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불교출판 문화의 현황
그러나 중생교화의 참된 뜻과는 무관하게 불성실과 무책임, 안일함 속에서 만들어져온 불교 출판물은 매우 많았다. 매년 수십종의 불서들이 출간되어 왔으나 그 내용들은 대부분 유사하고 필진들은 대개 그 사람이 그 사람이 있다. 표지에서부터 인쇄 상태에 이르기까지 일반 서적과는 비교가 안될만큼 딱딱하고 진부하여 이른바 ‘촌티’가 물씬 풍겨난다.
이러한 현상들은 여러 측면에서 그 원인을 고찰하여야 하는데 그 첫째 원인으로는 재정 문제를 들 수 있다. 불교 출판사가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려 활 때 그 선결과제는 바로 재정이다. 재정 조건은 불교 출판사의 운명과 결부된 심각한 문제이다. 의욕적인 사업을 펼침에도 불구하고 자금난에 허덕이다 결국 사라져버린 불교 출판사가 허다하며 그나마 존속하고 있는 불교계 출판사의 대부분이 빚더미 위에 올라앉아 있다. 서점을 함께 경영하며 기반을 다지거나 타부분 서적출판을 병행하지 않고는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려운 현실이다. 구체적인 예로 불교와 사화과학적 접맥을 시도하여 지속성을 갖고 꾸준히 팔리던 도서출판 ‘여래’의 책들도 자금순환이 더딘 불교 출판물의 생리를 이겨내지 못하고 문을 닫고 말았다. 이밖에도 올바른 인식과 실천을 위한 불교 시사지 「숲과 나무」「불교사상」「하늘 개인날」등 많은 불교관계 월간지들이 그들의 의욕과는 달리 재정문제로 인하여 폐간 되었다. 이는 책을 사 읽지 않는 불자, 읽더라도 값을 내지 않는 잘못된 풍토속에 길들여져 온 불교도의 속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실례라 할 수 있다. 또한 불교관계 출판물들은 거의가 번역물이다. 이는 한국 불교 ‘에 기반을 두고 창작을 할 수 있는 필자가 부재함에 기인한 것이다. 실제 필진의 대다수가 불교학자 명망있는 스님 정도로 한정되어 있고 젊은 불자를 발굴하고 키워내는 작업에 소홀하였다. 이러한 문제점올 극복하여야만 번역 일변도의 출판문화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번역의 경우 미쳐 대중화되지 않은 방대한 경전을 우리말로 한다는 점 다양한 외국의 불교 서적을 소개한다는 측면 생활화된 불교, 실천하는 불교의 내용성이 담긴 번역을 통해 한국불교 대중의 의식화에 기여한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반면 불교를 바로 알지 못하는 이에 의한 걸러지지 않은 번역, 다수의 번역서가 일본어 서적이라는 측면에서 왜색문화의 무분별한 수입이라는 문제, 번역류의 범람은 국내 필자의 창작의욕을 감퇴시킨다는 부정적인 측면도 재기된다. 불교 문외한에 의해 날림으로 번역된 서적으로 인하여 본뜻이 곡해되거나 독자를 오도함은 오히려 불교중흥의 장애요소일 뿐이다. 따라서 신심과 번역의 능력이 합치되는 소양있는 번역자의 발굴을 통하여 이를 지원하는 풍토의 조성이 절실한 것이다.
불자들의 오랜 숙원이던 불교 방송국의 건립을 할 정도로 불교계의 역량이 축적되었다. 이 정도면 활자매체를 통한 문화사업 정도는 얼마든지 활성화할 수 있는 저력이 충분하다고 보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잡지들이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는 이유는 발행인들의 언론관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잡지 발행에 대한 열기가 교계에 고조되어 있더라도 막상 실질적으로 발행하는 사람은 발행인이므로 그 사랑의 사고방식은 큰 영향력을 미치게 마련이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는 잡지를 위한 자세보다는 자신의 명예나 부수적인 효과를 위해 발행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심한 경우에는 자기 사진을 내는 재미나 명함에 덧붙이는 장식물로써 발행인의 이름을 갖고 있지 않나 의심될 정도다. 이런 사고방식의 소유자라면 아무리 편집 실무자가 노력을 해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결국은 독자들의 외면을 받는 소규모의 잡지가되어 그저 매달 발간하는 데 의의가 있는 입장이 되기 십상이다. 또한 문서포교의 열의는 순수할지라도 소위 말하는 아만이 강하여 편집을 위축시키는 경우도 있다. “누가 뭐래도 내가 불교는 제일 잘 알고 지혜가 뛰어나다”는 생각에서 편집 실무자에게 자율권을 주지 않고 독자들에게 별신경을 안쓰는 사례도 있다. 사실상 대량 전달 매체를 활용하는 이유는 불교의 대중화가 목적이기 때문에 독자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독자 또한 그 잡지에 무관심하게 되는 결과가 돌아올 뿐이다. 만해 향용운의 말처럼 ‘기다리는 것이 님’이라면 잡지안의 님은 독자여야 한다. 오로지 독자의, 독자에 의한, 독자를 위한 잡지여야 한다. 그런데 만일 발행인의 발행인에 의한 발행인을 위한 잡지를 간행한다면 그 위치가 어떻게 전락할지는 명약관화하다.
