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1993년 9월 23일
토론자
허현스님/총무원 총무부장
성문스님/봉은사 주지
효림스님/실천불교전국승가회
한상범/동국대학교 교수
사회
현옹스님/월간해인 주간
사회 지난 7월 14일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이 기자회견을 통해 조계종 산하의 사찰 재산을 일반에 공개하기로 하였습니다. 이 선언은 베일에 쌓인 불교 재산을 일반에 보여준다는 점에서 교계 안팎에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 뒤 재산 공개에 대한 종도 들의 여러 가지 의견이 개진되었고, 총무원의 실무 부서에서는 공개를 위한 작업도 진행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사부대중은 이러한 선언에 배경이나 앞으로의 전망 등에 우려와 궁금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월간해인은 불교 재산 공개에 대한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여러 분야의 정리된 의견을 들어보자는 뜻에서 이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는 총무원에서 재산 공개의 정책 결정을 관장하는 총무부장 허현스님, 80년대부터 종단 개혁에 앞장서고 종단 내에 진보적 불교의 목소리를 담아 내고 있는 봉은사 주지 성문스님, 불교 재야에서 실천불교승가회를 중심으로 종단 개혁에 앞장서고 있는 효림스님, 불교에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여러 가지 조언도 해 주시고 특히 법률이나 제도 관계에 많은 도움을 주시는 한상범 교수님께서 나오셨습니다.
오늘 토론의 기본 방향은 먼저 총무스님께서 재산 공개에 대한 종단의 입장, 거기에 따른 문제점이나 보완해야 할 점, 그리고 앞으로 바람직한 종단 운영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두고서 깊이 있는 얘기가 나왔으면 합니다.
먼저 효림스님께서 무소유공동체를 지향하는 불교에서 재산을 공개하는 점에 의문을 가질 수 있는 일반인이 이해를 돕기 위해 불교 재산의 의의와 형성 과정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효림 우리는 불교 재산을 삼보정재라고 합니다. 교단을 호지하는 데 쓰이거나 전법과 교화에 필요한 재화를 말하는 것이지요. 여기에서 정재라 함은 개인의 사사로운 이윤 추구를 위해 모은 재화가 아니라 청정한 신심에 의해 불전에 희사된 재화라는 뜻이 있습니다. 불교 교단에 재산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부처님 당시의 초기 교단에서 비롯됩니다. 기원정사나 죽림정사처럼 대규모 사원이 건립되면서 교단의 기본 재산이 존재하게 됩니다. 물론 당시는 승려가 탁발에 의존하는 시기라서 개인 소유의 재산이 없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대승불교가 북방의 중국이나 한국, 일본에 전해지면서 종교적 환경의 변화를 겪게 됩니다. 교단의 유지가 인도의 환경과 다를 수밖에 없는 자연적, 문화적, 정치적 조건을 맞이하게 된 것이지요. 특히 나무 아래서도 수행을 할 수 있는 인도와는 자연 조건이 달라서 기후가 추운 이 지역에서는 사원을 중심으로 수행을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사원에는 자연스럽게 수행에 필요한 재산이 형성됩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불교를 통치 이념으로 도입한 신라와 고려 시대에 왕권의 보호를 받으며 사원은 비대화됩니다. 물론 이러한 사원의 재화는 예술 문화의 창달에 기여하기도 하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습니다. 그 뒤 이조 시대에는 불교의 사회적 지위가 유교에 환치되면서 많은 고초를 겪습니다. 유생들에 의해 함부로 절 집이 불태워지고 사원이 유흥장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더욱이 근 현대에 이르러 불교의 수난은 더욱 심각해집니다. 일제 강점기에는 삼보정재가 전쟁 수단으로 강탈당하기도 하고, 한국전쟁 때는 민족적 재앙과 함께 불교도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됩니다.
