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잠꼬대
괴각스님이 선방에 방부를 들였다. 그는 매사에 대중의 호흡을 깨뜨리는 편이었다. 그래서 늘 불협화음을 일으켜 다른 스님들과 불편한 관계가 되었다. 장작패기 울력 시간이면 감을 따러 감나무에 올라가기 일쑤였고, 대중이 단체로 등산을 가는 날에는 따로 등산로를 택해서 헤매다가 대중들의 걱정을 끼치고는 하였다. 사실 괴각스님은 늘 외로운 처지였으나, 자신의 괴팍스러운 성미를 얼른 고치지도 못한 채 지내고 있었다.
어느 날 취침시간에 대중 방에서 일어난 다음의 일화를 보더라도 그가 얼마나 외톨박이 신세였는지 알 만하다. 괴각스님이 이불 속에서 잠꼬대를 심하게 하기 시작하였다. 사뭇 뒹구는 시늉을 지으면서, “아이고, 아야! 아야, 아이고!” 하고 소리를 쳤다. 주위에 잠든 스님들이 하나 둘 눈을 뜨고 괴각스님 쪽으로 시선을 모았다.
“아이고, 아이고, 아야, 아야!” 괴각스님은 꿈 속에서 심한 구타를 당하는 모양이었다. 누군가 가만히 말하였다. “깨우지 그래.” 그러자 괴각스님이 더욱 괴로움에 찬 목소리로, “아이고, 아야, 아야!” 하고 울음 섞여 애원하는 잠꼬대를 하였다. 곁에 있던 스니이 허리를 세워서 일어나 앉았다.
그는 몸을 흔들어서 깨워줄까 하고 생각 중에 있었다. “스님, 그만 잡시다. 괴각 부리더니 잘 맞는군 그래.” 그 말이 끝나자마자 스님들이 자다 말고 와 하고 소리 죽여 웃었다. 누가 다시 외쳤다. “좀 맞더라도 약이 될 터이니 말리지 말아요!” 괴각스님의 잠꼬대가 얼마간 계속될 때까지 아무도 그를 흔들어 깨워주려 하지 않았다.
3. “송아지도 막 뛰어다녀요.”
사월 초파일이었다.
조계사 대웅전에서 부처님 오신 날 봉축 법요식이 진행되고 있을 무렵이었다. 사부대중은 장내는 물론 경내에까지 꽉 찼다. 설법단 맨 앞자리 부근에는 할머니와 아주머니가 이른 새벽부터 자리를 얻기 위해 모여들었고 법당 밖에는 연등 아래서 돗자리를 땅바닥에 깔고 앉은 젊은 법우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잠시 석가모니불 정근 기도가 있은 후에 법사가 등단하였다. 경전에 해박한 지식이 있는 노 강사 스님이셨다.
“오늘은 대자대비하신 우리 석가모니 부처님이 오신 날입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법문하신 때가 언제였습니까?”
노 스님의 법문이 시작되었다.
노 스님은 잠시 찻잔을 들어 목을 축인 다음 사방을 둘러보고 외쳤다.
“바로 태어나시자마자 일곱 발자국을 떼어놓으시고 외치신 거요. 보통 보면, 어린 아이가 태어나서 말을 하고 걷기까지 서너살을 먹어야 하지 않습니까? 헌데 태어나시자마자 말씀을 하고 일곱 발자국을 떼어놓으신 것입니다.”
이 대목에 이르러서 노 스님은 숨을 죽이고 법문을 듣고 있는 대중을 한번 둘러보았다.
“부처님의 위대하신 점을 첫 번째로 든다면, 태어나시자마자 말씀을 하고 걸으신 사실입니다. 여기서 벌써 범부 중생과는 천양지 차이가 있습니다.”
이때였다. 법사의 설법을 잠자코 듣고 있던 한 시골 노인네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서 말하였다.
“스님, 그건 그렇지 않아요. 우리 소가 새끼 송아지를 낳았는데 그때에 송아지는 태어나자마자 마당을 막 뛰어다닙디다. 또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날 때에도 여기저기 막 다닙디다. 어째서 일곱 발자국 걸은 부처님만 크고 위대하시답니까?”
시골 노인네가 노 스님에게 대답을 재촉하면서 그대로 서 있자 사부대중은 영문을 몰라 하였다. 시골 노인네에게 시선이 집중되었다. 법사인 노 스님도 말을 더 잇지 못하고잠시 법문을 멈췄다. 노 스님이 시골 노인네의 말을 들으니 그럴싸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그렇군요. 그건 맞아요.”
노 스님은 이 말을 남기고 설법을 중단한 채 하단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