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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류동을 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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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의 소리 - 남일 1998년 05월 195호
유난히 비가 많던 봄은 이제 끝났는가? 해인사의 봄은 벚꽃 꽃잎 따라 흘러가 버렸다. 계곡가에 핀 보라색 꽃송이와 함께, 백운동 산자락너머 낙엽송 연푸른 새 잎순과 함께 해인사의 여름은 시작되었다.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들고, 어떤 까닭에서든 사는 것에 지친 사람들의 웃음과 노래, 그리고 차량들의 지주 소리가 온 가야산을 가득 메울 번잡한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가야산에는 이제 맑은 솔바람 소리가 없다. 봄, 가을로 흘러내리던 홍류동도 없다. 단지 관광지만이 남았다. 세계문화재산이 있고, 해인사가 있고, 고운 선생의 가야금 가락이 남아 있던 가야산은 이제 세계문화유산 때문에, 해인사때문에, 홍류동때문에 사람들의 눈이 멀고, 정신적으로 더욱 가난한 산동네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가야산이 가지고 있는 관광자원은 더 없이 뛰어나다. 하지만 멀리 내다보지 못하는 관광정책의 실정과 또 그것을 지키고 바꾸려 하지 않는 지역민들의 인식 부재가 지금의 \'아무것도 없는\' 가야산을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해인사의 사하촌인 신부락의 경우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뒤 한 때 호황을 누리던 때도 있었다. 그리고 그 호황이 가야산이 있고, 해인사가 있는 한 영원히 지속되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모두들 제 살 깎아먹는 식의 모습들 아닌가. 그 맑던 물도 이제 모두 오염되어 식수가 걱정이고, 전국의 관광자원이 속속 개발되어 이제는 산채나물밥의 솔솔함도 사라져 버렸다. 굳이 말하자면 이제는 지난 날의 그 호황을 꿈꾸기 어려운 동네가 되었다.
그러나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이 곳에 사는 사람들 전체가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기에 쉽게 풀지 못할 고민이기도 하다. 우리가 함께 이 가야산 속에서 살아가고, 조상의 땅을 지키며 살고 싶다면 그 방법은 단 하나 ‘홍류계곡을 살려야 한다’ 라는 것이다. 계곡의 상수원이라 할 수 있는 마장의 축산업과 하우스 재배법으로 1차 오염된 홍류동 물은 다시 신부락의 일백여 채가 넘는 집들과 음식점, 여관, 호텔 등으로 완전히 오염되어 흘러가고 있다. 그러나 십여 년 전에 만들어진 정수장은 그 운영비가 많이 들어 하지 않고, 부농의 꿈속에서 아무렇게나 뒷일 걱정 없이 시작한 여러 일들이 사람들의 식수원을 없애 버렸다. 이것이 바로 홍류동을 죽인 범인들이다. 홍류동아 살아야만 가야산이 살고, 가야산이 살아야만 사람들이 살 수 있다.
이제는 멀리 내다볼 때이다. 우라 자손들이 대대로 살아갈 땅을 지켜야 할 때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자연을 바라보는 눈을 바꾸어야 한다. 단순히 자연을 이용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생명으로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전국적으로 국립공원을 비롯하여 많은 공원이 있지만 어느 곳도 자연보존의 차원에서 보호되는 곳은 없다. 그래서 이 나라 많은 공원 가운데 단 한 곳이라도 철저히 자연을 보존하는 정책으로 운영되는 공원이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곳이 가야산이면 좋겠다. 가야산에는 세계문화유산과 한국 불교의 중심인 해인사와, 가야산의 산신이 노닐던 홍류동이 있기 때문이다. 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