지금 남아 있는 불교 재산도 문화재나 산림 전답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들은 이윤 창출을 기본으로 하는 자본주의의 시각으로 보면 재산이라기보다 이것을 유지하기 위해 오히려 재화가 투자되어야 할 것들입니다. 차제에 불교 재산의 공개가 의미를 가지려면 산술적 숫자가 아니라, 유지 전승을 위해 투자 되어야 할 재화도 계산되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 불교 재산도 자본주의 사회에 맞는 운용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점에서 불교 재산의 공개는 앞으로 종책을 수립하는 데 대단히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불교재산 공개의 의미
사회 불교 재산이란 삼보를 호지전승하기 위한 삼보정재로서의 성격이 있으며, 불법을 전파하고 중생을 교화하기 위한 방편으로서의 재산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다음에는 총무부장 스님께서 재산 공개의 배경과 의미, 또 실질적인 진척 상황에 대해서 말씀하셨으면 합니다.
허헌 항간에는 재산 공개 절차상의 문제에 대해 비판이 많은 줄 압니다. 그러나 저희들은 오래 전부터 불교 재산의 효율적인 관리에 대해서 연구해 왔고, 원로회의와 전국본산주지회의의 결의를 거쳐 이 선언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 임시 중앙종회소를 소집하여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재산공개선언을 하게 된 중요한 동기는 교단의 재정을 효율성 있게 운용해 보자는 것과 사부대중의 참여를 유도하여 재산 관리에 의혹을 갖지 않게 하려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요즘 정치 개혁에 편승한 인기 위주의 발언은 절대로 아님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정화불사 이후 교단의 틀을 형성한지 삼십 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도 전국에 산재한 조계종의 방대한 임야나 대지에 대해 현황을 파악하지도, 총괄적인 관리 시스템을 준비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일제 이후부터 정치적 혼란기에 망실된 재산이 무척 많습니다. 요즘도 이러한 망실 재산을 찾는 소송이 거의 날마다 일어나는데도 정확한 근거가 없어서 환수에 장애가 많습니다.
한상범 법률에는 시효 취득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십 년 이상 경작한 전답에 대해서 아무런 권리 주장이 없으면 경작자가 자연스럽게 임자가 되는 제도입니다. 불교 재산 가운데 남에게 빌려주어 권리를 잃은 전답이 많은데 이런 재산에 대한 법률적 근거를 하루 빨리 만들어야 합니다.
허헌 이러한 소송에 대한 근거 서류로 일제 때 만들어진 등기부등본밖에 없어서 재판에 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록 늦었지만 총무원에서는 현재라도 사찰의 모든 부동산을 등록 받아 전산 처리하고 증빙서류를 비치하여 재산 관리에 효율을 기하자는 의지가 이번 선언의 배경이 되었습니다. 사찰 분규도 결국 돈 많은 절을 서로 차지하겠다는 데서 일어납니다. 차제에 부유한 사찰의 재정을 공개하여 재원이 교육과 복지에 쓰이도록 하자는 데서 출발합니다.
사회 주로 불교 기본 재산의 등록이 필요한 까닭에 대해서 말씀하셨는데, 재산을 등록하고 파악하는 것과 공개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공개하는 것은 재산에 대한 의혹이 있는지의 여부를 가리는 것이고 등록은 관리의 효율화를 기하자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불교 재산을 일반에 모두 공개하는 것은 문제가 따를 수밖에 없지 싶습니다.
