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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불교교류의 물꼬 터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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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편집실 1989년 11월 93호
“전국 25개 본사에서 3명씩 모두 75명이 먼저 북한을 방문한 뒤 다시 북한 쪽 승려와 신자들을 남한으로 초청하자.”
지난 8월 19일 조계종 제17차 임시중앙종회에서 결의되었다는 보도 내용이다. 제안자 법철(전남 강진 무위사 주지)스님은 “삼국통일의 정신적인 밑바탕이 된 불교가 오늘날의 분단조국을 통일시키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의원들은 구체적인 일정, 방법, 교류인원 규모 등은 일단 총무원 집행부로 위임하여 11월 정기중앙종회에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그런데 후에 들리는 바에 의하면 이날의 토의의결은 상당히 즉흥적인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10월 10일 법철, 종산, 혜창스님 등 종회의원 1l명은 차기 총회에서 남북 불교인 교류 문제를 종회 사무처에 전달함으로써 지난 총회의 의결은 구체성을 가지고 전개될 예정이다.
10월초 종회의원 27명이 한라산올 등반, 평화통일기원법회 입제식을 통해 작성됐다는 이 의견서는 “인권과 민주화 및 남북통일의 문제가 온 국민의 현안문제로 대두된 지금, 새역사 창조에 주역이 돼야 한다며 분단으로 인한 국민적 고통과 통일에의 멸망을 형식적인 통일염불 정도로 대처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이 의견서는 지난 총회에서 제기된 남북불교인교류 문제는 한국불교의 위상을 국내외적으로 새로이 정립하는 중차대한 문제인데도 이를 종회가 준비부족이라는 이유로 총무원에 일임하여 보고를 듣자고 한 것은 사부대중과 불교를 아끼는 국민에게 안타까움만을 주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의견서는 북북 불교인교류의 안건이 정기총회에서 정식안건으로 채택돼 종회에서 진지한 논의와 함께 역사적 의결의 목탁이 울리기를 기대한다고 끝을 맺었다.
한국불교의 최대 종단인 조계종에서도 최고의결기구인 중앙종회에서의 이와 같은 의견 제시와 움직임이 있는 동안, 불교 대중은 물론 온 국민에게 더욱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것은 10월 14일 한강에서 열렸던 ‘평화통일기원 한강연등대법회’에 북한 불교도를 초청한 것이었다.
9월 26일 전통사찰보존법이 발효되기 이전부터 존재해왔던 불교계 18개 종단의 한국불교종단협의회(회장 ; 서의현스님)와 남북불교도교류협의회(총재 : 의현, 회장 : 박완일)는 공동으혹 기자회견을 갖고 한강을등법회에 조선불교도연맹 중앙위원회 박태호위원장을 비롯한 북한의 승려 및 신도 30여명을 초청하기 위한 신청서를 국토통일원에 접수 시켰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관계당국과 협의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남한불교도 측의 이 제의는 성사를 위해 판문점이나 제3국에서 예비접촉을 희망했고, 북한 불교도들을 10월 12일에서부터 16일까지 5일간 남한에 머물면서 한강연동법회에 참석한 뒤 불국사 해인사 동을 들러볼 일정으로 알려졌다. 종단협의회는 또 내년에는 평양에서 조선불교도연맹과 대동강 유등제를 공동으로 열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북한측은 조선불교도연맹 중앙위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한불교종단협의회가 우리 불교도연맹 대표들을 초청하려는 문제를 포함하여 북남불교도들의 호상교류와 대화문제, 통일문제 등을 폭넓게 협의하기 위한 북-남 불교도 대표들의 회담을 빠른 시일 안에 판문점에서 가질 것을 제의한다”고 밝히고, “이 회담에는 북쪽 불교도연맹 대표들과 함께 남조선에서 정견과 주의주장에 관계없이 남조선 불교계를 총망라한 각종 단체 대표들이 다같이 참가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고 밝혔다.
전세계 가톨릭교도들의 행사인 세계 성체대회 때 남한측의 가톨릭신자 초청에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던 북한측이 남한 불교측의 제의에는 적극적인 반응을 보임으로써 세인의 이목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분단 이후 최초의 남북불교교류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에서 오는 가슴 벅참과 환회에서.
