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보기


메밀꽃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메밀꽃 - 편집실 1993년 10월 140호
메밀은 지방에 따라서 ‘뫼밀’, ‘모밀’이라고도 합니다. 마디풀과에 딸린 한해살이 식물로서, 열매는 가루를 내어 국수를 만들어 먹습니다.
가을 들판에 흰 나그네 스님이 달밤에 메밀꽃이 하얗게 피어 있는 것을 그만 물인 줄로 착각하여 벌거벗고 건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옛날 옛적, 산속에 오누이를 데리고 홀어머니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어느 날 장으로 가다가 호랑이에게 잡혀 먹히고 말았습니다. 그 때는 호랑이도 담배를 피우던 시절이었으므로 그 호랑이는 어머니의 옷을 벗겨 어머니처럼 차려 입고 아이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엄마가 왔으니 문을 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엄마의 목소리가 이상하여 문틈으로 엄마의 손을 보여 달라고 했습니다. 호랑이의 손을 내밀며 가시밭에 갔다 와서 손이 거칠어졌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은 문을 열어 호랑이를 들어오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보아도 그가 도무지 어머니 같지 않았습니다. 드디어 호랑이에게 속았음을 알았습니다.
누이가 먼저 소변보러 가겠다고 얘기하고 나왔으며, 남동생은 물 먹으러 간다고 나와서, 뒤뜰 울 안 우물가에 있는 큰 버드나무 위로 올라갔습니다.
약이 오른 호랑이는 좇아 오르려 했으나 미끄러져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올라갔냐고 물었습니다. 꾀 많은 누이가, 참기름 바르고 올라왔다고 대답했습니다. 우둔한 호랑이는 이 말대로 했더니 더 미끄러워 굴러 떨어졌습니다. 이 광경이 너무 우스워 동생은 그만 “도끼로 쿵쿵 찍으면서 올라오면 되는데” 하고 말해 버렸습니다. 그러자 호랑이가 동생이 일러준 대로 도끼로 나무를 찍으면서 올라왔습니다.
이제 호랑이에게 죽게 된 누이는 하느님께 구해 주실 것을 빌었습니다. 그러자 하늘에서 큰 두레박 하나가 내려와 두 아이를 태워 올렸습니다. 그것을 본 호랑이도 하느님께 두레박을 내려 달라고 빌었습니다. “저에게도 두레박을 주세요. 그리하여 저 아이들을 잡아먹게 해 주세요.” 이번에도 큰 두레박 하나가 내려왔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내려온 두레박은 썩은 밧줄에 매여진 것이었습니다.
호랑이는 그것을 타고 오르다가 밧줄이 끊어져 메밀밭에 떨어져 죽고 말았습니다. 메밀 줄기가 붉은 이유는 이 때 떨어져 죽은 호랑이의 피 때문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