허헌 물론 그렇습니다. 언젠가 조계종이 소유한 토지 평수를 대강 합산해 본적이 있는데, 상상을 초월한 막대한 규모였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따지고 보면 이 토지는 농사지어 봐야 손해만 보는 천수답이나 이용 불가능한 임야가 대부분이지요. 이러한 땅을 공개하여 마치 불교가 거대한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양 오해를 살 필요는 없겠지요. 다만 사찰의 일반 재정은 공개하고 기본 재산은 등록을 완비하여 새로운 관리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는 성보문화재의 등록에 관한 것입니다. 전국 사찰에는 수많은 성보문화재가 산재해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이에 대한 보호 장치가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특히 도난 당하고 나서도 무엇을 잃어버렸는지조차 알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지난번 금산사 대적광전이 화재로 불타 버렸는데 마침 그 때 이 건물에 대한 실측 작업을 마무리한 상태여서 무난하게 옛 모습대로 복원했습니다. 그런 작업이 없었다면 눈대중에 의해서 건물을 지어야 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이 불교재산공개선언은 불교 내부의 비효율적이고 전근대적인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요구에 따라서 시작한 것입니다. 언론 등에서 분석하듯 총무원장 의현스님이 교단 내 입지를 강화하여 종권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려는 수단으로 채택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사회 재산공개선언은 불교 내부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보완하는 데 동기와 의의가 있다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기자회견을 할 때에는 9월말까지 등록을 마무리하고 실사는 통해 일반에 공개한다는 기간을 명시했는데 지금까지 공개에 따른 진척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허헌 진척 상황은 예정된 기간을 훨씬 초과할 듯 싶습니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망실 재산의 환수입니다. 마곡사의 경우 현재 소유한 토지의 두 배를 찾아냈고, 동화사나 은해사도 많은 양의 망실 재산을 찾아내고 있습니다. 특히 휴전선 부근의 사찰 재산은 얼마를 더 찾을지 예측하기조차 힘듭니다. 건봉사의 경우 최근에 육 백만 평의 땅을 다시 찾았고 그밖에 여러 사찰에서 환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재산 등록의 진척 상황은 육십 퍼센트 가량입니다. 이렇게 속도가 느린 것은 불교재산관리법에서 전통사찰보존법으로 법률이 바뀌면서 재산상의 변동이 심해 어려움이 많기 때문입니다. 전사 법에 의해 보호받는 토지가 많지 않아서 주지 개인의 의사로 팔려 나간 토지를 확인하는 작업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또 재산이 망실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느라 시일이 좀 걸렸습니다. 예를 들면 지금까지 해인사 땅은 그냥 ‘해인사’로 표기된 직인만 찍으면 되었는데 지금부터는 ‘조계종 해인사’로 고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주지 개인의 의사로 땅을 팔지 못하고 반드시 총무원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입니다.
재산 공개의 허실은 무엇인가
사회 지금까지 총무부장 스님께서 재산 공개의 의미와 진척 상황, 또 준비 작업의 과정에서 망실 재산을 다시 찾는 부수 효과까지 말씀하였습니다. 그러면 종회의원으로 중앙종회에서 불교 개혁에 앞장서고 또 직접 큰 사찰을 운영하시는 성문스님께서 재산 공개에 따른 문제점이나 허실 등에 대해서 말씀하셨으면 합니다.
성문 저는 재산 공개가 기본적으로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봅니다. 왜냐면 지금 총무원 체제 자체가 불교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구도로 짜여 있지 않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불교 재산을 공개하겠다는 이런 입장은 불교 일천 육 백년 사에서 굉장히 획기적인 사건인데, 지금의 체제가 과연 전종도의 신뢰를 받아 얼마나 효과적이고 명분 있는 모양을 갖추어 나갈지 의문입니다. 그러나 재산 공개의 의의가 지대한 것은 분명합니다.
종교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오늘날 한국 종교의 상황에 대해서 많은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제적 부가 지나치게 종교 쪽으로 집중되지 않느냐 하는 것들이지요. 다 종교 사회에서 선뜻 나설 수 없는 종교 재산 공개를 불교계에서 먼저 하겠다고 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비록 전종도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했느냐 하는 절차 문제나 공개의 범위를 어떻게 하느냐의 기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불교 재산 공개는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선언이 대 국민 설득력을 가지려면 내실 있는 공개가 되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종무 행정을 경험하면서 느낀 것인데, 조계종의 기본 재산을 파악한 정리된 대장이 거의 없는 실정이고 개 사찰의 일 년 예결산이 충분히 정리된 경우도 드뭅니다. 사찰 인수 인계 시 필요한 재산 목록도 제대로 갖춘 곳이 적습니다. 따라서 재산 공개의 준비 단계에서 이러한 자료들이 정리되면 종무 행정의 체계가 잡히고 종단의 운영을 합리화하는 데 많은 기여를 하리라고 봅니다. 이처럼 불교 재산 공개는 대외적으로 불교가 견실한 집단이라는 국민적 명분을 확보할 수 있고, 내부적으로 체제의 재정비라고 하는 두 가지 효과를 가져오리라고 판단됩니다.