그러나 10일 통일원은 북한 조선불교도연맹의 남북불교도대표회담 제의에 대해 한강연등제 참석은 사실상 거부하면서 당국, 정당, 사회단체의 연석회의를 내세우는 ‘민족통일협상회의’ 방식은 관철시키려는 것이기 때문에 순수한 종교 목적이 아닌 접촉은 승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원장을 위시한 대부분의 종도는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고, 더우기 동월 6일부터 8일까지 이 문제 협의차 서원장의 신용장을 들고 평양을 방문했던 하와이 대원사 대원스님이 귀국하여 북한측이 정치문제를 거론 않기로 확약했다고 밝힘으로서 불교도 및 국민들의 대정부 비난의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었다.
이에 당황한 정부는 한강연등법회를 40여시간 남겨둔 12일 저녁에야 “북한 불교도측이 한강연등법회 참가의사를 통보해 올 경우 남한 방문 절차 등의 협의를 위해 판문점 연락관과 함께 한국 불교종단협의회 측의 연락대표를 판문점에 보내는 것을 허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종단협의회는 13일 오후4시 판문점에 사무총장 홍파스님과 남북불교교류협의회 박완일 회장을 파견 예비접촉을 시도했으나 북한측은 12일 저녁 전화통지문을 통해 “남한 당국이 북남불교도들의 회담에 거부반응을 보인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 연등대법회 참가문제와 관련한 절차 협의는 시간상 너무 늦었으며 실현된다 하더라도 대법회 참가는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북남불교도대표회의를 거듭 주장하고 이 회담에서는 호상 초청과 교류문제 접촉과 대화문제, 나라의 통일문제 등을 폭넓게 협의하여 이 회담에는 불교도연맹 대표들과 함께 남쪽에서 주의주장과 관계없이 불교종단협의회와 민족자주통일불교운동협의회(통불협), 민중불교운동연합(민불협)을 비롯한 여러 붉단체 대표들이 참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북한 불교도들의 남한방문은 이루어지지 못한 채 14일 한강연등대법회는 성황리에 먹을 내렸다.

이번 한강연등대법회를 계기로 남북불교교류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든 느낌이며 그 구체적인 장애도 가시화된 듯하다.
무엇보다 먼저 주목할 것은 불교도들의 통일 열망의 강렬함이다. 이번 한강법회에 수십만 인파가 운집한 것은 다름 아닌 북한 불교도들의 참여 가능성 때문이었다. 작년 11월 19일부터 26일까지 미국 LA에서 열렸던 16차 세계불교도우의회(W.F.B)에 참가했던 몽고 대표를 통해 남한의 서원장은 북한의 박태호위원장에게 미륵반가사유상을 선물한 바 있는데, 박원장은 이에 대한 답례로 지난 6월 26일부터 7월 18일까지 북한을 방문했던 LA수도사의 신범타스님을 통해 백자불상을 서원장에게 전해와 이의 점안식이 이번 한강법회를 통해 이루어진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하는 내용으로, 불교도들의 한강법회 참여를 부채질했다. 법회가 열리기 전 전국 각지의 불교도들은 북한 사람 불상 보러 한강법회 가자는 말이 광범위하게 돌고 있다고 종단 관계자들은 희색이 만연했었다.
또한 민족통일에 불교의 역할이 적지 않음을 입증했다. 1천6백여년의 전통과 북한에서의 불교에 대한 보전과 복원 등이 상당한 수준에 있어 어느 분야보다도 공통분모가 많이 있으며 이에 따라 동질성이 높고 교류의 가능성이나 통일에의 기여가 높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여기에 통일에 대한 불교인의 의지나 열망이 뒷받침될 것이므로 이제 불교는 통일운동의 선두주자가 될 것으로 기대해본다.
그러나 모든 여건이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원 불교 내적으로는 교류 주체의 문제가 나선다.
