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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밭 만가輓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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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고 싶은 경구 - 영덕 1997년 07월 185호
망연히 서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지러이 난무하는 허공꽃 속으로 울울한 청산靑山이 들어온다. “저 산솔밑에 뿌려졌어요.”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가지고 온 모래와 흰 국화 한아름을 들고 동쪽 산기슭으로 향하였다. 해변에 앉아 손가락으로 광명진언을 쓸 때에도 그의 부재가 현실로 다가오지 않았다. 하얀 바다모래가 햇살에 반짝인다. 있는 것과 없는 것 이미 흩어져 버린 사대육신, 이젠 다시는 마주할 수 없다는 아득한 거리감이 비로소 상실의 아픔을 느끼게 했다.
“이 모래가 닿은 곳마다 빛이 넘치는 극락세계 이루어지고 평화롭고 행복하여 지이다. 꼭 해탈하여 지이다. 이생에서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이뿐인데, 지금 내게서 바라는 무엇이 있나요? 이 비감悲感이 내게 오는 마지막 슬픔이기를…”
“무슨 꽃이 좋으세요.”
“꽃은 다 좋지”
“그 중에 취향에 맞는 꽃은?”
“하얀 국화” …
평소에 그가 좋아하던 꽃이었다. 광명진언을 외우며 뿌려 준 모래 위에 하얀 국화를 고루 덮어 주었다. 행여 영단靈壇에 사진이라도 있기를 그래서 한번만이라도 그 눈매를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랐지만 한 장의 낡은 위패가 서 있을 뿐이었다. “나의 진실을 믿기나 했나요? 귀신의 눈이 번개같이 빠르다니 이제는 모든 것을 아셨겠지요.” 산을 내려오며 오랫동안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
‘쓰여지고자 하는 곳이 아니면 풀어지지 않겠다는 고집이 있었음을 압니다. 서고 싶은 그 자리가 아니면 절대 취하지 않는, 그리고 스스로 원하는 곳에 풀어지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보았지요. 부단한 나래짓, 오르기 위한 몸부림 그것마저 자기 의지로 할 수 없다면 산다는 것은 정말 비애하고… 운명조차도 넘어서려는 의지가 있었으나 외유내강外柔內剛의 미덕을 잃지 않던 당신은 빛나고 아름다운 청년이었습니다.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부차적인 것을 수용하지 않는 자세, 모든 것을 걸고 싶던 게지요. 지금 돌아 보아도 후회는 없으시지요? 나는 그것을 이해하고 있었어요. 부디 극락왕생하소서.’
때때로 십 년 세월도 약이 되지 못함을 느낄 때 놓았던 「금강경」을 다시 잡는다. 「금강경」을 독송하는 공덕만큼은 오로지 스물여덟에 요절한 그 친구에게 들려 주고 싶은 것이다.
“수보리야 만약 어떤 사람이 한량없는 아승지세계에 가득 찬 칠보를 가지고 널리 보시했더라도 만약 보살심을 일으킨 선남자 선녀인이 있어 이 경을 지니고 나머지 네 글귀라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워서 다른 이를 위해 연설해 준다면 그 복이 저 복보다 더욱 뛰어나리라. 어떻게 하는 것이 남을 위해 연설하는것인가. 생각과 현상에 이끌리지 말고 여여如如하여 움직이지 않는 것이니라. 그 까닭은 이러하니라 일체 현상계의 모든 생멸법은 꿈이며 환이며 물거품이며 그림자 같고 이슬같고 번개 같으니 마땅히 이와 같이 볼지어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다 말씀하심에 장로 수보리와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와 일체 세간의 하늘 사람과 이 세상 사람과 아수라 등이 부처님 밀씀을 듣고 모두 다 크게 기뻐하여 믿고 받들어 행하였다.
제32 응화비진분應化非眞分

우리는 서로 약속을 지키지 못하였지만 나는 오래도록 「금강경」을 놓지 못할 것이다. 서산에 휘영청 보름달이 지고 있고, 가만히 새벽도량석이 올라가고 있다. 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