한상범 재산 공개의 대외적 명분은 더 짚어 보기로 하고 내부적으로 체제 정비의 좋은 기회가 된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재산 공개가 성공하면 재정의 합리화, 효율화, 민주화라는 세 가지 측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싶습니다. 문제가 된다면 공개를 위한 준비가 충분했느냐 하는 점입니다. 그리고 재산 공개의 구체적 기준이 무엇이냐 하는 것입니다. 예결산이 본사 말사 단위로 통일되어 있느냐, 부동산의 효율적인 관리 방안이 서 있느냐, 사찰 편의에 의존하는 문화재 관리 기준이 무엇이냐, 스님 소유의 개인 재산을 어떻게 한정하느냐 하는 것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개인 소유의 재산을 어떤 한계로 규정하느냐는 중요한 문제라고 봅니다. 노후 보장 등의 복지 제도가 없는 상태에서 사유 재산의 소유는 불가피합니다. 그렇지만 개인 소유의 재산이 많아지면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게 됩니다. 치부가 부끄러운 것이 아닌 것으로 여겨지고 나아가 권력이 부당하게 개입할 여지를 주게 됩니다. 10.27법난 때 이미 충분히 경험한 사실이지요.
효림 앞에서 말씀하신 것을 보면 불교 재산을 공개하는 것에 모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런데 저는 재산 공개의 의미를 더 짚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사회 일각에 일고 있는 재산 공개는 공직을 이용하여 치부한 사람들을 징계하는 의미가 강합니다. 이러 추이에 비추어 볼 때 삼보정재인 기본 재산의 공개는 별 의미가 없고 오히려 세간에 오해만 일으킨다고 봅니다. 오히려 총무원 소임이나 종회의원 대사찰 주지 등의 직무를 수행하면서 재산을 지나치게 많이 소유한 스님들의 재산이 공개되어야 재산 공개가 의의가 산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공직을 통한 축재를 원칙적으로 막아야 합니다.
성문 효림스님께서 지적하신 문제는 상당한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불교 재산 공개의 범위를 어떻게 할 것인지 대 국민 설득력이 어떤 것이 주효하느냐에 따른 고도의 판단력이 요구됩니다. 공개해야 할 불교 재산의 범위를 구분해 보면 사찰의 기본 재산인 부동산과 문화재, 일 년 동안의 수입인 재정, 승려 개인의 재산 등 크게 세 가지입니다. 그러면 재산 공개를 한다면 이 모든 것을 다 하냐 아니면 선택적으로 하냐 하는 문제로 의견이 많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재정을 공개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다수 대중이 찬성하지만 기본 재산에 대한 공개는 저항이 심합니다. 기본 재산을 공개하는 데 반대하는 의견은 산술적 숫자로 거대할 수밖에 없는 불교 토지에 대해 국민들이 이해하려 하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평생 자기 땅 한 평 가져 보지 못한 사람들이 불교의 토지에 대해 갖는 감정은 매우 나쁘다고 보는 거지요.
