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적 인과로서의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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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강 - 박소정
1998년 06월 196호
불교의 연기緣起와 서양의 인과因果 개념을 접목해 보고자하는 이 작업의 목표는 연기론을 통하여 현재 선형적 인과를 중심으로 하는 과학과 철학의 환원주의적 방법론과 존재론이 확장되고 수정될 필요를 주장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연기를 현상계의 구성 원리로 제한하여 고찰하는 것이 필요하였다. 이 논문이 일차적으로 주장하려는 바는 이 두 개념이 비교될 수 있기 위해서는 ‘인과’ 는 확장되고 ‘연기’ 는 제한되지 말이야 한다는 점이다. 많은 서양 학자들의 시도가 대개 연기를 인과의 일종으로 간주하는 반면 여기서는 연기가 인과보다 훨씬 포괄적 관계를 지시한다는 점을 주장한다. 또한 비선형적인 다양한 인과관계를 인정하고 포착함으로써만 인과론은 연기론에 접근할 수 있는 적합한 통로가 될 수 있음을 밝힌다.
인과의 확장은 먼저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인의 현대적 해석을 통하여 이루어질 수 있다. 지금 환원주의가 오직 에너지 전이의 추동력인 \'동력인’ 만을 실질적인 인과적 효력으로 인정하고 있는 바와 달리, ‘목적인’, ‘형상인’, \'질료인’은 동력인으로 환원되어서는 설명되지 않는 에너지의 기능적, 구조적, 개체적 분포 방식을 저마다 가리키는 경험적 용어로 재해석될 수 있으며, 이틀은 중층적 세계내의 치원간 규제력으로 이해될 때 중층적 세계의 각 차원들이 4원인을 통해 재기술될 수 있다.
이러한 인과의 확장을 통해 접근되는 세계는 궁극적으로 연기론의 설명에 부합하는 것이다.
상하 차원의 상호적 규제력과 상호 의존성을 강조하는 세계의 설명에서 어떠한 개체나 차원도 그 자체로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으며 언제나 인접한 차원과의 관계에서만 상대적으로 규정될 수 있다. 여기서는 실체와 속성의 이분법적 구분, ‘부동의 동자\', \'제 1 원인’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오직 내적인 상호 결정성과 의존성을 통해 세계가 설명된다. 용수의 중관론은 이러한 중층적 세계를 설명하는 데에 상향적 탐구 방법과 하향적 탐구 방법의 종합을 유도해 준다고 할 수 있다. 상향적 방법에 집착할때 환원주의가 귀결되고 하향적 방법을 강조할 때 초월주의의 유혹에 빠지게 되는 위험을 경고하는 방법론적 지침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중층적 세계의 끊임없는 출현과 차원 발생을 생각할 때 그 역사적 전개와 발전의 원인에 대해 우리는 이를 \'자연적 지향성’ 이라 이름할 수 있다. 본고는 마지막으로 이 동일한 물음을 연기론에 대해 제기해 보고자 하였다. 곧 연기의 역사적 지향성이 무엇인가? 연기는 무엇을 향하여 끊임없이 작용하고 있는가? 연기론에 대해 이러한 질문을 제기하는 것이 적합할 수 있다면, 연기와 공의 현대적 해석이라는 본 세미나의 주제 안에서 그 답변을 공동으로 모색해 보고자 하였다. 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