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 - 비슈누의 화신
데운술이랑
보글보글 긇는
산山고래.
산고래는 멧돼지 고기이다. 옛날에는 짐승의 고기를 먹는 것을 일반적으로 꺼려 그런 별명이 생겼다고 한다. 그렇다면 고래는 아마 물고기라고 보았나 보다. 멧돼지 고기는 기름기가 많고 매우 맛있다. 추운 밤 따끈한 술에 멧돼지 찌개를 떠먹는 것은 더할 나위 없다. 국도 또한 맛있다.
그런데 멧돼지와 인도 종교는 관계가 깊다. 힌두교에서는 창조신 브라흐마유지신維持神 비슈누파괴신 시바를 주요한 세 신으로 내세운다. 그 가운데 비슈누 신은 햇빛을 신격화했다고 여겨지고 하늘 허공 땅의 삼계三界를 세 걸음에 한 바퀴 돌 수 있다고 한다. 이 신은 세계를 구하려고 여러 가지 모습으로 바뀌어 나타난다. 보통 다음 열 가지 모습을 든다.
물고기, 거북이, 멧돼지, 인사자人獅子(부처를 높혀 부르는 말), 난쟁이, 파라슈라마(도끼를 든 라마), 라마, 크리슈나, 붓타, 카르키(말세에 나타남), 여기서는「바가바타르라나」에 내려오는 멧돼지를 보기로 하자.
옛날 땅은 물 속에 있었다. 범천梵天 브라흐마의 아들 마누는 땅을 물위로 올려 달라고 아버지 범천에게 부탁했다. 범천은 그 일이 이루어지기를 비슈누 신에게 빌었다. 그러자 비슈누의 콧구멍에서 엄지손가락 만한 멧돼지가 나왔다. 그리고는 눈 깜빡할 사이에 산처럼 커다란 멧돼지가 되었다. 멧돼지는 큰 소리로 울부짖더니 물 속에 뛰어들어 땅을 물어 끌어올렸다.
이 신화는 우리가 사는 이 땅이 만들어질 때 비슈누 신이 멧돼지가 되어 한몫 했음을 암시하는 흥미 있는 이야기이다. ‘멧돼지가 된 비슈누’는 인도의 마하바리프라무 우다야기리의 다섯째 굴과 바다미의 셋째 굴 안에 새겨져 있어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불전에는 멧돼지가 어떻게 나오는가? 예를 들어「미린다 왕의 물음」에는 멧돼지의 습성을 바탕으로 수행자의 마음 준비를 다음 두 가지를 든다.
멧돼지(바라하)가 살이 델 것같이 더운 여름이 되면 물가로 가는 것처럼, 화가 나서 마음이 날뛰고 갈팡질팡하고 뒤죽박죽 뜨거울 때에 선정자는 시원하고 서늘하여 은은한 자비심의 명상을 해야 한다. 또 멧돼지가 흙탕물에 가면 코로 땅을 파서 웅덩이를 만들어 그 속에 눕는 것처럼 수행자는 마음을 하나로 하려고 대상의 한 가운데에 들어가 누워야 한다.
또 빠리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인「마하파리닛바나숫탄타」에는 석존이 돌아가시는 데는 ‘스카라맛다바’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다고 적혀 있는데, 그것이 ‘버섯’이란 뜻인지 ‘멧돼지 고기’라는 뜻인지 학자들 의견이 둘로 갈라져 있다.
인도의 D.D. 코산비 교수와 일본의 나카무라 하지메 박사는 ‘버섯’설을 취했는데 후랑케라든가 발트슈밋트 같은 유럽 학자들은 ‘멧돼지 고기’설에 반대하지 않는다. 또 현재 동남 아시아의 비구들이 고기를 먹는데 별 망설임이 없는 것을 보면 석존도 멧돼지고기를 먹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 송대의 총림叢林에서는 새끼 호랑이, 새끼 코끼리, 멧돼지를 기른 듯하다(역자 주/새끼 호랑이는 중국어의 호랑이 뜻인 후즈(虎子), 새끼 코끼리는 코끼리 뜻인 시앙즈(象子)의 자子를 새끼로 번역한 것으로 아래서는 호랑이 코끼리라고 번역함). 도겐(道元)선사가 스승인 뇨죠(如淨)선사에게서 몸소 배운 것을 메모식으로 적은「보경기寶慶記」에는 그 일에 대해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호랑이 코끼리나 멧돼지, 개, 고양이, 너구리같은 것을 기르지 말라. 지금 여러 산의 장로들이 고양이를 기르는 일은 정말이지 안 될 일이다. 떳떳한 사람이 할 바가 아니다. 열 여섯 가지 악율의惡律儀는 부처가 못 하게 하는 것으로 아무렇게나 해 버려 습관이 되게 하지 말라.
‘열 여섯 가지의 악율의’에 대해서는「대승열반경」권 27을 보라.
끝으로「서유기」에 나오는 ‘저팔계豬八戒’에 대해 말해 두고 싶다. 저팔계는 손오공 사오정과 함께 삼장법사를 따라 천축국에 가서 별 탈없이 많은 경론을 갖고 돌아오지만 왜 그 이름이 하필 저팔계인가? 보통 불교에서 재가 신자가 지킬 계는 ‘십계十戒’이다. 그런데 이계二戒가 적은 것은 왜일까?
일반적으로 부처는 ‘삼십이상三十二相’을 갖추었다고 한다(「보경기寶慶記」). 또 일본에서는 ‘하찌리키(八力)’라는 드문 성이 있다. 그 성을 가진 훗카이도 무사시조시단다이(武藏女子短大)의 하찌리키 히로키(八力廣喜) 선생과는 함께 인도의 뿌나에서 유학을 했다. 그때 “선생님의 성은 불교의 십력十力과 관계가 있습니까?”하고 물었다. 선생께서는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불교에게 사양해서 이력二力을 뺐겠지”하고 대답했다. 하찌리키는 원래 북쪽땅 성이라고 한다.
저팔계도 조금 사양을 한 것인지 아니면 그의 성욕과 탐욕이 강한 것을 보고 삼장법사가 그렇게 붙인 것인지는 선지식의 생각에 듣고 싶다.
아베 지엔(安部慈園)
윤상림 씨는 서울에서 태어났다. 이화여자대학교 국문학과 동대학원을 졸업했고, 동경의 케오(慶應)대학 대학원에서 중문학과 연구 과정을 수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