그러나 세목별로 불교의 부동산을 분류해 보면 국립공원이나 도립공원에 속한 땅, 공원용지나 절대농지에 속한 땅들로 실제 가용 재산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지난 8월, 중앙종회에서는 사찰 기본 재산은 오해의 소지가 많으므로 공개를 유보하고 사찰 재정 상태를 자세하게 공개하는 것이 재정의 불투명이 보장된다는 뜻에서 의미 있다고 판단, 결의를 하였습니다. 여기서 풀기 어려운 것이 스님의 개인 재산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지금 절 집의 풍토처럼 복지 제도가 제도적으로 선행되면서 사찰 재산이 사유화되는 것을 막는 장치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어떤 형태의 재산 공개든 음지의 재원이 양성화된다는 점에서 큰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한상범 기본 재산의 공개를 유보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명분이나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막연히 부동산이 많다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 국민적 약속을 방기할 수는 없을 겁니다. 대신에 기본 재산을 정확하게 파악한 다음 사사로이 처분할 수 없는 법률적 제도를 마련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할겁니다.
그 때까지 기본 재산의 공개를 유보하는 명분을 확보하는 것이지요. 여기에서 필연적으로 종교법인 법이 대두됩니다. 이 법이 시행되면 재산 처분을 개인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되고 대외적으로 종교 재산이 공적인 재산으로 인식되는 계기가 된다고 봅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이러한 종교법인 법에 의해 종교 재산이 보호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법인화 하는 경우 재산을 등록하면 막대한 액수의 등록세를 내야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법인세를 감면하는 종교법인등록감면특례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다 종교 상황인 지금의 실정에서는 기독교나 카톨릭의 저항이 따를 겁니다. 특히 천주교는 이미 비영리법인으로 재산이 정리되어 있고, 기독교의 경우 막대하게 들어오는 헌금이 증권이나 부동산 투기에 쓰이는데, 이것이 법에 의해 규제 받는 것을 환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불교만이라도 특례법을 만들어 시행할 때까지 기본 재산의 공개를 유보하자는 것이지요. 다시 정리하자면, 기본 재산의 공개를 전제로 하되 내부적으로 재산의 망실을 막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고 종교법인화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공개를 유보해 달라는 동기 부여를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효림 저는 그 부분에 대해서 의견을 달리합니다. 먼저 사찰 재산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찰 재산은 절이 있는 곳을 기본으로 합니다. 절은 스님네가 수행을 하는 곳이지 이윤을 추구하는 곳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고, 임야로 구성된 사찰 재산은 전 민족이 공동 소유하는 것이지 불교의 소유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한 교수님께서 종교법인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하시는데 저는 여기에도 의견을 달리합니다. 과거는 불재법이 있었고, 지금은 전사법이 있어 어느 정도 불교 재산을 관리하고 있는데, 이러한 법에 문제가 있다면 우리 상황에 맞도록 유리하게 개정해야지 종교법인 화하는 것은 많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한상범 효림스님께서는 세속법의 일반적 범주나 강제력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은데 불교의 소유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아니라고 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생각입니다. 일반적으로 국가법이 종교 단체에 강제로 법률적 규제를 가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정교분리에도 맞지 않고 국가법이 일단 개입하면 자율성은 심대하게 침해받습니다. 불재법이나 전사법은 국가가 불교 재산을 신탁통지하는 악법입니다. 이 법을 제정한 의도는 명백합니다. 불교 단체가 자생적인 관리 능력이 없으니까 국가에서 관리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서 불교의 자주성 운운은 할 수 없는 것이지요. 이런 악법은 폐지되어야 마땅하고 다만 전체적인 통괄 체제가 미흡한 불교 재산을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종교법인법을 만들자는 뜻입니다.