불교관계 출판사들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민족사, 일월서각, 지양사, 전예원, 고려원, 동국출판사 등은 불교서적 출판에 지대한 관심을 강고 불서 간행의 붐을 조성하고 있다. 고려원의 경우 여기에서 출간한 「다르마 총서」는 10여권이 모두 서점가에서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현대인의 정신을 풍요롭게 한다는 취지하에 불교의 심오한 사상을 시리즈로 담아낼 계획이라 한다. 다르마 총서 발간이후 고려원에는 불자들이 좋은 책을 내주어 고맙다는 자발적인 전화가 오기도 하고 이런 종류를 기획하면 어떻겠냐고 정보를 제공하는 불자들도 있다고 한다. 좋은 책이 좋은 독자를 만든다고 수동성이 강한 불교도들의 이러한 자발성은 놀라운 발전인 것이다. 최근들어 불교인들은 물론이고 일반인들의 올바른 불교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불교교리의 현대적 재해석 현대적인 삶속에서 요구하는 생활 실천적인 불교 교리의 요구가 증대되고 있다. 다양한 요구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불교서적은 많지 않지만 끊임없이 출판은 계속되고 있다. 불교출판은 요즈음 상당히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기존의 동의 반복식 불교교리 해석이나 입문서 단계를 넘어서 교리의 학문적 탐색결과를 출간하는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불교와 서구사상」(산방), 「역사의 북극성을 찾아서」(대원), 「한국 고승일화집 22人」(여래), 「불교사상의 새로운 발견」(정토), 「불교와 기독교의 비교연구」(고려원) 등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불교연구서가 출간되고 있다. 특히 민족사의 경우 새로운 불교의 전개와 지나간 불교를 고찰해보는 불교학의 산실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석가모니의 일생을 그린 「해방자 붓다, 반항자 붓다」로부터 부파불교와 대승불교 「초기 부파불교의 역사」「공의논리(중관사상)」를 거쳐 중국불교 「중국불교 사상사」까지 체계적으로 출간하고 있다. 또한 「민중불교 철학」「민중불교의 탐구」등을 발간하여 민중불교운동에의 이론적 체계를 제시해 주고 있다. 그러나 민족사의 경우 여 익구씨나 몇몇의 국내필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불서들이 외국 번역물이라는 점에서 왜색문화 일색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3. 불교출판 문화의 미래방향
지금까지 불교출판 문화의 현황에 대하여 말하였거니와 그 간략한 내용은 재정문제, 전문출판인·필자문제, 편집의 다양화 문제, 독자문제 등이다. 현재 불교 출판인이나 독자 서적상 모두가 공통으로 기대하는 바는 과감한 투자이다. 많은 출판인들이 그들의 강한 의욕에도 불구하고 영세성 때문에 좌절을 해야했다. 불교 출판이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이것은 이에 관련된 많은 사람들이 해결해야 할 숙제인 것이다. 대원이나 불일 등 불교현실에 적합한 기획 편집으로 성공한 경우도 있지만 또다른 참신하고 의욕적인 불교관계 출판인들이 좌절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로는 재정문제인데 이를 위하여는 경영과 편집의 분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자본을 투자했다고 해서 출판인을 고용하는 비민주적인 요소를 일소하고 출판은 전문 출판인에게 맡겨 출판인의 성장을 자원하여야 한다.
둘째로 전문 출판인이나 필자의 문제로 이들의 양성이 시급하다. 아마추어는 프로를 못 따르게되어 있다. 하지만 아직도 아마추어의 손에 달려있는 사업이 불교 출판이라고 생각된다. 출판을 잘 아는 사람이 출판을 해야하는데 아직도 그렇지 못한 실정에 있다. 솔직히 말해 불교 출판계에 10년이상 편집에 종사한 전문가가 드물다.
세째로 각계각층의 남녀노소에 알맞는 내용의 출판이 이루어져야 하며 다양한 필진으로 충실한 편집을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이밖에도 영업문제, 출판 종사자들의 소명의식, 보수(급료)문제 등 많은 문제를 해결하가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경영상의 고루함, 편집의 진부함, 필진의 안일함 등에서 탈피하여 이제는 독자가 출판사로 향하는 것이 아닌 출판인이 독자를 향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