기실 남북 교류를 먼저 주장하고 나선 것은 재야 불교단체였다. 곧, 그들은 지난해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5월 19일 ‘민족화합공동올림픽추진본부’를 결성하고, 6월 12일 개운사에서 ‘조국의 자주적 통일을 위한 공동기원법회’를 개최하고 조선불교도연맹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남북 불자간의 자주적 교류, 조국의 자주적 통일을 위한 남북 불자 공동기원법회를 남쪽의 조계사와 북쪽의 보현사에서 각각 열 것을 제안했다. 이어 불교본부 대표는 14일 대한적십자사를 방문하고 이 서한을 북측에 전달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정부 당국은 이를 거부했다. 정부 당국이 서한 전달을 거부하고 북한측의 공식답변이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남한의 40여 재야단체 및 사찰이 참여한 가운데 조계사에서 남북불자공동기원법회를 성황리에 마침으로써 불교인의 통일의지를 대내외에 드러냈다. 민중불교운동권을 중심으로 한 이러한 움직임은 11월 4일 통불협의 결성으로 이어졌다. 또한 앞에서 잠깐 언급한 WFB의 한국 대표는 제16차 대회를 계기로 남북회담을 제안하고 나섰다.
남북불교교류추진위(협의회)는 재야권의 이러한 움직임에 자극받아 결성되었다. 작년 l0월 1일, 준비위를 구성하고 11월 15일에는 전국불교종단협의회 조계종 신도회, 청년회 등이 참여하여 정식으로 발족하였다고 보도되었다. 그리하여 이 추진위는 올 3월 23일, 4월 초파일 합동법회 등 4개항을 북한측에 제의하였다.
이렇듯 지금 남한에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와 교류추진위원회, 통불협 같은 재야 불교단체, WFB 한국본부 등이 저마다 앞다투어 교류와 회담을 제의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다. 더욱이 이번 한강법회를 계기로 나타난 북한측의 입장은 한국불교종단협의회뿐만 아니라 통불협, 민불련 등 구체적인 명칭까지 들면서 이들 재야단체 대표들을 포함한 ‘남북불교도대표회담’을 제안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대화와 협상은 상대방의 요구를 어느 정도 충족시켜주어야 진전되는 것이므로 교류 주체의 문제는 더욱 절실하게 부각된다. 이에 대해 재야불교계 l8개 단체는 10월 10일 ‘남북불교교류에 대한 우리의 입장’ 이라는 성명을 통해 장기적인 남북 불교간의 대화와 교류를 위해 범불교도교류추진위 구성을 제안한 바 있다.
남북불교교류에서 또 하나의 장애는 정부 당국의 태도이다.
온 국민의 통일 열망에 의해 노정권은 7.7 선언을 한 바 있지만, 이 선언의 정신과 정면으로 위배되는 국가보안법이 아직도 맹위를 떨치고 있는 판국이라 국민 대다수는 6공화국의 통일정책에 짙은 의혹을 가지고 있다. 교류의 허가여부를 결정하는 데에서도 정부 당국의 자의적인 판단은 뜻있는 국민으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22개 불교 단체는 14일 ‘북한 불교도 방문이 이루어지지 못한 데에 대한 입장’ 발표를 통해 국토통일원의 반통일적, 반불교적 행위를 강력히 규탄했다. 이 성명은 “만약 국토통일원이 협조했다면 남북의 불도는 며칠간의 오랜 협의를 통해 이견을 절충하고 북한 불교도의 방문을 실현시킬 수 있었음이 분명하다. 한강연등대법회 하루 전날에야 판문점회담을 허가한 것은 사실상 북한 불교도의 방문을 막겠다는 의도이며, 북한 불교도 방문이 실현되지 못한 책임을 모면하려는 실로 교활한 술책임이 분명하므로 일천만 불교도는 통일염원을 짓밟는 국토통일원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한강연등법회를 통해 우리 불교인들은 많은 교훈과 성과를 되새기게 되었다. 특히 불교는 민족통일에서 그 역할이 매우 큼을 확신시켜준 것은 우리 불교인이 명심해야 할 대목으로 생각된다. 불교의 민족사적 임무가 막중함에 따라 우리 불교인의 정진이 더욱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