허현 여기서 잠시 정부의 불교 재산에 대한 입장을 말씀드리면, 문화재보호법은 유효한 법률이지만 불재법이니 전사법이니 하는 것은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구태여 정부가 불교 재산을 보호해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요. 불교 재산은 불교인의 재량으로 운영해야지 정부가 상관할 바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효림 마치 제가 불교악법을 지지한 듯 오해를 하시는데, 저도 누구보다 불교 재산에 대한 우리의 주권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다만 주권을 회복한 뒤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보완하는 법률을 얘기해 보자는 것이지요. 선학원의 예에서 보듯 법인화가 되면 상부의 이사가 말사의 재산을 처분해도 말사 주지는 아무런 대응도 못합니다. 만일 조계종이 법인화 되면 모든 권한이 총무원장에게 집중되어 본사나 말사는 어떤 재산적 권리도 주장하지 못하게 됩니다. 적어도 현행 조계종 제도는 주지 개인이나 총무원에서 함부로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런 제도를 좀더 보완해야지 종교법인을 만들어 종교 재산이 정부의 규제를 받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지요.
한상범 재산 처분에서 주지가 총무원의 승인을 받아서 처분하게 되어 있는 현행 제도에 허점이 있습니다. 총무원에서는 말사 주지의 직인이 없으면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지만 말사 주지는 상부의 승인 없이 재산을 처분해도 제도적으로 막을 도리가 없습니다. 전사법에 의해 보호받는 재산의 규모가 축소되면서 많은 재산들이 망실되고 있습니다.
허현 부끄러운 얘기입니다만, 주지 개인에 의해 불교 재산이 처분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심지어는 가공 부채를 만들어 재산을 처분하는 일도 있습니다. 보경사나 신흥사에서 터진 사후 인지하고 조치를 하지만 속수무책일 때가 많습니다. 한탄할 일이지만 우리의 자질이 부족해서 자꾸만 이런 일이 생기지 싶습니다.
공개 운영을 위한 제도적 장치는 무엇인가
사회 일부 스님네가 삼보정재를 아끼고 호지하려는 신심이 결여되어 불교 재산이 망실되는 경우가 드러났고, 재산 관리의 주무 부서인 총무원의 본, 말사 관리 부실도 문제점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불교 관련 악법으로 불교 재산이 부당하게 침해당하거나 내부의 제도적 허술함으로 불교 재산이 외부에 무방비로 노출되었다는 점도 지적되었습니다. 이런 부분을 정법에 입각해서 어떻게 법률과 제도를 보완하고 정리해 낼 것인지가 과제로 제기되었습니다. 한 교수님께서 앞으로의 과제로 종교법인 등을 제정해야 함을 결론적으로 제시하였지만, 그러한 완결된 제도를 구축할 때까지 과도기적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절 집에서는 불교 관계 문헌이나 서류 보존 대책이 소홀합니다. 일반 사회에서는 비밀문서비치법 등이 있어서 1급, 2급, 3급등으로 나누어 공개 범위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또 정보 사회라고 일컬어지는 현대사회는 정보의 장악력이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되는데, 절 집에서는 이러한 정보를 지키고 보관하는 데 매우 허술합니다. 또한 최근에는 금융실명제가 실시되면서 사찰의 재정 운용에도 일대변화가 불가피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사찰 이름으로 금융 거래를 해 왔는데, 주지 개인 이름으로 하게 되면서 공공 재산이 마치 사유 재산처럼 인식 될 수 있게 된 점입니다.
성문 금융실명제가 불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저희 종회에서 종책토론회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심도 있는 분석과 대책이 마련되리라고 기대됩니다.
또 최근에 금융실명제에 대한 보완 대책이 발표되면서 사찰 금융 거래는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봅니다. 일반 사찰의 주지가 관할 세무서에 비영리사업자등록을 신고하면 고유 번호가 교부되어 사찰 이름으로 예금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효림 저희 실천불교승가회에서는 교계의 쟁점 사항인 종토세나 초토세, 금융실명제 문제에 대하여 재무부나 청와대 국세청 등에 질의서를 보내고 회신을 받았습니다. 이 회신을 기준으로 문의 전화에 답을 해 주고 있습니다. 총무원도 이런 행정 처리에 발빠른 대응을 해야 할 겁니다.
