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치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언어의 사원 - 고형렬
1997년 09월 187호
벌레만한 어둠이 풀밭에서 호드기를 불고 있다 한낮 잔딧대의 눈물이 마르듯 울음은 작게 작게 이어지다 끊어진다 가까운 공기로 건너오는 희미한 불빛만 반짝반짝 흔들린다 어떻게 내가 이픈 벌레 몸을 가졌는가 풀밭에서 이 물음만 얻고 풀잎에 이슬만한 나의 이 호드기 풀빛 울음소리만 길을 가고 있다 누가 나의 이 생사를 듣는다고 이젠 입술이 찢어져 피가 흐른다 잠시 울음이 끊어진 뒤, 나의 시는 영원한 불구의 몸을 두고 미명까지 가는 저 목숨의 울음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