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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광복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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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의 소리 - 시명 1986년 08월 54호
8월15일은 마흔 한 돌을 맞는 광복절이다.
올해 광복절은 그동안 국민들의 성금으로 이룩한 독립기념관이 개관 되고 그 경축식에는 온 국민은 물론 해외 동포까지 3만명이나 초대하여 그동안 흩어져 있는 우리민족의 독립 의지를 성대하게 기념한다고 했다. 독립이란 말은 홀로 선다는 말이다. 외세나 남의 도움에 의하여서는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 스스로의 의지로 당당히 선다는 말이다.
한용운 선사는 죽으나 사나 나에게는 자주독립 밖에는 없다고 어느 곳에서나, 죽는 날까지 누구에게 나 당당하게 거침없이 말했던 민족의 혼이었다 이렇듯 장한 애국지사들의 피와 혼으로 이룩한 독립국가 대한민국이 아니던가 그러나 최근에 일본 문부성장관의 망언이나 미국의 환율인상에 대한 압력을 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느끼는가. 아직도 제국주의의 근성과 망상을 가지고 있는 일본이나 우리의 가장 맹방이라고 믿어 왔던 미국이 자국(自國)의 무역수지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전략으로서 자유무역주의와 원화절상 압력이라는 방법은 그 근본이 서로 잘못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처사는 광복 이후 계속 가까와져 온 상호간의 국제적인 우의와 국제 협력의 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이며 또한 우리나라의 국가적 자존심을 크게 손상케하는 일이다 내 나라의 주권과 내 나라의 경제가 중요하다면 남의 나라 주권이나 경제적 피해도 우려해줄 줄아는 것이 우의(友誼)요 협력관계에 놓여 있는 맹방의 처사가 아니겠는가. 남의 나라 체면이나 곤란한 입장은 조금도 생각해 주지 않으면서 내 주장이나 자신의 고집대로만 되어 지도록 요구해 온다면 어찌 의리 있고 믿을만한 친구관계라 할 수 있겠는가 또한 그들은 세계가 모두 선망의 눈으로 쳐다보는 선진국들이 아닌가! 선진국이란 무엇인가? 돈만 있으면 선진국인가? 솔직 담백하고 예의 바르며 싹싹한 일본인의 기질과 대국(大圖) 사람들다운 아량과 미국의 시퍼런 청교도 정신은 어딜가고 걸핏하면 역사의 진실이나 왜곡하며, 침략 근성의 상징인 칼과, 경제적 내셔렐리즘의 장사속만 드러내는 의리 없는 선진국들이 우리와 가장 가까운 이웃이라면 우리는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에게 충격이며 또한 시련이다 그래도 우리는 어려운 이 시련을 극복해야 한다. 그 일제(日帝)치하에서 우리들의 선조 들이 어떻게 얻어 준 독립이요 어떻게 얻은 광복이던가 그러나 앞의 미국이나 일본의 처사보다 더 부끄러운 사실이 있다 두말 할 것도 없는 독립기념관 화재 사건이다. 화재 원인이야 이미 밝혀졌듯이 전공(電工)들의 실수라지만 국민들 가슴마다 심어준 충격과 뭇 난 후손들의 부끄러운 마음은 어떻게 사죄해야 될 것인지 생각하면 할수록 얼굴 뜨거워진다. 언제나 졸속하게 기능만 생각한 나머지 정성이 들어있지 않은 일은 본래 그렇게 되는 것이다. 자손 만대까지 물려주어야 할 독립기념관을 그렇게 무성의하게 지었다는 것부터가 반성해야 할 일이다. 독립기념관은 이미 알다시피 민족의 독립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쳤던 선조 들의 거룩한 유덕을 기리는 것은 물론 미래 우리 민족의 영원한 삶을 이끌어 갈 정신적 바탕을 다지게 하려는 민족적 제단(祭壇)이다.
옛부터 우리 민족은 조상의 제사를 지낼 때 정성과 엄숙함을 제일로 삼았다. 독립기념관은 흔히 가는 공원같은 놀이터가 아니다. 놀기 삼아 다녀오는 곳이 되게 해서도 안되겠으며 그런 마음으로 찾아가서도 안될 곳이 아니겠는가. 하물며 찾아가는 자의 마음이 그러해야 할진대 독립기념관을 짓고 준비하는 사람의 마음은 어떠해야 하겠는가 공사 감독기관이나 처벌하고 책임 소재를 묻기 전에 진정한 국민적 참회가 있어야겠고 올해 광복절에는 기쁜 마음보다는 그 기쁨 뒤에 숨어 있는 희생을 생각하는 광복절이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