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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수 그림마당 - 이철수 1993년 11월 141호
먼 산 단풍이 짙은 붉은 색입니다. 하늘 맑고, 바람 차갑습니다. 그 안에서 가을 햇살이 찬란합니다.
미처 손닿지 않은 가래나무 밑에는 가을 내내 떨어진 가래 알이 질척한 껍질 벗고 알맹이만 남았습니다. 눈동자만 땅위에 누워 있는 듯합니다. 그 눈동자가 내 무슨 허물을 노려보는가. 고개 들어보니 가래나무에 남은 잎들보다 지는 것이 많습니다.
멀리서 보면 만산에 붉은 잎이라 홍엽이 산에 머무는 것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마른 잎새들 조용히 내려앉는 저 저금의 일로 본분사라 할 것입니다. 그 소식. 늦가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