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보기


성보聖寶란 무엇인가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이달의 이야기 - 박상국 1997년 07월 185호
성보聖寶는 한점 한점 모두가 몸과 마음을 정결히 한 뒤에 제작된 믿음의 표현물로 신앙의 대상이 되고 마침내 해탈의 세계로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요즈음 이러한 성보가 제자리 매김을 다하고 있는지 의문이든다. 성보인지 문화재인지, 성보란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케 한다.

우리나라의 사찰에는 수많은 문화재가 소장되어 있고 우리나라 문화재 가운데는 불교문화재가 많음은 상식이다. 그리하여 사찰에 있는 문화재나 박물관에 있는 문화재나 모두 같은 치원으로 치부되어, 박물관에 진열된 불상앞에 두손 모아 합장하기도 하며 관광지화 된 사찰에서는 법당에 봉안된 부처님을 관람하듯 하는 사람도 많다. 사람에 따라 불상도 되고 부처님도 되겠지만, 대체로 사찰에 봉안되어 있는지 아니면 박물관에 진열되어 있는지에 따라 그 명칭이 달라짐이 일반적이다. 사찰에 봉안된 불상은 부처님으로 불리며 예배의 대상으로 신앙되는 것에 견주어 일반 박물관에 진열된 부처님은 조각품으로 분류되어 석불입상, 금동좌상 등으로 불리며 관람의 대상으로 되어 있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문화재의 개념으로만 본다면 박물관에 진열된 불상은 조각품으로 이해되는 것이 당연하다. 이는 문화재가 넓은 의미에서 볼때 문화의 발전 과정에서 산출된 유, 무형의 모든 문화적 소산물을 일컫지만 일반적으로 역사장, 예술상 가치가 큰 것으로 종교적, 세속적인 근거에 의하여 보존할 가치가 있는 과거의 문화 유산을 지칭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보는 불교의 교리와 신앙에 기초하여 조형화된 신앙, 예배의 대상 또는 교화활동이나 의식을 위해 발생, 전개된 표현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보는 성스러운 보배라는 뜻으로 대부분 신앙의 대상이다. 성보는 일반문화재와는 달리 예술성이나 역사성보다도 종교성이 강하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불교문화국이였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문화재 가운데는 불교문화재가 많다. 그리하여 불교문화재가 성보로 오인 또는 혼용되기도 하고 성보문화재니 사찰문화재니 하면서 혼란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성보문화재라는 용어는 성보를 문화재 차원에서 보려는 잘못된 발상에서 비롯된 말이다. 불교문화재는 역사상, 예술상 가치가 큰 불교문화의 유산을, 사찰문화재는 지금 사찰에서 소장하고 있는 문화재를 일겉는다. 모두 교단 밖에서 사용하는 용어이다. 성보박물관도 마찬가지다. 성보박물관보다는 오히려 성보관이라야 하고 성보관도 합당한 용어가 아니다. 전통사찰은 그 자체가 성보관이고 박물관 차원에서 보면 불교박물관이다.
성보는 어디까지나 종교적인 가치에 의해서 판단할 대상이지 문화재나 세속적인 가치로 여길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성보는 관리 대상이 아니라 신앙의 대상이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신앙되어 온 성보가 더 이상 신앙의 대상이 아니라 문화재의 개념, 또는 미술품으로 심지어 골동품과 같은 재화의 대상으로 부각되어 해마다 여러 사찰이 도난 따위의 수난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성보도 관리의 대상으로 심각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될 처지에 놓여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까?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찰은 도난에 대해서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또 우리나라 사찰은 개방적인 구조이며 대부분의 성보는 노출되어 있는 신앙예배의 대상이므로 날로 지능화하는 전문도둑들에 대처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지금까지 나온 대처 방안은 사찰에 박물관 같은 전문적인 집중보관 시설을 건립하자는 것이다.
도난 방지책으로만 본다면 관리상 효율적일 수 있다. 그러나 사찰마다 박물관 건물을 건립할 수 없을 뿐아니라 신앙 대상인 성보를 박물관 진열실이나 금고에 보관한다면 그것은 한낱 조각이나 미술품으로 전락되어 신앙적인 의미는 찾아 볼 수 없게 된다. 오히려 박물관에 진열되어 있는 성보를 제자리로 가져가 신앙의 대상으로 환원시켜야 하는 처지인데도 말이다.
성보는 일반 문화재적인 차원과는 달리 신앙 대상으로 자리매김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집중보관시설을 건립하여야 하는 것이 우리들의 현실이다. 이 시점에서 박물관 건립이라는 대세는 당연할 수도있다. 성보박물관 건립은 정부나 종단의 고육지책의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이 재화적인 가치로 진열장이나 창고에 가둬두는 행위에 그쳐서는 안된다. 적어도 종단 차원의 박물관 건립이라면 전국에 산재한 공, 사립 박물관에 대한 시설 및 운영 등에 따른 모든 정보를 범하고 바람직한 성보관 운영에따르는 학예 직원 확보 등 보존 관리를 위해 소요되는 예산 등을 살펴야 했다. 이러한 시설 확충 및 예산에 관한 것 말고도 지금 각 사찰이 지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과 박물관의 관계 설정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했다. 이러한 논의도 없이 편의에 의해 편성된 예산에 맞춰 따라가는 듯한 현실이안타깝다. 성보관 건립은 외형상 기존 박물관과 비슷한 시멘트 건물이 완공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성보관은 일반 박물관과 달리 사찰의 위상과 포교 전당으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능과 그 기능을 다할 수 있는 소프트가 개발되어야 한다.
성보는 우리 선조가 가졌던 예술성과 지극한 믿음에 결합되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우리 민족이 남긴 문화유산 가운데 그 본질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우뚝한 위치에 놓여 있다. 특히 역사적인 핍박 등으로 전통문화가 단절된 오늘날 이러한 성보를 통해서 우리 민족문화의 맥을 찾고 이어져야 하는실정이다. 성보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새삼스러운것이 아니다. 다시 한번 우리 선조들이 보여준 지극한 믿음으로 결합하면 모든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오늘날까지 전래되어 온 성보는 불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뒤 각 시대를 거치면서 끊임없이 법등을 이어온 결과물이고 이러한 법등을 지금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