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시월 보름 히안거 결제날, 달력을 넘기며 구순을 헤아린다. 올 해제날은 음력 칠월 십오일이 아니라 유월 십오일이다. 윤오월이 들어 있어 해제가 한 달 빨라졌다. 물론 칠월 보름날 해제하는 사찰도 없지만 결과적으로 공달이 한 달 생겼다.
태양력에서는 사년마다 한번, 태음력에서는 오년마다 두 번의 비율로 윤년이 돌아오는데 태양력은 이월의 이십구일을 윤달로 삼고, 태음력에서는 윤달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 수 있으나 일정하지 않다.
불가에서는 윤달이 드는 해마다 공달이라 하여 특별한 행사인 생전 예수재를 지내는데 예수재란 사는 동안에 지은 죄업을 참회하고 죽은 뒤 정토에 왕생하여 정각을 얻을 수 있도록 생전에 미리 선근 공덕을 닦는 의식을 말한다.
사람이 일생을 살면서 알면서 짓고 또는 모르고 지은 열 가지의 악업을 참회하고. 이 봄의 무상함을 알고 선근의 종자를 심어 보리도를 향상하여 사후세계에 대한 불안한 마음을 예수재를 통하여 다시 한번 점검하는 행사이다.
이러한 사상은 지장경이나 관정경, 예수시왕생철경이라는 경전에 근거하여 생긴 것으로 미래의 불확실한 세계에 대한 준비보다 지금 자기가 처해 있는 상황 점검과 과거에 대한 참회 그리고 미래를 위한 계획을 수립함으로써 현세의 중요성을 자각하여 미래에 대한 확실한 믿음을 가져다 준다.
석존은 중아함의 진유경에서 독화살의 비유로 미래나 과거의 얽매임을 경계하시고 지금 당면한 과제의 정확한 판단과 앞으로 일어날 상황에 대해 신중한 선택을 말씀하시고 과거에 대한 그리움과 미래에 대한 막연한 상상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을 경계하셨듯이 예수재의 본 취지도 바로 이런 의미가 있지 않나 싶다.
예수재의 본 취지는 현실에 대한 올바른 자각과 미래 유토피아적 삶을 위한 준비이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 문제 도덕성 결여, 아이엠에프로 인한 정신적 공황, 책임 부재의 정치-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돌아보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를 제대로 알아 미래를 설계하는 적극적인 태도를 지녀야 한다. 그렇지 않고 과거에 얽매여 현실의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갖는 것은 올바른 행동이 아니다. 선배 불자들이 예수재라는 의식을 불타의 가르침을 재창출하여 현실 자각과 미래를 위한 올바른 지표를 삼는 계기를 윤달이 드는 해에 행해 왔듯이 우리도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다시 한번 지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어떨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윤달이 온다. 올해는 아이엠에프의 영향으로 사찰의 예수재가 많이 축소될 것이라고 하지만 열성적인 신도들은 이 절 저 절 다니며 열심히 예수재를 지낼 것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지도자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올 윤달에는 예수재를 지냈으면 한다. 주체와 객체를 위하여. 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