사회 지금까지 재산 공개의 문제점과 허실 등을 살펴보았는데, 이제는 재정적의 공개적이고 합리적인 운영 방안에 대해 말씀을 나누었으면 합니다. 종헌 83조에는 모든 사찰은 대중총회를 통해서 당해 사찰의 주요 사안을 결정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본사와 말사는 물론 총림에서는 임회를 결의를 거치고 중앙에서는 종회를 통해서 공의를 바탕으로 한 재정 운영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사찰의 주지나 재무 등 주요 소임자에 의해 전횡되는 점이 없지 않습니다. 도회지의 포교당에서는 신도를 적극적으로 사찰 운영에 참여시키는 모범적인 사례도 보입니다. 실제로 좋은 제도가 있는데도 시행되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인지 검토했으면 합니다.
효림 여기에서 총무원의 통솔력 부재나 종무 행정의 무능을 탓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종헌종법에도 명시되어 있고, 해마다 총무원에서 본, 말사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는데 이것이 형식에 그치고 분담금 거두는 정도에 머무릅니다. 이렇게 타성에 젖다 보니까 내실 있는 종무 감사를 수행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제라도 전문적인 행정 지도를 일사불란하게 실시하여 체계를 잡도록 해야 합니다.
성문 재정 공개 운영은 기존 법령을 준용하더라도 가능합니다. 문제는 구체적 지침이나 준칙이 세워져 있지 않는 것입니다. 운영에 사부대중이 참여하느냐 이부대중으로 하느냐는 점도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재산 공개가 궁극적으로 성공하려면 복지 제도가 선결되어야 합니다. 주지 스님의 재량에 맡겨진 보시 금도 일정액을 늘 지급하는 제도로 바뀌어야 하고, 사세에 따라서 차등을 두는 판공비의 규정도 필요합니다. 절마다 과목이 달라서 혼란스러운 회계 준칙도 통일되어야 합니다.
합리적인 재산 운용의 법과 제도로서 종교법인의 설립이 줄곧 거론되어 왔습니다. 현대적인 사찰 경영의 방법으로 법인화 하는 것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각 본사 단위를 기준으로 법인화 했을 때 풀기 어려운 문제가 일어납니다. 지금 조계종이 가지고 있는 구속력이나 동질성으로 본다면 스물 네 개 종단이 난립할 가능성마저 있습니다. 이것을 하나의 틀로 묶어서 통제할 수 있는 힘이나 장치가 전무합니다.
한상범 종교법인화는 입법 자체의 어려움도 있지만, 운영의 기술적 측면도 매우 신중하게 접근할 부분이 있습니다. 과거 전두환 정권 때 구상했던 정부 통제하의 종교 법인화는 권력의 간섭을 초래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래서 유교나 불교처럼 민족자산화 된 종교를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법인화를 접근해 간다면 어려움이 극복되지 않나 보입니다.
사회 덧붙여서 다른 종단이나 외국의 종교는 어떤 제도로 교단을 운영하는지 말씀해 주시죠.
한상범 다른 종교에서는 각자 독자적인 비영리법인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고, 외국의 다 종교 국가를 중심으로 종교를 법인화 하여 사회적 지위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현재의 제도로는 망실 재산을 막을 길이 없고, 법인화를 하면 막대한 등록세를 견디기 어렵습니다.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제도는 종교법인화를 하되 특례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한 말씀 더 드리면 종단이 안정되고 일정한 궤도에 오르면 종헌종법 심판소를 만들어 운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종단 안에 크고 작은 분규가 많은데 이 곳에서 처리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분규의 와중에 없어진 삼보정재가 수조 원에 이릅니다. 만일 이런 기관을 설치하여 운영하면 종단의 일을 세속 법정까지 끌고 갈 일도 없고 불교의 체통도 유지할 겁니다.
