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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교육의 문제를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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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진화 1989년 11월 93호
아침 저녁 높은 하늘을 볼 수 있는 계절이다. 맑고 푸른 가을 하늘을 쳐다보고 있노라면 내 마음 속도 맑아지는 것 같다. 일시적이나마 복잡한 생각들이 사라진다. 어느 시인이 말하기를 가을은 만물이 모두 자기 스스로를 찾아서 돌아들 가는 계절이요, 들뜬 마음을 버리고, 들뜬 생각을 버리고, 들뜬 행동을 버리고, 허황된 방황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찾아서 되돌아가는 계절이라고 했다. 그래서 생각하는 계절이라고 했던가? 차분히 자기와 만나는 시기이다.
출가해서 지금껏 대중처소에만 살다가 어떤 인연으로 해서 도시 근교의 조그마한 절에 소임을 맡게 되었다. 아직 뼈아픈 수행이나 부처님 말씀에 대한 확고한 견해도 다지지 못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포교의 현장에 서게 된 자신이 저으기 불안하기도 하다. 무엇을 어떻게 전해야 할까? 요사이 사람들이 고민하는 문제는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쉽고도 빠르게 그런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으로 한철이 갔다. 그러나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문제가 꽤 심각하고 복잡한 것 같다. 여러 가지 문제가 많이 있지만 그 중 중요한 몇 가지를 말하자면 첫째는 신도교육의 부재요, 둘째는 신도조직의 엉성함이다. 셋째는 사원관리 및 운영이 비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신도교육이란 정기 법회나 교리강좌를 통해 부처님 말씀을 바르게 인식시켜서 그 가르침에 의지해서 신앙생활을 하게 해야 하는데, 기도가 위주가 된 절에서는 한달에 한번 법회하는 것도 어렵다. 나이 많은 사람들은 아예 교육 자체를 받지를 않았으니까 절에 가서는 절만 하고 소원을 빌기만 하면 다 되는 것으로 안다. 고작 알고 있는 것이라곤 부처님의 영험설화나 신비적인 황당무계한 이야기들이다. 그러니 집안에 무슨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액이나 마(魔)가 끼어서 그런 것이 아니냐고 한다. 취직이 안되는 것도 액운이 끼어 그렇고 큰 병이 나는 것도 마가 끼어 그렇다고 한다. 심지어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것도 절에서 어떻게 해결할 방법이 없겠느냐고 한다. 비교적 신앙심이 깊다는 나이 많은 신도들은 기복적인 민간신앙과 불교(佛敎)라는 종교가 복합적으로 뒤섞여 무엇이 불교인지 구별이 안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젊은 신도들이 밑도 끝도 없이 믿는 행위를 이상하게 바라본다. 도대체 저렇게 믿을 수 있는 근거가 어디에 있느냐는 것이다. 이들에겐 앎이 우선이다. 그런데 그 앎을 충족시켜 줄 곳이 없다. 즉 배우고 싶어도 배울 곳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불교가 젊어지기를 바란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1600년 늙은 호랑이란 말을 벗어나기 위해서 제일 먼저 신도교육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나이 많은 신도들의 고착된 사고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젊은 신도들만이라도 정기적인 법회나 교리강좌를 개설하여 절 자체에서 우선 교육시켜야 한다. 실제로 내가 몇 개월 동안 경전 읽기 모임을 하여보니 젊은 시도들의 의욕이 대단했다. 나의 게으름과 실력부족으로 개개인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는 못했지만, 같이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호응이 컸다. 이 절 신도만이 아니라 다른 절의 신도들도 참여하는 것을 보니 다른 절에는 이런 모임이 없는 모양이다.
둘째 신도조직의 엉성함이란 기도 위주의 법회를 하다보니 굳이 지역적인 조직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같은 동네에 살며 같은 절에 나오는 신도들끼리도 여간 친하지 않고서는 서로를 잘 모르는 경우를 본다. 즉, 지역적인 유대가 없다는 증거다. 사람들이 일단 절에 나오는 것은 종교적인 신앙생활을 하기 위해서 나오는 것이지만 절도 엄연히 하나의 단체이고 보면 체계적인 조직체로서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본다. 타종교처럼 자기 교도가 경영하는 상점이 아니면 물건도 사지 않는다는 배타적인 유대가 아니라 곤경에 빠진 신도가 정신적인 도움 정도라도 받을 수 있도록 상호연결이 되어야 한다. 우리 신도들은 궂은 일은 보통 숨기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주위에 있는 사람이 연락을 해주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가는 수가 많다. 불행한 일일수록 서로 도와가며 극복해 나가야 하는데 불행을 당한 사람이나 도우려는 쪽이나 상호연결이 안되는 것은 조직적인 결함에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대부분 절의 신도 조직이 무슨 회니 무슨 모임이니 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하루 빨리 지역적인 조직으로 환원시켜야 한다.
셋째 사원관리 및 조직이 비합리적이란 말은 말사 운영 실태가 거의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계획되고 집행되는 경우가 많다. 미리 예정된 계획에 따라 치밀한 준비가 갖추어져서 실행되어야 효율적인 운영의 효과를 얻을 수가 있는데 그렇지가 못하다. 재무구조만 하더라도 어느 정도 예산이 짜여진 상태에서 집행되어야 하는데 이것은 완전히 주먹구구식이다. 재무구조 자체가 예산편성이 안 되어 있으니 다른 행사는 자연히 그대 그때의 상황에 따라 계획되어 실행될 수밖에 없다. 이런 식의 비합리적인 운영으로는 현실에 맞추어 나가기가 어렵다. 최소한 일년의 계획만이라도 세워져야 한다.
말사 소임자는 초인적인 능력을 가져야 하겠다. 매주 두세번의 법회를 해야지 매달 돌아오는 네 번의 기도, 또 거기에다 재라도 들어오는 경우는 일주일에 재가 한번 추가된다. 신도들의 길흉사에도 찾아가 격려와 위로를 해주어야지 한 두 개씩 가입되어 있는 각종 회의에도 참석해야지 그야말로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 한 사람의 능력으로서 감당할 수 있는 최대의 한계까지 간 상태이다. 이런 현실에서 무엇 하나 제대로 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요즘 나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컴퓨터의 도입이 그것이다. 신도관리에서부터 법회 계획까지를 모두 전산화시킴으로써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일들을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는 작업이다. 아직 기초단계에 불과하지만 이것이 성공한다면 일은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이곳에서의 나의 인연이 언제까지가 될는지 모르지만 앞에 말한 모든 문제를 이 전산화로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산색이 하루하루 변해가는 이 가을에 자신의 위치를 한번 더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