놀고 있다. 그리하거늘 너희들이 어찌 39품(品)의 영(靈)과 39품의 영, 불혼(佛塊)파 조혼(祖塊)의 영 천신지기(天神地祇)의 영, 칠원진군(七元眞君)의 밝은 영, 시왕명관 (十王冥官)의 어둑한 영, 산천악독(山川岳 )의 영, 명왕성제(明王聖帝)의 영 둥과 감히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자취를 섞어 떠나지 못하겠다 할 수 있겠는가? 너희들은 마땅히 그 짝과 졸개들을 이끌고 옛 것을 버리고 새로움으로 나아감으로써 금강 호법신(金剛護法神)의 무서운 칼날을 피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만일 말하기를,「옛날 한 창려(韓昌黎)는 궁(窮)을 보냈지만 궁은 떠나지 않았고, 양 자운(楊子雲)은 가난을 쫓았지만 가난은 쫓겨가지 않았다. 우리도 천수(天敎)가 이미 정해져 있으므로 새삼 떠나갈 이유가 없다」 한다면, 나도 한 말하리라. 얼음이 녹아 도로 물이 되는 것은 한 기운의 변통이요, 슬픔이 도로 기쁨으로 펴지는 것은 2의(義)의 양능(良能)이다. 너희들도 음양조화(陰痒造化)의 사이에 있으므로, 마땅히 하늘을 대신해 도(道)를 행하고, 땅을 본받아 마음을 제어하여 악을 변하여 선으로 만들고 어두움을 둥지고 밝음으로 나아가서, 이 노승(老僧)으로 하여금 눈을 다시 밝게 하고 말을 다시 순하게 하며 담(痰)을 도로 삭게 하면, 안의 3살이 변해 3길(吉)이 될 것이다.
또 재산이 풍족하고 시자(侍者)가 구비하여 자식이 효도하면 바깥의 3살이 화(化)하여 3량(良)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먼저는 흉(凶)하다가 나중은 길(吉)하며, 젊어서는 곤(困)하다가 늙어서 편하면, 6살의 해(害)가 마침내는 6합(合)의 이익이 될 것이니, 그렇게 되면 너희들의 변화는 잘한 것이 될 것이며, 이 노승의 할 일도 마침이 될 것이다.
걸주(傑紂)의 미련한 백성들이 마침내 탕무(湯武)의 충신(忠臣)이 되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으며, 마른 나무에 봄이 돌아오고 쓰러진 말뚝에 싹이 났으니 이 얼마나 훌륭한 일이겠는가? 부디 고집 불통되지 말고 빨리 알아 들어야 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