허현 제가 판단하기로는 사찰 재산의 공개 운영은 몇몇 문제되는 사찰을 제외하고는 잘 시행된다고 봅니다. 총림이나 큰절에서는 해제 때마다 대중이 모인 자리에서 수입 지출이 보고되고 있고, 선원이나 승가대학을 운영하는 절은 많은 재원이 소요되어 치부할 여유가 없습니다. 다만 유명 관광 사찰 가운데 수입이 많은데도 그 재원이 종단의 필요한 곳으로 돌려지지 못하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예를 들면 내장사, 낙산사 등의 재원을 합리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이 모색되어야 할겁니다.
성문 재정을 공개 운영하는 사찰은 많지 않습니다. 그것은 실제로 사찰의 재원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종단 적으로 제도가 확립되어야 할 필요는 반드시 있습니다. 각 사찰마다 서로 다른 제도로 운영되는 것들을 하나의 틀로 통일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개혁의 주체 세력을 새롭게 형성해야
사회 합리적인 불교 재산 관리 제도를 확립하는 데 신도의 제적본사 제도도 필요한 사항입니다. 사찰 운영에 신도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서도 제적본사 제도는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와 더불어 개혁을 주도하는 총무원이 주체 역량을 확보하고 대중적 공신력을 회복하는 일도 시급합니다. 마지막으로 마무리 말씀과 더불어 장기적인 종단 운영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함께 얘기해 주셨으면 합니다.
성문 여러 가지 부정적인 요소에도 불구하고 공개 선언이 성공적으로 완수되면 불교 발전에 커다란 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율장이나 승니법에는 개인 재산의 소유를 금지하고 있는데, 오늘과 같은 사회 구조에서는 맞지 않습니다. 노후 보장 등과 같은 복지 제도를 완비하고 개인이 축재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재산 등록을 해야 합니다. 스님이 입적하고 나서 남긴 재산에 대해 속가 친척과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 법적으로 대응할 근거가 없어서 삼보정재가 유실되는 일이 자주 일어납니다. 개인 재산을 등록하면 이러한 재원은 절 집에 그대로 남아 정재로 쓰일 수 있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제도의 보완이 완결되면 재산 공개도 성공할 것이고 종단 발전의 전기도 마련할 것입니다.
허현 종교법인법은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이지만, 총무원의 입장은 전사법의 개정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법인화는 세밀하게 검토되어야 하고 추진 방향이나 주체 세력을 형성하는 것도 난점이 있습니다.
먼저 전사법이 규정하는 경내지의 범위를 임야와 대지까지 넓혀서 재산의 망실을 막도록 할 생각입니다. 처음에 말씀드렸지만, 주지스님이 재산을 처분하는 것도 규정 조항을 강화하여 과도기에 대처하고자 합니다. 임야와 대지의 현황을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이용 가능한 용도로 분류하여 관장하는 중앙 특별기구를 설치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종단 개혁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도 대중이 화합을 해야 합니다. 분규로 교단이 온통 상처투성이인 채로는 개혁도 종단 발전도 기약할 수 없습니다.
효림 현재의 상태라면 종단의 공개 살림은 반드시 이루어지리라고 전망됩니다. 이러한 새로운 종단의 개혁이 원만하게 이루어지려면 종회가 활성화되어 종도들의 의견이 잘 수렴되도록 해야 합니다. 성문스님께서 지적했듯이 현재의 총무원 체제는 전체 대중의 신뢰 속에서 개혁을 주도하기에는 문제가 많습니다. 지금 종단의 소임자 스님들은 강남이나 강북이니 하는 분쟁의 당사자들이어서 새롭게 대중의 신뢰를 받는 세력들이 나서여 하는 것입니다. 불교 개혁이 총무원장이나 몇몇 스님이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전종도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개혁이 되려면 저희 실천불교승가회에서 제안한 범불교개혁위원회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불교 개혁이 성공하려면 이러한 신뢰받는 집단의 형성이 그 무엇보다 앞서야 할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사회 오랜 시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토론 문화가 매우 부족한 교계 풍토의 문제를 짚어 보고 해결의 방향을 찾는 일을 많이 가졌으면 합니다.