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보기


심월(心月)은 서로 비추이고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특집 - 편집실 1986년 08월 54호
석옥(石屋)화상 태고(太古)화상

석옥화상(石屋和尙)의 글

생각하면 7월에 장로(長老)는 만리의 험한 길을 꺼리지 않고 자기의 일을 결정하기 위하여, 이 산 꼭대기까지 나를 찾아 왔읍니다. 그 때에 서로 보았지마는 노승은 한 법도 말한 것이 없고 장로는 한 글자도 들은 것이 없었으니, 이것이 진짜로 서로 보는 것이었읍니다. 만일 거기에 털 끝 만큼이라도 본말(本末)을 말한 것이 있었다면, 그것은 다 견해의 가시가 되는 것이니, 이것이 과거 사람들이 지금까지 서로 보는 도리인 것입니다. 장로는 부디 스스로 몸을 보살펴 미래 사람들에게 보여 주어 사견(邪見)을 따르지 않도록 하십시오.
섣달 17일에 해문 홍(海門 洪) 장로가 이 산에 와서, 장로가 이미 대도(大都)에 돌아갔다는 말을 반가이 들었는데, 하마 고향에 돌아갔는지 안 갔는지 어떤지 궁금하여 간단히 이 글을 적습니다. 부디 대법 (大法)을 존중하시기를 빌고 빕니다.
지정 정해 납월(至正 丁亥 臘月) 29일, 호주 하무산(湖州 霞霧山)에 사는 석옥 노납 청공(石屋 老納 淸珙)은 태고 우(太古愚) 장로께 올립니다.

석옥 화상께 올리는 글
제자 고려국 중흥선사(重興禪寺)의 보우는 구배(九拜)하고, 본사(本師) 하무산 석옥 대화상 좌하에 삼가 올립니다.
8월 1일에 하직하온 뒤로 우러러 사모하지 않은 날이 없었읍니다. 좋은 길의 여행으로 10월15일에 대도(大都)에 돌아왔읍니다. 주머니의 송곳 끝이 조금 나왔다하여, 여러 산의 온 큰 스님네와 조정의 대신들이 왕에게 아뢰어, 왕의 명령으로 영령선사 (永寧禪寺)의 주지로 있었습니다.
11월24일은 태자의 생신날이어서 금란가사와 불자(佛子)와 향을 내리시어, 천사(天使)의 엄한 명령으로 여러 곳에서 모인 사중(四架)이 거의 백 천만 인이나 되어, 둘러싸고 북을 치기에 할 수 없어 법좌에 올라갔읍니다. 먼저 축리(祝釐)의 향을 사루고 다음에는 노
화상을 위해 품에 품었던 향 한 개피를 내어 향로에 사른 뒤에, 종승(宗乘)을 연설하여 말법(未法)올 붙들고 드날렸으니, 이것이 어찌 법유(法乳)의 큰 은혜가 아니겠읍니까? 감히 고하지 않을 수 없어 한 바탕의 가추(家醒)와 두서 없는 비사(鬼辭)를 삼가 적어 올리는 것입니다. 명년 봄에는 다시 나아가 종신토록 모시려 하옵니다 마는 혹 엽연(業緣)에 얽매어 원을 이루지 못하고 고향에 돌아가더라도, 한결같이 교훈에 의지하고 분부를 따라 두 가지를 이롭게 하되, 불법을 천하게 팔지 않고, 나아가서는 후세에 이르기까지 종자가 끊이지 않게 하겠읍니다. 그러하오나 이것이 어찌 제 혼자만으로 될 수 있는 일이 겠읍니까. 바로 부처님과 조사님네 들의 본원(本願)이 이끌어야 될 일일 것입니다.
지난번에 화상을 뵈온 것은 큰 일을 이어 받드는데 있었압고, 오늘 조서(詔書)를 받들어 개당(開堂) 하게 된 것도 그 까닭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졸렬한 말로 이 마음을 어찌 다 말할 수 있겠읍니까. 살펴 주시기를 삼가 바라오며 다시 재배 (再拜)하면서 본사 대화상의 기후 만복(萬福)하심을 축원합니다. 고향 사람의 편이 있거든 자비로 물어 주시면 못내 위로 되겠습니다.
석옥 화상의 답서
답을 씁니다.
이별한 뒤로 노병이 날로 더하여 문을 닫고 들어 앉아 정양하면서, 구차히 날을 보내고 있었읍니다.
무자 10월13일에 문득 정자(淨慈)의 전인(專人)의 장로의 편지를 가지고 왔기에 반가이 읽었읍니다. 그리고 태고의 시절과 인연이 함께 익어, 여러 산의 큰 스님네와 대신과 관리들이 왕에게 아뢰어 왕의 명령으로 명령 선원의 주지가 되고 개당하여 법을 연설하여 종교를 빛내고 드날렸음을 알았읍니다. 그것은 바로 장로의 진정이 성인에 맞고, 그 행실이 사람들을 감동시킨 것으로서 어찌 우연이라 하겠읍니까. 또 개당하던날, 향을 준비했다가 이 노졸(老拙)을 위해 사른 줄도 알았읍니다. 그러나 이 노졸은 자리에서 물러나 한가함을 따라, 미친 듯한 망념이 조금 쉬었올 뿐인데, 어찌 감히 남의 스승이 되리라고 망상인들 하였겠읍니까.
지금 장로의 그렇게 된 것이 어찌 많은 생(生)의 인연이 아니겠읍니까. 그러나 세상에 나가 사람을 위할 때에는, 반드시 본분의 일로써 어리석은 이들을 격려해 이끌어 줄 것이요 부디 근기와 경계 위에서 아침의 유혹에 빠지지 마십시오 대가(大家)의 풀 속에서 그것을 굴린들 무엇을 도모할 수 있겠옵니까. 부디 노력하여 그렇게 되고 언제나 변하지 않으면, 임금의 은
혜와 부처의 은혜를 한꺼번에 다 갚을 것이니, 내가 또 무슨 말을 하겠읍니까. 길은 비록 천만리로 멀지마는 눈으로 직접 보는 데에 있을 뿐입니다. 늙고 피곤하여 자세한 답을 쓰지 못합니다. 용서하시오. 용서하시오.
지정 8년1월7일, 하봉(霞峯)의 석옥은 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